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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도 못 하는데 6억 원? 삼성이 오승환 계약을 서두른 이유

  • 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

    입력2019-08-09 16: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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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뛰던 불펜투수 오승환이 한국 친정팀인 삼성 라이온즈로 돌아오게 됐다. [동아DB]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뛰던 불펜투수 오승환이 한국 친정팀인 삼성 라이온즈로 돌아오게 됐다. [동아DB]

    ‘끝판왕’ 오승환(37)이 다시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게 됐다는 소식 들으셨죠. 삼성은 “투수 오승환과 계약을 마쳤다. 2019년 연봉은 6억 원으로 결정됐다”고 8월 6일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올 시즌 개막을 맞이한 오승환은 팔꿈치 부상으로 방출된 지 6년 만에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한 경기도 못 뛰는 선수와 6억 원에 계약한 이유

    [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

    [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

    얼핏 생각하면 이상한 계약입니다. 오승환은 오른쪽 팔꿈치에서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을 예정이거든요. 다른 이유가 없더라도 어차피 이번 시즌에는 뛸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내년 시즌 계약을 맺었다면 삼성은 오승환에게 올해 연봉을 지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오승환은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임의탈퇴 선수 신분이었습니다. 임의탈퇴 선수는 원 소속팀을 제외한 다른 구단과 계약하는 게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다른 구단에서 오승환을 데려갈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삼성이 서둘러 계약을 맺은 이유는 뭘까요. 

    제일 큰 이유는 오승환의 출장 정지 기간을 줄여야 했기 때문입니다. 오승환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2016년 1월 시즌 절반(7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올해 삼성은 오승환 영입 발표 전까지 102경기를 치렀습니다. 한 시즌은 144경기니까 오승환과 올해 계약을 맺으면 남은 42경기에서 출전 정지 징계를 소화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삼성은 계약 발표와 함께 한국야구위원회(KBO) 선수 등록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삼성은 “올해 연봉은 6억 원이지만 출전 정지로 인한 미지급분이 발생하기 때문에 실수령액은 약 50%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출전 정지 징계 경기 수를 채운 뒤 실제 마운드에서 팬들과 만나는 시점은 이르면 내년 4월 말~5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삼성은 연봉 3억 원으로 출전 정지를 30경기로 줄인 셈입니다. 삼성이 올해 31번째 경기를 치른 건 5월 1일, 73번째 경기를 치른 건 6월 20일이었습니다. 오승환을 거의 두 달 먼저 마운드에 올릴 수 있다면 3억 원은 충분히 투자할 만한 돈입니다. 삼성 관계자는 “팬들이 오승환을 빨리 보고 싶어 했다. 팬들의 정서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의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승환이 팔꿈치에 이상을 느끼자 콜로라도 구단은 미국에서 수술할 것을 권했지만 오승환은 한국에서 수술받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콜로라도 측에 가능한 한 빨리 방출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콜로라도는 “그렇다면 잔여 연봉을 지급하기 어렵다”고 했고, 오승환은 “그래도 괜찮다”고 답했습니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죠. 삼성에서도 “오승환이 메이저리그를 떠나면서 포기한 부분이 있는 만큼 배려하는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 해도 이번 계약은 ‘꼼수’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일부 팬은 “오승환이 삼성에 빨리 돌아오고 싶어 올 시즌 태업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일부러 팔꿈치 수술을 받으려는 투수는 없을 테니 이런 의심은 억측에 가깝습니다. KBO 관계자는 “현재 자세한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논의를 마무리하는 대로 징계 내용에 대해 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외에서 뛰는 선수를 KBO가 징계할 수 있던 이유

    오승환은 서울고와 단국대를 졸업한 뒤 2005년 2차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전체 5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아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부상으로 14이닝을 던지는 데 그친 2010년을 제외하고, 2013년까지 8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서 자유계약선수(FA) 신청 자격을 얻었습니다. 오승환은 이미 해외 진출 쪽으로 마음이 기운 상황이었죠. 문제는 KBO 야구규약상 FA 자격으로 해외 무대에 진출하려면 한 시즌이 더 필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야구규약상 FA 자격을 얻으려면 원래 9시즌이 필요한데 대졸 선수에 한해 8시즌을 뛰면 혜택을 줘 오승환이 FA 자격을 갖게 된 겁니다. 따라서 FA 자격으로 국내 다른 팀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는 있어도 해외 팀과 계약하려면 삼성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었죠. 

    이렇게 대졸 8년 차 선수가 해외 진출을 시도한 사례는 프로야구 역사상 오승환이 처음이라 삼성은 KBO에 유권 해석을 의뢰한 뒤 “오승환이 해외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지만, 그러려면 국내 FA 신청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오승환은 결국 FA 신청을 하지 않습니다. 오승환이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하자 삼성은 그를 임의탈퇴 처리하면서 보류권(保留權)을 유지했습니다. 보류권은 구단이 선수와 독점적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오승환 43세나 돼야 삼성 탈출 가능

    [KBO 홈페이지]

    [KBO 홈페이지]

    그렇게 오승환은 해외 리그에서는 FA인데 한국에서는 삼성에 묶인 신분이 됐습니다. 2016년 KBO가 해외에서 뛰고 있던 오승환에게 징계를 내리자 야구 팬 사이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 FC)가 K리그 소속 구단에 입단할 경우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시즌 절반은 출전할 수 없다고 징계를 내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재미있는(?) 신분이었기에 KBO에서 오승환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던 겁니다. 만약 오승환이 완전 FA 자격으로 해외 리그에 진출했다면 KBO에서 그에게 징계를 내리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오승환은 언제 다시 국내에서 FA 자격을 얻게 될까요. 정답은 그가 한국 나이로 마흔세 살이 되는 2024년 이후입니다. 

    이는 구단 동의를 얻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을 FA 권리 행사로 간주하기에 생기는 일입니다. 야구규약에 따르면 한 번 FA를 선언한 선수는 네 시즌을 더 뛰어야 FA 자격을 얻습니다. 오승환의 경우 올해는 기준 등록 일수 미달이라 내년부터 계속 풀 시즌을 소화한다 해도 2023년 시즌이 끝난 다음에야 FA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김선웅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변호사)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승환이) 이미 6년 전 FA를 선언했지만 계약금도 받을 수 없고 장기 계약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일본은 FA가 되기 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 대부분 임의탈퇴가 아닌 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취득한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 출신은 강정호(32·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박병호(33·전 미네소타 트윈스), 류현진(32·LA 다저스) 모두 (한국) 팀에 이적료를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의탈퇴로 묶여 있(었)다’고 남겼습니다. 

    사실 강정호, 박병호, 류현진은 모두 고졸 출신으로 국내 FA 자격을 얻기 전 해외 진출을 했기 때문에 오승환과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오승환은 국내에서는 확실히 FA 자격을 갖췄고, 이런 선수가 FA 신청을 하지 않았을 때는 이듬해 다시 FA가 되기 때문에 오승환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계속해 ‘한국 프로야구의 과도하고 불공정한 보류 제도로 선수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고, 오승환도 불공정한 규약의 희생자라고 생각한다’면서 ‘오승환의 연봉은 KBO의 불공정한 보류 제도를 고려한다면 손가락질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며 구단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썼습니다. 

    역시, 시카고 컵스 구단주였던 필립 리글리(1894~1977)의 말처럼, 야구는 스포츠라기엔 너무 비즈니스적이고 비즈니스라기엔 너무 스포츠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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