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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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의 시네똑똑

한국적 오컬트 슈퍼히어로 영화

박서준 주연의 ‘사자’

  •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 yedam98@hanmail.net

    입력2019-08-09 16: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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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성수기인 여름 극장가에 한국 영화 빅4의 경쟁이 뜨겁다. 코미디(‘엑시트’), 액션 역사극(‘봉오동 전투’), 사극(‘나랏말싸미’), 그리고 호러영화(‘사자’) 등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이 중 ‘사자’는 호러영화의 하위 장르인 ‘오컬트(occult)’를 앞세운다. 오컬트 영화는 초자연적 현상이나 악령, 악마가 등장하는 심령 영화를 의미한다. 할리우드에서는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 걸쳐 번성한 장르로 ‘로즈메리의 아기’(1968), ‘엑소시스트’(1973), ‘오멘’(1976)이 대표작이다. 

    소수만이 즐기는 오컬트 영화는 태생적으로 마이너 장르인데, 최근 우리나라 주류 시장에서 오컬트 장르가 쉽게 눈에 띈다. 2015년 ‘검은 사제들’로 시작된 열기가 ‘곡성’(2016)과 ‘사바하’(2019)로 이어지면서 오컬트 팬이 늘어나고 있다. ‘사자’가 이끌어갈 오컬트 열풍이 어디까지 번질지 궁금해진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어릴 적 아버지를 잃은 뒤 세상에 대한 불신만 남은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는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깊은 상처가 손바닥에 생긴 것을 발견하고 도움을 줄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 용후는 바티칸에서 온 구마(驅魔)사제 안신부(안성기 분)를 만나 자신의 손에 난 상처에 특별한 힘이 있음을 깨닫는다. 두 사람은 세상에 악을 퍼뜨리는 검은 주교 지신(우도환 분)을 찾아 나선다. 

    깊은 마음의 상처로 종교를 거부하고 세상을 불신하게 된 주인공이 구마사제의 도움을 받아 악의 화신과 정면 대결을 펼치면서 세상을 구하고 자신의 트라우마도 씻어낸다. 선악의 이분법적 세계가 설득력을 가지고 흥미를 유발하려면 그로테스크한 비주얼과 엄청난 위력을 지닌 악당, 그리고 천사의 기를 받고 ‘선’으로 무장한 주인공의 일대 혈전이 중요하다. ‘사자’는 하나의 해결책으로 주인공을 슈퍼히어로 캐릭터로 설정한다. 

    오컬트보다 액션에 방점을 찍은 영화는 주인공의 극적인 활약을 위해 약간의 가족 신파와 단순함을 가미한다. 명랑한 이미지를 가진 박서준은 부서지는 내면과 어두운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으며, 구마사제를 연기하는 안성기는 ‘츤데레’(쌀쌀해 보이나 속은 다정한 사람) 캐릭터로 박서준과 의외의 ‘케미’를 선사한다. 



    오컬트와 슈퍼히어로, 가족드라마가 뒤섞인 이 영화의 복합장르에 대해선 사회심리학적 분석이 가능하다. 먼저 오컬트 영화는 물질적으로 풍요할수록 비이성적인 것에 매력을 느끼고, 전통 종교가 권위를 잃어갈수록 신비주의에 눈을 돌리는 현상의 산물이다. 슈퍼히어로는 사회의 불안 기제가 히어로를 통해 화끈하게 해결되는 카타르시스에 대한 열망으로 나타난다. ‘가족 호러’라고 명명할 정도로 가족드라마적 요소가 서사 진행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등장하는 것은 근대화 이후 이상적 형태로 상정된 핵가족의 이미지가 변화하는 것과 관련 있다. 

    ‘버닝썬’을 연상케 하는 서울 강남의 화려한 나이트클럽을 무대로 악의 화신인 부자와 정의로운 청년의 대립은 부자들의 재산 증식을 국가와 사회가 대놓고 나서서 비호했던 현대사의 부조리에 대한 집단적 불만의 표출로 보인다. 사회 반영의 산물인 호러영화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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