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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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직격탄 맞은 가수들 … "대출이라도 가능했으면"

  • 오미정 대중문화칼럼니스트

    입력2020-05-18 09: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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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론 MMA 2018 무대 전경. [카카오 제공]

    멜론 MMA 2018 무대 전경. [카카오 제공]

    코로나19가 재확산 및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대중문화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배우와 가수 개그맨 등 여러 직군의 대중예술인이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직군은 단연 가수다. 코로나19가 발발되면서 모든 무대와 행사가 올스톱 됐기 때문. 배우들의 어려움도 말할 수 없지만 제작이 진행되는 작품도 있고, 하반기 제작을 위해 준비를 하는 작품도 있어 관련 비즈니스가 완전히 중단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가수들의 경우 올스톱, 전면중단이란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해외 활동 비중이 높은 한국 가수들에게 현재와 같은 전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은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수익 창출 창구인 공연과 행사 전면 중단

    미스터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연기. [쇼플레이 제공]

    미스터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연기. [쇼플레이 제공]

    물론 음악 방송이 제작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가수들의 경우 방송은 인지도를 위해 출연하는 것이지, 방송 자체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다. 출연료가 높지 않아 방송 출연만으로는 수익을 거두기 힘들다. 오히려 방송에 출연하며 편곡비, 연습비 등을 쓰기 때문에 때로는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가수들에게 수익 창출 창구는 공연과 행사인데,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국내외 공연과 행사는 제로가 됐다. 예정된 공연은 모두 미뤄졌고, 행사의 큰 축을 담당했던 각종 축제는 취소되어 남은 것이 없다. 그럼에도 매니저 월급, 자동차 리스비 등 고정비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가수들이 느끼는 불황의 골은 유난히 깊다. 

    모든 장르의 가수들이 다 어렵지만 수익의 급전직하가 크게 체감되는 장르의 가수는 아이돌이다. 코로나19 이전에 큰 돈을 벌던 이들이라 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다. 특히 해외 수익 비중이 가장 높은 장르의 가수라는 점도 수익 저하에 한 몫을 한다. 데뷔한지 꽤 시간이 지난 한 아이돌 멤버에게 현 상황을 물어봤다. 

    “총체적인 난관이다. 나의 경우 수익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나는데, 모든 해외 일정이 끊겼다. 한국 상황이 나아진다고 하더라도 해외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한동안은 해외 일정을 잡지 못할 것 같다. 비행편이 있다고 해외 일정을 강행하다 초신성 멤버 윤학처럼 코로나19에 걸려서 돌아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야말로 끝장이다. 아이돌의 경우 생애 중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제한적이다. 3개월, 6개월이라는 시간도 엄청나게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데 올해 안에는 활동재개가 어려울 것 같다.” 



    이 아이돌 멤버는 “데뷔 시절 회사 소속일 때에는 정산을 많지 받지 못했다. 회사와 결별한 이후부터 돈을 좀 벌고 있어 몇 년 전 대출을 합쳐 부동산을 하나 샀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며 “대출이자도 감당이 되지 않는 상황에 원금 상환 시기까지 돌아왔다. 은행에서 스케줄이 취소된 것을 서류로 증빙하면 원금 상환 일정을 미뤄준다고 해 알아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회사를 운영하는 한 발라드 가수 역시 극심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가수는 “매니저 월급, 자동차 렌트비, 사무실 임대료 등으로 고정비가 한 달에 500만원 가량이 든다. 그런데 2월 중순 이후 무대가 하나도 없다”면서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가수는 프리랜서 개념의 직업이라 대출도 여의치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가수는 “대중예술인의 소득은 편차가 크다”며 “일부는 돈을 많이 벌고 있어 대중예술인 전체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최소한 현재의 어려운 시기를 버텨 나갈 수 있도록 대중문화인에 대한 은행 대출 문턱이라도 좀 낮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익의 대부분을 행사에서 올리는 트로트 가수들의 타격도 만만치 않다. 각종 축제 등 행사가 집중되는 5월임에도 불러주는 곳은 한 곳도 없다. 한 트로트 가수의 매니저는 “코로나19가 다소 누그러지는 상황에서 이태원발 확진자 얘기를 들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세준-오늘같은 오후엔 라디오DJ. [KBS2]

    이세준-오늘같은 오후엔 라디오DJ. [KBS2]

    코로나19 시대에 라디오DJ 등을 하며 고정 수익을 올리는 가수들은 한숨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라디오 진행은 여타 방송에 비해 출연료가 많지 않지만, 매일 출연하는데다 DJ 교체도 자주 이루어지지 않아 연예인들에게는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을 올리는데 긴요한 플랫폼이다. 

    KBS 2라디오 ‘오늘같은 오후엔’ DJ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이세준은 “최근 몇 달간 공연이 없어 마이너스가 났다”며 “그럼에도 나는 다행히 라디오 DJ를 하고 있어서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FM ‘지조있는 밤’의 DJ인 래퍼 지조 역시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경우,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되는 저녁 방송 DJ라 공연을 모두 포기해야하는 단점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공연이 하나도 없어져서 그게 단점이 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라디오가 유일하게 남은 스케줄”이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한 가요 제작자는 “최근 홍보 외주 회사와의 계약을 끊었다. 수년간 함께 했지만 홍보할 이벤트가 없어 어쩔 수 없었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1~2개월 정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던 시기에는, 한 템포 쉬어가자는 마음으로 편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감에 잠이 오지 않는다. 빨리 이 사태가 종식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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