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 대입 정시 지원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전문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정시모집은 수능점수 순으로 일목요연하게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된다. 물론 학생부 교과 성적을 반영한다 해도 그 영향력이 매우 적기 때문에 수능점수를 뒤집지는 못한다. 합격선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경쟁률인데, 경쟁률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움직인다.
△배치점수가 낮으면 경쟁률이 높아진다. 배치점수는 전년도 합격점과 금년 수능 분포를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2015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배치점이 기관에 따라 510점에서 521점까지 많이 달랐다. 배치점 평균은 517점이었다. 이렇게 배치점 폭이 넓으면 합격 가능권에 있는 학생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2015학년도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는 10명 모집에 120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2 대 1로 치솟았다. 실제 합격선은 배치점보다 훨씬 높은 522점 정도였다. 최근 인문계의 취업이 어려운 상황까지 반영돼 최고 배치점보다 높은 점수에서 합격선이 형성됐다. 배치점이 의외로 낮은 대학은 합격 가능권에 있는 수험생이 많아지므로 경쟁률이 높다는 점에 주의하자.
△하향지원과 상향지원이 겹치는 지점에서 경쟁률이 높다. 해마다 상황은 달라지지만 자연계는 한양대, 인문계는 성균관대가 이런 경우가 많다. 가군에서 서울대를 지원한 학생이 나군에서 완벽하게 합격하고자 한양대에 지원하고, 가군에서 이화여대나 경희대를 지원한 수험생이 나군에서 상향지원해 한양대를 쓰는 경향이 있다. 2015학년도 정시모집에서는 한양대 물리과 11 대 1, 건축학부 8 대 1 등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수학A 응시자나 사회탐구 응시자가 지원할 수 있는 중위권 대학의 자연계 학과 역시 인문계 수험생과 자연계 수험생이 겹치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다.
△지원 경향에 따라 경쟁률이 달라진다. 재수생 수는 매년 변하는데, 전형제도가 크게 달라지면 재수생 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2017학년도 입시부터 모든 수험생이 한국사를 필수로 봐야 하므로 자연계 수험생의 경우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경우 상향지원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 대학 내에서 상위권 모집단위보다 하위권 모집단위의 경쟁률이 높아진다. 이런 경향은 모의지원이나 원서 접수 마지막 날에나 읽을 수 있다. 원서 마감 순간까지 경쟁률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지원해야 한다.
△언론에 부각된 대학과 학과는 경쟁률이 높다. 대학평가나 취업률 등의 보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대학이나, 언론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로 자주 보도된 대학은 경쟁률이 높게 마련이다. 2015년에는 대학 입시와 관련해 서강대와 고려대, 한양대가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사고나 재난구호에 관한 내용이 언론에서 조명받았다. 이 밖에도 중국 경제성장에 따른 환경보호 관련 녹색에너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과 관련한 국제분쟁,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나 에볼라 등 전염병, 인문계 취업률 저조 같은 뉴스가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간혹 인기 드라마나 영화에서 부각된 직업군과 관련된 학과도 경쟁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경쟁률이 높으면 합격선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뿐 아니라 충원 합격자가 많아도 합격점은 내려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난 3년간 정시모집을 분석해보면 경쟁률이 계속 낮았던 대학이나 모집단위가 있다. 이렇게 낮게 형성된 데는 원인이 있으며, 그 원인이 해소되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낮을 가능성이 있다. 정시모집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접근하다 보면 남이 보지 못한 부분이 보인다. 정시 지원 경향이 심리전으로 상당히 불규칙해 보이지만, 경쟁률이나 합격선은 과학적 원리에 따라 형성된다. 이 점을 적극 고려해 적절한 지원으로 합격의 영광을 누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