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명동 본점에 문을 연 ‘크리스찬 루부탱 뷰티’ 매장. [사진 제공 · 신세계면세점]
글로벌 럭셔리 뷰티 브랜드들이 한국 면세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세계 면세시장에서 우리나라 면세점의 매출 비중은 매우 높다. 영국 면세 유통 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가 얼마 전 발표한 ‘2018년 매출 기준 세계 면세점 순위’에 따르면 1위인 스위스 듀프리면세점에 이어 롯데면세점이 2위, 신라면세점이 3위, 신세계면세점이 9위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 면세점은 화장품과 향수 같은 뷰티 분야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2019년 1~2분기 면세점 매출 실적’을 보면 올해 상반기에만 11조6568억 원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한 수치다. 이 중 화장품 매출은 같은 기준으로 41.1% 증가한 7조1458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61%를 차지했다. 향수는 22.7% 증가한 3622억 원이었다.
한국 면세점에 들어온 글로벌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제품들. [입생로랑뷰티 공식 인스타그램, 구찌 공식 홈페이지, 크리스찬 루부탱 뷰티 공식 홈페이지. 펜티 뷰티]
서울 시내면세점, 명품의 메카?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과 VIP 전용 공간인 스타라운지. [사진 제공 · 롯데면세점]
한국 면세점은 ‘케이뷰티(K-beauty)’ 인기를 등에 업고 세계 뷰티업계에서 안테나 역할을 하며 핫 스폿으로 부상했다. 게다가 한국 고객들이 뷰티에 관심이 많고 까다로운 안목을 갖고 있다는 인식이 업계에 널리 퍼져 있다. 이에 화장품 사업을 확장하려는 명품 뷰티 브랜드의 경우 한국 면세점을 테스트베드로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글로벌 럭셔리 뷰티 브랜드 관계자는 “한국 면세점은 코스메틱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채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인이 면세점의 주 고객이다 보니 아시아 국가들에 홍보하기 좋은 채널로도 여겨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인 매출은 2조636억 원인 데 반해, 중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8% 늘어난 8조9657억 원이었다. 전체 매출의 76% 이상을 중국인으로부터 올린 것이다. 이 중 다이궁(보따리상)의 대규모 구매가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면세점 VIP나 인터넷 블로거를 대상으로 한 뷰티 관련 체험 행사. [사진 제공 · 신세계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명동 본점 ‘바비브라운’은 5월 배우 이하늬를 초청해 ‘데스티네이션 뷰티 팔레트’ 론칭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국내 및 중국 뷰티 인플루언서가 다수 참석했다. ‘라프레리’와 ‘달팡’은 VIP 초청 뷰티 클래스를 열었다. 신라면세점은 6월 ‘에스티로더’ 그룹 계열의 ‘크리니크’와 손잡고 국내 면세점 최초로 고객 초청 팝업 행사를 개최했다. 이를 계기로 신라면세점은 에스티로더 계열의 전 뷰티 브랜드와 전략적 협업관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SK-Ⅱ’ 등 인기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VIP 고객을 위한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했다.
명품 판매도 부익부-빈익빈 가속화
면세점 명품 화장품은 국적과 연령층을 막론하고 ‘가심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유혹한다. 특히 40~50대는 스킨케어 기초 라인에, 20~30대는 메이크업 제품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들은 고가 명품 가방은 큰맘 먹고 어쩌다 한 번 구입하는 반면, 글로벌 럭셔리 화장품의 경우 믿을 수 있는 품질에 적당한 가격, 명품을 소장한다는 만족감이 들어 쉽게 지갑을 여는 편”이라고 풀이했다.명품 뷰티 브랜드의 국내 면세점 입점 러시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사실 한국 면세점 매출의 ‘큰손’인 중국인들을 끌어들이려면 인기 많은 명품 브랜드 유치가 필수다. 그러다 보니 면세점 간 명품 브랜드 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결과적으로 신라, 롯데, 신세계 같은 대형 면세점 위주로 브랜드 입점이 끝나면서 중소·중견 면세점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동화면세점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 감소한 1490억 원, SM면세점은 13% 떨어진 254억 원을 기록했다. 지방에 있는 경기 수원 앙코르면세점과 경남 창원 대동면세점의 경우 매출이 1억 원을 밑돌았다.
또한 다이궁에만 의존한 면세점 매출 상승은 화장품 산업 성장의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에서는 1000만 원짜리 화장품을 만드는 곳이 생길 정도로 다양한 화장품업체가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 화장품이 성장하려면 판매 채널 다변화가 중요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강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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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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