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갤러리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 개념은 컨테이너 박스다. 420평 정도 되는 갤러리 안의 사무실과 라이브러리, 전시공간이 모두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져 있다. 컨테이너 일부를 잘라 창을 만들고 그 사이에 유리를 끼우고 문을 냈다. 때로는 컨테이너의 한 면 전부를 잘라내 통유리를 끼우고, 잘라낸 컨테이너 조각으로는 의자를 만들었다.
컨테이너 밑에는 바퀴가 달려 있어 갤러리 안에 깔린 레일을 따라 이동할 수 있다. 8개의 컨테이너 박스와 바닥에서 천장까지 4.9m에 이르는 거대한 파티션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공간을 재구성한다. 흰색 벽과 붉은색 컨테이너, 강철로 된 레일은 자칫 밋밋하기 쉬운 갤러리 공간에 활기차고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바닥이 쇠살대로 된 탓에 지하층도 훤히 내려다보이고 천장은 마치 침목을 잔뜩 재어놓은 것 같다.
모던한 건축 양식 속에서도 1800년대 창고로 쓰였던 건물의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뉴욕만이 허용하는 극단적인 콘트라스트가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리노베이션 이전 공간의 특징과 장점을 살리며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보헨 파운데이션. 현재 뉴욕의 건축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주간동아 578호 (p8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