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비해 올해 17살인 이영구 3단은 지난해에도 결승에 올라 송태곤 6단과 신인왕을 다퉜던 신예 가운데 신예. 9단 숲보다 훨씬 무섭다는 신예들의 정글을 뚫고 2년 연속 결승에 올랐으나 딱 2%가 부족했다. 평소 안조영 8단과 둔 연습바둑에서 좋은 승률을 기록했고 신인왕 결승1국에서도 승리를 거둬 지난해의 아픔을 씻는 듯했으나 안8단의 저력에 밀려 2대 1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일찍이 ‘공포의 장고파’로 유명한 안조영 8단답게 이 바둑 역시 초반부터 뜸에 뜸을 들이는 착수로 일관했다. 우승을 결정하는 막판이라 그랬는지 이영구 3단 또한 맞장구를 쳐 오전 대국은 고작 35수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두 기사가 서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우상귀에서 머리가 터지고도 남음직한 복잡한 길을 마다 않는 바람에 때 이른 승부처를 맞았다. 우상귀의 백대마는 스스로 살 수 있는 길이 없다. 따라서 백1로 밀어올려 흑 일단을 물고 늘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때 무심코 흑2로 받은 수가 패착이었다.

주간동아 434호 (p9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