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덕역 ‘진시황북어국’의 북엇국(왼쪽)과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원조북어국’의 북엇국.
2000년대 들어 남한 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졌다. 명태는 한때 은어라 했던 도루묵을 먹고 산다고 해서 은어바지로 불렸다. 문제는 도루묵은 동해 겨울바다에 살아남았는데 명태는 사라지고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명태와 그 명태로 만드는 북어, 황태는 모두 러시아 바다에서 잡힌 것들이다. 그냥 말리면 북어가 되고 강원 산간에서 겨우내 말리면 살이 노랗고 북어보다 부드러운 황태가 된다. 황태의 인기가 높아지자 북어를 만드는 곳들을 보기 힘들 정도다. 딱딱한 북어의 가치를 낮게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북어는 황태보다 진하고 깊은 맛을 지녔다.
중구 무교동 ‘북어국집’은 북어로 북엇국을 끓인다. 1968년부터 지금까지 그 일대 직장인들은 과음한 다음 날 이 집에서 속을 풀었다. 규모가 제법 크지만 끊이지 않는 사람의 행렬이 이 집 인기를 실감케 한다. 이 집의 북엇국은 진한 맛이 특징이다. 11시간 끓인 사골국물에 살결이 살아 있도록 통북어를 사용해 북엇국을 완성한다. 중구 소공동 ‘眞북엇국’도 인근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사골을 우린 탁한 국물에 두부, 콩나물, 달걀이 들어간 이 집의 북엇국은 소금으로 간해 짭짜름한 맛이 난다. 무교동에 비해 깊은 맛은 덜하지만 밥과 잘 어울리는 소금 간도 나쁘지 않다. 부드러운 부추 겉절이도 맛있고 반찬으로 김치 부침개가 나오는 것도 실하다.
마포구 공덕시장 입구에 최근 문을 연 ‘진시황북어국’은 정갈한 상차림이 사람을 즐겁게 한다. 음식도 주인과 상차림을 닮아 단아하다. 사골육수로 끓인 진한 국물에 보드라운 강원 용대리 황태와 직사각형으로 자른 얇은 두부가 독특한 식감을 준다. 진하지만 강하지 않은 국물과 부드러운 황태, 두부의 조화가 좋다. 조밥도 국을 닮아 순하고 맛있다. 황탯국을 먹다 중간쯤에 통후추를 갈아 넣으면 국물 맛이 변한다. 새내기답지 않은 내공이 좋다.
서울 소공동 ‘眞북엇국’의 북엇국(왼쪽)과 무교동 ‘북어국집’의 북엇국.
서초구 교대역 부근의 ‘듬북담북’은 24시간 북엇국을 파는 독특한 집이다. 북엇국이 해장국의 대명사인 것을 감안하면 수긍이 가는 운영 시간이다. 앞에 소개한 북엇국집들도 대개 새벽에 문을 연다. 같은 이유다. ‘듬북담북’의 북엇국은 진한 국물과 두부, 달걀 등이 들어간 것은 여느 식당과 비슷하지만 참기름을 넣은 것이 조금 다르다.
조상들이 먹었던 명태는 사라졌지만 북어 문화는 여전히 우리 속에 남아 있다. 명태가 동해안으로 돌아와 국산 명태로 만든 북어를 먹을 날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