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젊고 성격이 좋아 한눈에 들어왔어요. 일부러 아내의 피부관리실에 관리를 받으러 다니며 연애를 시작했지요.”
열 살에서 열다섯까지 어린 신부 찾기
‘젊음’ 그 자체가 최 박사에게는 행복이다. 젊음에서 나오는 생동감, 건강함과 활발하고 유쾌한 생활방식이 그의 삶에 변화를 일으켰다. 즐겨 찾던 식당부터 옷 입는 스타일까지 바뀌었다. 아내도 변했다. 아내는 무관심했던 신문을 읽기 시작했고, 부부간 대화 주제로 시사 문제도 종종 올렸다. 최 박사는 “먼저 바뀌기도 했고 맞추려고 노력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최 박사 주변에는 어린 신부를 맞은 남자가 한둘이 아니다. 같은 축구동호회에서 활동하는 방송인 조영구 씨와 개그맨 서경석 씨가 대표적인 인물. 조씨는 2008년 열한 살 차 나는 신부를 맞았고, 서씨도 2010년 11월 열세 살 어린 신부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최 박사는 “우리 모임에서 누가 열다섯 살 차 나는 신부를 데려올까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말했다. 부부끼리 모임을 갖고 서로 고민을 나누며 의지하기도 한다. 나이 차에서 오는 불편한 점이 있어도 대화를 하다 보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최 박사는 “과거 결혼 문화는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유사성의 원리가 지배했다. 하지만 이젠 서로의 차이를 채워주는 상보성의 원리가 더 중요해졌다. 나이 차만큼 서로의 매력에 더 끌려 권태기도 천천히 오는 등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자랑했다.
30, 40대 남성들 사이에서 어린 신부 찾기가 대세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연예인, 유명인들이 이 흐름을 이끈다. 배우 류시원(38) 씨는 아홉 살, 임호(40) 씨는 열한 살, 이범수(40) 씨는 열세 살이 어린 신부와 결혼했다. 제작자 송병준(50) 씨는 무려 열아홉 살 어린 배우 이승민(31) 씨를 아내로 맞았다. 결혼 정보업체 ‘듀오’의 김모 팀장은 “연예인, 유명인의 결혼을 모방하는 심리가 남자들에게 있다. 특히 전문직 남성들은 두드러지게 어린 여자에게 집착한다”고 말했다.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의사 이모 씨는 마흔을 코앞에 둔 나이인데도 “무조건 1983~84년생 여성과 연결해달라”고 요구했다.
2008년 탤런트 이창훈(44) 씨는 16세 연하의 신부를 맞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스물아홉과 서른 살 여성 몸 달라?
30, 40대 남성이 어린 신부를 선호하는 첫 번째 이유는 출산 때문이다. 출판사에 다니는 33세의 직장인 문모 씨는 2011년이 오는 것이 두렵다. 문씨 자신이 한 살 더 먹는 것보다 여자친구의 나이가 서른 살이 되는 게 싫기 때문. 그는 “주변에서는 농담하지 말라고 하지만 내게는 심각한 문제다. 스물아홉과 서른 살 여성의 몸은 확연히 다르기에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결혼정보업체의 남성 고객들도 여성의 노산 위험성을 이유로 29세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한다. ‘결혼파업, 30대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이하 ‘결혼파업’)의 공동저자인 위선호 씨는 “30, 40대 남성들에게는 출산이 중요한 문제다. 이들은 출산을 해도 될 만큼 경제력, 학력 등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불임 부부도 남성들의 불안감을 부추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부 8쌍 중 1쌍이 불임이다.
겉으로 내세운 출산의 속내에는 섹스 문제도 있다. 많은 성심리학자는 “인간도 동물인 만큼 본능적으로 더 젊고 건강한 여자와 성관계를 맺고 싶어 하고 만족도 더 크게 느낀다”고 말한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부근 상가를 소유한 44세 남성 A씨는 월세 수입만 2000만 원이 넘는다. A씨는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으니 운동하고 취미생활을 즐기며 하루를 보낸다. 젊게 사는 매력 덕에 20대부터 동년배까지 그의 옆에는 여자가 끊이지 않는다. A씨는 “부족한 게 없으니 즐기며 살면 된다는 생각에 결혼에 대해 느긋하다. 굳이 동년배에서 찾지 않아도 매력 있는 20대 여성 중에 고를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잘난 30대 골드미스가 부담스럽다는 남성들도 있다. 1970년대에 태어난 여성들은 가정에서 차별 없이 자라고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아 사회적 지위도 높다. 이들은 대부분 배우자의 스펙이 자신보다 우월하기를 바란다. 여기서 수급 불균형이 생긴다. 경제적 지위가 낮은 남성은 여성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가 부담스럽고, 경제적 지위가 높은 남성은 굳이 동년배 여성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결혼파업’ 공동저자 윤단우 씨는 “여성을 만나기 쉬운 골드미스터들은 나이가 많다고 하면 아무리 돈 많고 예뻐도 쳐다보지 않는다. 돈이 없어도 어리고 까다롭지 않은 여성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여성과 수평적 권력관계를 거부하는 남성도 있다. 결혼의 남녀 불평등을 고집하는 남성들은 동년배 여성에게는 불평등을 강요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이로 우위를 점하려 하는 경우도 있다.
최창호 박사는 나이 차이가 많은 여성과 결혼한 남성들에게 “소유의 개념으로 결혼하면 나이차를 극복 못한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통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여성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외환위기를 겪은 뒤 남자들은 한없이 약해졌다. 위씨의 설명이다.
“남자들이 찌질해져서 계산에 밝아지고 절대 손해를 안 보려 한다. 과거 남자들은 여자들이 남자의 조건을 따지고 자신에게 기대려 해도 스스로 우월하다 생각해 비판적으로 보지 않았다. 이제는 집안에선 대우를 받았는데 밖에 나와보니 학생회장 자리까지 여자가 다 차지하지 않았나. 그러니 똑똑한 여성들을 바라보며 ‘왜 군대를 가지 않느냐’ 등 트집 잡으며 찌질하게 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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