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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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대회 우승은 경북고, 프로야구 성적은 광주일고 출신이 No.1 [베이스볼 비키니]

  • 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

    입력2020-05-20 11: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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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중일 선수. [삼성라이온즈]

    류중일 선수. [삼성라이온즈]

    "'경북고(慶北高)-광주일고(光州一高), 숙명의 격돌'이라고, 정말 대문짝만하게 '미다시'를 뽑은 '일간(日刊)스포츠'로 모자를 만들어 이(李) 선배와 나는 하나씩 머리에 썼다./…/"광주일고는 져야 해! 그게 포에틱 자스티스야."/"POETIC JUSTICE요?"/"그래."/이 선배는 나의 몰지각과 무식이 재밌다는 듯이 씩 웃는다./…/나는 3루에서 홈으로 생환(生還)하지 못한, 배번 18번 선수를 생각하고 있었다."(황지우 '5월 그 하루 무덥던 날' 중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을 앞두고 아주 재미있는 제도를 하나 도입합니다. 각 구단이 연고 지역 고교를 졸업한 선수는 인원 제한 없이 독점 계약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이런 신인 선수 선발 제도는 프로야구를 먼저 시작한 미국이나 일본에도 없는 형태였습니다. 

    당시에도 이런 제도 도입을 두고 '가뜩이나 심한 지역감정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사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은 각 방송사에 "고교 야구 중계를 제한하라"는 방침을 하달하기도 했습니다. 고교 야구가 지역감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도 이 제도를 도입한 덕에 프로야구는 당시 상한가를 달리고 있던 고교 야구 인기를 그대로 흡수해 성공적으로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경북고와 광주일고 졸업생이 고향을 대표해 연일 숙명의 격돌을 벌였으니 말입니다. 

    1980년대 대구 연고 프로야구 팀 삼성 라이온즈는 황규봉(67), 이선희(65), 김성래(59), 성준(58), 류중일(57) 같은 경북고 출신이 이끌었습니다. 해태(현 KIA) 타이거즈에서는 이상윤(60), 선동열(57), 박철우(56), 문희수(55), 이강철(54) 같은 광주일고 졸업생을 내세워 이들을 상대했습니다.



    경북고, 4대 전국대회서 21번 우승

    그렇다면 두 학교 가운데 어느 학교가 더 야구 명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고등학교 때 성적만 따지면 경북고가 최강입니다. 경북고는 현재 남아 있는 4대 전국대회(대통령배, 봉황대기, 청룡기, 황금사자기)에서 총 21번 우승했습니다. 고교 야구부 가운데 전국대회 우승을 가장 많이 한 게 경북고입니다. 

    광주일고도 4대 전국대회에서 총 17 차례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지만 경북고에는 명함을 내밀기가 쉽지 않습니다. 17번 우승은 경남고와 함께 공동 2위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 

    프로 진출 후 성적으로 따지면 광주일고가 압도적입니다. 광주일고 졸업생은 프로야구 원년(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1군 무대에서 2만4204안타, 2253홈런, 1만1640타점을 합작했습니다. 물론 세 부분 모두 졸업생이 프로야구에서 한 타석이라도 들어선 77개 고교 가운데 제일 많은 기록입니다. 

    각 부문 2위와 비교하면 광주일고 졸업생이 얼마나 대단한 성적을 남겼는지 알 수 있습니다. 광주일고 졸업생은 안타가 두 번째로 많았던 부산고(1만8917개)보다 5287개가 많고, 홈런은 2위 신일고(1506개)보다 747개를 더 쳤으며, 타점도 역시 2위 부산고(2만7207타점)보다 3096타점이 많습니다.

    프로야구 더블 역세권, 광주일고

    선동열 선수시절.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선동열 선수시절. [동아일보 사진DB파트]

    그렇다고 비율 기록이 나빴던 것도 아닙니다. 광주일고 동문은 프로야구 무대에서 OPS(출루율+장타력) 0.758을 기록했습니다. 동문 타자가 2만5000타석 이상 들어선 학교 가운데 제일 높은 기록입니다. 광주일고 졸업생은 프로야구 무대에서 총 10만1726타석에 들어섰습니다. 

