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미세먼지 ‘나쁨’ 일수 전국적으로 줄어
바닷바람도 ‘록다운’ ‘셧다운’ 못지않게 청정 하늘에 기여
코로나19 확산이 진행 중인 서울의 중심부를 품은 쪽빛 하늘. [동아일보]
개인적인 착각이 아니다. 동절기가 되면 더욱 악화되던 대기 환경이 올 들어 크게 개선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가 5월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7%(33→24㎍/㎥)가 줄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36㎍/㎥ 이상인 ‘나쁨’ 일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전국 평균 2일이 감소했다. 특히 석탄발전소와 제철소 등 산업시설이 밀집돼 있는 충남, 전남, 경북 지역은 초미세먼지 배출량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그 이유가 뭘까.
2019년 12월~2020년 3월 초미세먼지 농도 변화. [자료제공=환경부]
사회적 거리두기가 화석연료 사용량 감소 등 선순환 촉진
환경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적으로 처음 시행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서 먼저 그 답을 찾았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지난해 9월 국가기후환경회의의 국민정책제안을 토대로 도입된 제도로, 배기가스 5등급 차량의 조기 폐차, 매연 저감 장치 부착, 석탄화력발전 가동 중단 및 상한 제약 시행 등을 골자로 한다.중국 및 한국 코로나19 확진자수 증가 추이. [자료제공=환경부. 국제보건기구(WHO)]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중국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올해 1분기 미세먼지의 재료가 되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작년 동기 대비 40%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그 덕에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농도가 많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계절관리제를 통해 노후 경유차 운행을 중단하도록 한 환경정책적인 기여와 3월 들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기상패턴이 나타난 점도 대기를 깨끗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의 부연 설명은 이렇다.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오염물질 농도를 낮추려면 깨끗한 공기가 많이 유입돼야 한다. 바다에서 바람이 많이 불어오면 내륙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진다. 올 3월에 그런 패턴이 많이 나타났다. 왜 그런 기상 패턴에 나타났는지 정밀한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거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 친환경 차량 적극 이용해야
코로나19가 지구인의 삶에 큰 불편을 끼쳤지만 대신 지구에겐 자연 치유의 시간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의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자외선 가림막 기능을 하던 ‘오존층’의 구멍이 줄어들고, 인도 뉴델리에서 20년 만에 히말라야산맥이 보이는 등 대기환경의 건강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태가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경제 활동을 재개하면 오염물질 배출량이 늘어나고 대기 환경이 다시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2019년 12월~2020년 3월 초미세먼지 농도 개선 효과. [자료제공=환경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