주간동아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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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공정성 훼손하는 방송계에 경고장 날린 팬덤

Mnet의 ‘프로듀스×101’ 순위 조작 논란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9-08-09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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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뉴시스]

    투표 결과에는 언제나 의심이 따르는 법이다. 제아무리 공공성을 표방하는 조직이 관리한다 해도 선거가 끝나면 의혹이 제기된다. 음모론이 불거진다. 허무맹랑한 소리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해볼 만한 데이터와 심증이 발견되기도 한다. 보통은 정치권 이야기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케이블TV방송 Mnet의 인기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을 둘러싼 시끌벅적한 이야기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오디션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슈퍼스타K’로 대표되는, 시청자 투표로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신규 아이돌그룹의 멤버를 뽑는 형태였다. 대부분 영세 기획사 소속이라 데뷔에 실패했거나 데뷔했더라도 묻힌 참가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2018년 ‘프로듀스 48’부터 의혹 불거져

    [사진 제공 · CJ ENM]

    [사진 제공 · CJ ENM]

    이 시리즈로 데뷔한 아이오아이(I.O.I), 워너원, 아이즈원은 모두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그룹 이상의 인기를 끌었다. 해당 그룹으로 데뷔하지 못했더라도 자신의 매력을 어필한 참가자들 역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지명도를 얻게 됐다. 

    과정과 결과 측면에서 큰 논란 없이 진행되던 이 시리즈에 이상 징후가 감돈 건 지난해 방송된 ‘프로듀스 48’부터다. 프로그램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각 참가자의 득표수 차이가 같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4675’ ‘1781’ ‘1113’ 등을 상수로 하고 계수만 달라지는 등차수열로 표차가 벌어졌다. 설득력 있는 의문이었지만, 그래도 일부 시청자와 팬덤 사이에서만 논란이 되고 넘어가는 듯했다. 문제는 시즌4에 해당하는 ‘프로듀스×101’에서 크게 불거지고 말았다. 올해 방송된 ‘프로듀스×101’은 워너원을 배출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끈 ‘프로듀스101 시즌 2’(2017)처럼 보이밴드 발굴을 겨냥했다. 

    의혹 제기를 최대한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7월 하순 이 프로그램의 팬 커뮤니티에 ‘프로듀스 48’ 때와 마찬가지로 순위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위와 2위, 3위와 4위, 6위와 7위, 7위와 8위 등 상위권의 표차가 모두 2만9978표라는 것. 



    이 의혹은 갑론을박으로 이어졌다. 조작일 경우 데뷔할 수 있는 멤버들이 갈리기 때문에 각 참가자의 팬들 간 논쟁을 벌인 것이다. 논쟁이 거듭되면서 의혹은 점점 커졌고, 조작이라는 측의 의견이 대세가 됐다. 

    의혹이 커지자 Mnet 측은 조작은 없으며 득표차가 반복되는 것은 신기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점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Mnet은 ‘집계오류’고 순위 변동은 없다고 후속 입장을 냈다. 일이 커지면서 결국 팬덤 사이의 일은 지상파 3사 뉴스에 모두 보도됐고 경찰은 CJ ENM 계열의 Mnet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연예부 기자들의 영역이 사회부 기자들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왜?

    2016년 5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트리움에서 열린 아이오아이의 팬사인회 풍경. [사진 제공 · CJ ENM]

    2016년 5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트리움에서 열린 아이오아이의 팬사인회 풍경. [사진 제공 · CJ ENM]

    이 일련의 사태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두 가지다. 첫째, 만약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다. Mnet과 CJ ENM은 왜 투표수를 조작해가면서 순위에 개입한 걸까. 비즈니스적인 문제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Mnet의 오디션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돈이 되는’ 콘텐츠다. 

    ‘프로듀스101’이 한창 뜨거울 때 이 프로그램의 인기는 국내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중동 부호가 자신의 ‘1픽’ 참가자에게 수억 원대로 추정되는 명품을 선물하며 케이팝(K-pop)의 국제적 팬덤 현상과 맞물려 돌아갔다. 

    워너원, 아이오아이는 Mnet의 연말 시상식인 ‘MAMA’ 홍콩 현장에서도 중화권을 바탕으로 한 아시아 팬덤으로부터 방탄소년단과 EXO 못지않은 반응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애초에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담당자들 대신 ‘떡고물’에 눈독을 들이는 라인이 이 콘텐츠를 맡게 됐다는 내부 이야기가 돌았다. 

    그 후 방영된 게 ‘프로듀스 48’과 ‘프로듀스×101’. 의혹이 제기된 프로그램이다. 그 전 시즌에서는 적어도 투표 결과에 대한 논란은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 제작진과 Mnet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커지고 이 시리즈를 통해 데뷔하는 아이돌의 인기가 높을수록 좋을 수밖에 없다. 

    ‘프로듀스 48’에서 데뷔가 유력하던 이가은, 다케우치 미유 등이 3차 순위 발표로 탈락하고 그 대신 조유리, 최예나 등 탈락 가능성이 높아 보이던 이들이 올라왔던 것 같은 ‘드라마’는 시청률과 인터넷 버즈를 끌어올린다. 또한 단순히 시청자 투표만으로 결과를 내는 것보다 ‘미리 점찍어놨던’ 멤버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무서운 팬덤의 힘

    원래 아이돌이란 본질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멤버를 모아 데뷔시키는, 기획 비즈니스가 아니던가. 단순히 표를 많이 받은 참가자들을 줄 세우는 것보다 팀으로서 모습을 염두에 두고 구성하는 편이 이후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굳이 잘나가는 프로그램에 제작진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 

    또 하나는 이 논란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되는 팬덤의 힘이다. 처음 의혹이 제기되고 이후 살이 붙어가는 과정에서 놀랐던 부분은 자료의 구체성이었다. 그저 ‘카더라’가 아니라 엑셀을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해간 방식이었다. 사건을 공식화하고자 펀딩으로 변호사를 고용하고 법정 싸움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기존 아이돌 팬덤, 그러니까 기획사를 통해 데뷔하고 활동하는 그룹의 팬덤과는 달랐다. 프로그램 시청자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국민 프로듀서’로 명명된 집단이 프로그램과 방송사를 상대로 의문을 제기하고 싸움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그들에게 어떤 이익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흔히 아이돌 팬덤을 분석할 때는 ‘유사연애’의 개념을 쓴다. 한창 활동하는 아이돌의 열애설이 불거질 때 팬덤에서 보이는 반응에서 알 수 있듯, 팬은 단순히 연예인으로 아이돌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연인처럼 생각하기에 밤새 스트리밍을 돌리고 수십 장의 음반을 산다. 이 가상의 연인을 눈앞에서 보고자 피 튀기는 티케팅을 하고 사생활 영역까지 쫓아다닌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히 유사연애로만 설명할 수 없다. 물론 자신이 픽한 참가자가 방송국의 조작으로 자칫 데뷔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움직였다는 측면에서는 그렇지만, 그보다 큰 것은 결국 방송의 공정성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료 문자메시지를 통해서만 투표할 수 있다. 자신이 쓴 돈이 투표한 멤버의 데뷔가 아닌, 방송국 이익으로만 남는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다. 

    아이돌 팬덤의 중심은 이미 10대~20대 중반에서 30대~40대로 넘어갔다. ‘불공정한 상황’에 대한 한국 대중의 마음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우리는 이미 여러 정치와 경제 이슈에서 목격해왔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연예계 이슈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한국 대중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기득권을 방치하지 않는다. 그 기득권이 이번에 Mnet이 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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