    투수 쪽에서도 광주일고 동문은 총 1만4592와 3분의 2이닝을 던지면서 818승, 9449삼진, 평균자책점 3.96을 남겼습니다. 다승과 삼진 역시 프로야구 무대에 동문 선수가 한번이라도 등판한 85개교 가운데 제일 많은 숫자입니다. 평균자책점은 동문이 2000이닝 이상 던진 학교 가운데 두 번째로 낮았습니다. 

    동대문상고 시절을 포함한 청원고 딱 한 학교만 광주일고보다 동문 평균자책점(3.94)이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학교 야구부 출신이 던진 것(7073과 3분의 2이닝)보다 광주일고 졸업생이 두 배 이상 많은 이닝을 책임졌기 때문에 평균자책점 0.02 차이는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세이브나 홀드 등 구원 투수 기록에서는 광주일고 동문이 별 재미를 못 봤다는 점입니다. 광주일고 졸업생이 프로야구 무대서 기록한 세이브는 총 384개로 6위에 해당합니다. 이 부문 1위는 571세이브를 기록한 군산상고였습니다. 광주일고 동문이 지난해까지 남긴 홀드는 딱 200개(13위)로 홀드 1위 학교인 북일고(412개)와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프로야구에 졸업생을 많이 보내는 것 역시 야구 명문고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누적 기록이 압도적인 데서 눈치 채셨을 것처럼 광주일고는 이 부문에서도 1위입니다. 광주일고 졸업생 가운데는 총 169명이 프로야구 선수가 됐습니다. 물론 전국 고교 야구부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이어서 북일고와 경남고가 163명으로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경북고(161명)는 그다음입니다. 

    이렇게 동문이 많다 보니 인맥에서도 광주일고는 확 눈에 띄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상무를 포함해 프로야구 11개 구단에서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을 마친 코칭스태프와 선수는 총 1061명. 이 1061명이 졸업한 고교와 대학을 가지고 사회 연결망 분석(SNA)을 해보면 광주일고는 '고유벡터 중심성'(eignvector centrality)과 '근접 중심성'(closeness centrality)이 모두 제일 높은 학교로 나타납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시겠죠? 수도권 전철 승하차 정보를 바탕으로 SNA를 해보면 고유벡터 중심성은 강남역, 근접 중심성은 서울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코칭스태프를 포함해 프로야구 선수와 선수 사이를 연결해 노선도를 그린다고 치면 광주일고가 서울역과 강남역 노릇을 동시에 해낸다는 뜻입니다. 만약 실제로 전철에 이런 역이 있다면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이고 대단한 역세권이 만들어질 겁니다. 광주일고가 프로야구 인맥에서 이런 구실을 하고 있는 겁니다.

    프로야구 세계 최고 ‘인싸’는?

    염경엽 선수시절 [동아일보 DB]

    염경엽 선수시절 [동아일보 DB]

    프로야구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이 있는 학교는 고려대였습니다. 그렇다면 광주일고와 고려대를 동시에 졸업한 인물이 프로야구 인맥 최고 '인싸'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인물은 총 다섯 명. 그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건 염경엽(52) SK 와이번스 감독이었습니다. 말하자면 통산 타율이 0.195(최저 1위)밖에 되지 않던 그가 프런트 직원과 코치로 12년을 버티다가 감독 - 단장 - 감독 코스를 밟을 수 있던 데는 이런 '학맥'이 끼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던 겁니다. 

    황 시인이 배번 18번 선수를 떠올렸던 '5월 그 하루 무덥던 날' 경기 결과가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순수하게 야구적인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현재는 경북고가 아니라 광주일고가 확실히 최고 야구 명문고입니다. 그것도 다른 학교와 제법 큰 차이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올해 KIA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 가운데 광주일고 졸업생은 몇 명일까요? 정답은 김현준(23) 한 명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숫자가 지난해보다는 늘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KIA 개막 엔트리에는 광주일고 졸업생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 덕분에 올해 KIA는 광주일고 졸업생과 경북고 졸업생 숫자를 똑같이 1로 맞춘 채로 시즌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KIA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는 임기영(27)이 고교 시절에는 경북고 배번 17번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5월 18일에는 3루에서 홈으로 생환하지 못한 선수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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