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미의 아일랜드 그린이라 할 수 있는 태국 아마타스프링컨트리클럽 17번 홀. 사진 제공 · 아시안투어 태국 골프 챔피언십 대회 조직위원회
‘아일랜드(Island) 그린’을 가진 파3 홀은 현대 골프코스 설계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피트 다이가 창안했다. 피트 다이 하면 떠오르는 홀이기도 하다. ‘제5의 메이저’라 부르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 폰테베드라비치의 TPC 소그래스 골프장 17번 홀은 호수 한가운데 동그랗게 조성된 그린으로 명성이 높다. 티잉그라운드에서 거리는 140야드(약 128m) 내외지만, 지름 17m 정도로 면적이 좁고 공을 받아줄 페어웨이도 없이 판판한 그린과 작은 벙커 하나만 외롭게 떠 있다. 바다와 가까워서인지 항상 바람이 불어 세계 정상급 선수도 공을 호수에 빠뜨리기 십상이다.
한국오픈이 열리는 충남 천안 우정힐스컨트리클럽(CC) 13번 홀 역시 마찬가지다. 피트 다이의 아들인 페리 O. 다이가 설계를 맡았는데, 아버지의 코스설계 특징을 여기에도 적용했다. 골퍼들은 정확한 거리와 방향을 가진 굿샷만을 허용하는 그 홀에 대해 항상 투덜거리면서도 한편으론 도전하고 싶어 한다. 엄밀히 따지면 TPC 소그래스 17번 홀이나 우정힐스CC 13번 홀은 섬(아일랜드)이 아니다. 그린 뒤에 걸어 다닐 수 있는 오솔길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수 한가운데 놓인 그린은 대부분 ‘아일랜드’라기보다 ‘플로팅(Floating)’이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의 아일랜드 그린을 가진 홀이 12월 13일 끝난 아시안투어 태국골프챔피언십에서 선보였다. 방콕 인근 촌부리에 자리 잡은 아마타스프링CC 17번 홀이 바로 그곳. 2005년 리 슈미트가 설계한 프라이빗 코스로, 시그니처 홀인 17번은 티잉그라운드에서 샷을 한 뒤 보트를 타고 그린으로 건너가도록 조성돼 있다. 블랙티에서 전장은 145야드(약 132m)로 짧은 편이고, 그린 모양이 앞뒤로 길게 조성돼 코스 전체 난도는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다.
플로팅 그린의 원조인 미국 아이다호 쾨르달렌 리조트 골프클럽 14번 홀.
첫 샷이 물에 빠지면 나무다리를 지나 아일랜드 그라운드에 조성된 드롭 존에서 세 번째 샷을 할 수도 있다. 남성티의 전장은 110~210야드이고, 여성티는 65~130야드를 오간다. 수중 케이블로 플로팅 그린의 전장을 때때로 조정하기도 한다. 공을 그린에 올리면 ‘퍼터’라고 부르는 보트를 타고 건너가 퍼팅을 한다. 홀을 끝내면 보트를 모는 선장이 인증서까지 선사한다.
기발한 플로팅 그린 아이디어는 종종 모방 홀을 만들기도 한다. 5월 미국 뉴욕 베드포드힐스의 글렌아버 골프장은 18번 홀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가는 길목에 이벤트용 19번 홀 티잉그라운드를 조그맣게 만들고, 호수 가운데에 플로팅 그린을 조성했다.
국내에도 플로팅 그린이 하나 있었다. 남해에 위치한 힐튼남해CC는 골프장 조성 당시 18번 홀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목에 피치샷을 할 19번 홀로 플로팅 그린을 만들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