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대 1인 상황에서 맞은 제36기 왕위전 도전5번기 3국 역시 서로의 기풍대로 첨예하게 맞섰다. 객관적인 전력상 아직은 한 수 위로 평가받고 있는 세계랭킹 1위 이창호 9단이긴 하지만, 만약 이 판을 또 내주게 된다면 들불처럼 번지는 이세돌 3단의 기세를 어찌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심적인 부담은 아무래도 쫓기는 자가 더 큰 법.
정상급 프로기사의 바둑에서 비상시국이 아닌 이상 일직선으로 대마를 잡으러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단 한 사람, 이세돌 3단은 예외다. 대놓고 선전포고를 한 다음 돌진해 버린다. 천하의 이창호 9단도 근래 두 번이나 대마가 잡히며 만방으로 진 바 있다. 어떻게 돌진하냐고? 궁금하시면 흑1을 보시라.

이후 흑은 파상공세를 퍼부었지만 역시 단곤마(單困馬)는 쉽게 죽지 않았다. 더군다나 상대가 이창호임에랴. 하지만 천하의 이창호를 상대로 이렇게 대놓고 ‘대마 사냥’에 나설 기사가 이세돌 말고 누가 또 있으리. 158수 끝, 백 불계승.
주간동아 346호 (p8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