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뇨기과의원에서 전립선염 진단을 받은 대기업 전산실 과장 김모(42) 씨는 두 달 전부터 화장실 가는 횟수가 부쩍 잦아졌다. 문제는 그렇게 화장실을 자주 가도 시원하지 않고, 방광에 오줌이 남아 있는 느낌이 계속된다는 것. 특히 술자리를 한 다음 날은 화장실 가는 빈도는 물론 통증도 더해져 업무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다.
김씨 같은 증상이 있는 중년층이라면 전립선염을 의심해야 한다. 전립선염은 남성의 대표적 질병인 전립선 질환의 하나로, 비뇨기과 외래환자의 20~25%를 차지할 만큼 많다. 국내 청·장년 남성의 10명 중 3명이 고생할 정도로 흔한 질환. 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약 50%가 평생 살아가면서 전립선염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시적으로 생겼다 사라져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심하면 남성불임 원인 되기도
전립선에 염증이 생기면 인접한 요도에 바로 영향을 줘 배뇨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전립선염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고질적 질환. 그래서 증상이 생겼을 때 조금 쉬면 괜찮아졌다가 어느 시점에 재발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 산부인과 가는 걸 두려워하는 것만큼, 남성이 비뇨기과 문턱 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산부인과에서처럼 어떤 식으로든 의료진 앞에 성기를 드러내 보여야 한다는 부끄러움도 한 이유가 되지만, 남성들의 경우 ‘전립선 질환=성병’ ‘전립선염=정력 약화’라는 사회적 오해가 발목을 잡는다.
이는 여성과 달리 남성의 비뇨기 계통은 생식기 계통과 분리되지 않고 전립선에서 하나로 묶여 있는 데서 비롯됐다. 남성의 소변과 정액은 전립선 안에 있는 요도를 통해 외부(성기)로 배출된다. 사정할 때는 소변이 나오지 않거나, 아침에 발기됐을 때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은 복잡한 신경분포로 구성된 장치가 전립선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사정할 때는 소변을 요도로 보내는 방광 괄약근이 오므려지는 반면, 정액이 나가는 사정관은 활짝 열린다. 반대로 소변이 방광에서 배출될 때는 사정관 쪽의 괄약근이 조여 두 액체가 섞이는 것을 막아준다.
일단 전립선에 염증이 오면 항문과 고환 사이(회음부) 또는 성기 앞부분에 묵직한 통증이 나타나고 다양한 배뇨증상이 생기며, 성기능에 관련된 복잡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지어 통증 때문에 “고환을 떼어내고 싶다”는 환자가 있을 정도. 증세가 갑자기, 또 심하게 오는 급성 세균성 전립선염은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 경우 몸이 떨리는 오한이 생기면서 39℃ 이상의 고열이 나며, 전립선이 퉁퉁 부어 요도를 압박하면서 소변보기가 힘들어진다. 이때 의사가 항문을 통해 전립선을 만져보면(직장항문수지검사, 일명 ‘전립선 마사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심하면 소변을 전혀 못 봐 배 쪽으로 긴 혈관용 바늘이나 카테터를 꽂아 소변을 뽑아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전립선 뒤에 있는 직장에서 대장균이 전립선으로 침입해 급성으로 생기는 염증반응이다.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질환
이에 비해 오랫동안 지속된 만성 전립선염은 비뇨기과 환자의 25%를 차지하며, 50세 이하 남성에게서 가장 흔한 질환이다. 배뇨증상, 통증, 성기능 장애 등 사람마다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급성 전립선염에 비해 치료가 쉽지 않고 재발 가능성도 높다.
일반적으로 하루 평균 5~6회인 소변보는 횟수가 8~10회로 늘어나는 빈뇨증상이 가장 먼저 나타나며,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은 잔뇨감이 든다. 또 소변량이 적고, 소변 줄기도 약해진다. 전립선비대증과 증상이 비슷하다.
하지만 회음부의 뻐근함, 고환 통증, 방광이 자리한 아랫배의 심한 통증 등 전립선 주변부에 통증이나 불쾌감이 있다면 만성 전립선염을 의심해야 한다. 이런 통증과 불쾌감은 전립선에 생긴 염증이 주변 부위를 자극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그 주변의 수많은 혈관과 신경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기능과 관련한 증상도 다양하다. 성욕 감소(설문 환자 중 53%), 자연발기력 감소(81%), 발기력 감퇴(84%), 사정 시 통증(31%)의 성기능장애 외에도 조루증 심화, 극치감 감소, 정액량 감소를 호소한다.
전립선염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증상의 경·중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커다란 심적 스트레스를 겪는 것. 만성 전립선염 환자의 약 60%에서 우울증을 호소한다는 조사보고서도 있다.
전립선염의 대표적 증상인 배뇨의 어려움은 만성 피로와 자신감 약화를 불러온다. 전립선염이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는 것도 이 때문. 특히 직장인이나 고시생, 취업준비생 등 집중해서 일 또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들에게 전립선염은 삶의 행보를 바꿀 수도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전립선염 자체가 생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 질환은 아니지만, 만성 전립선염이 진행될수록 심해지는 회음부 통증과 조루증 및 성기능 감소, 집중력 감퇴는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립선에 염증 생기는 3가지 이유
그렇다면 전립선에 염증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는 세균 감염 때문이다. 전립선염 증상으로 병·의원을 찾는 환자의 5~10%가 이에 해당한다. 세균 중에는 성병을 일으키는 균도 포함되는데, 배뇨 시 통증이나 하복부 불쾌감 등 전형적인 전립선염 증상이 있는데 환자가 병·의원 방문을 꺼리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두 번째는 비세균성 염증성 전립선염으로 비세균성 감염인자, 즉 클라미디아, 곰팡이, 바이러스 감염 등이 원인이다.
세 번째는 비염증성 전립선통으로 아직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자가면역 이상, 방광경부 신경 이상, 스트레스 및 정신적 요인 등 비감염성 요인들이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감정적 불안정 요소나 스트레스가 전립선을 둘러싼 근육, 즉 고환과 항문의 중간인 회음부 근육을 과도하게 긴장시켜 통증을 유발하고 악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생활하는 운전기사, 사무직 직장인에게 전립선염과 전립선통이 많은 것도 감정적 불안정이나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다. 오랜 시간 앉아 있어서 생기는 회음부 자극, 장시간 소변을 참아야 하는 환경,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전립선염을 초래한다. 또 무절제하게 술을 마시는 경우에도 전립선염 증상이 생길 수 있어 폭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전립선염을 진단할 때는 환자의 병력을 살펴본 뒤 소변 및 전립선액 검사, 소변의 세균배양검사 등을 한다. 직장수지검사를 통해 분비된 전립선액에서 염증세포인 백혈구가 기준치보다 많이 나오면 염증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물론 백혈구가 없어도, 즉 염증이 없어도 배뇨 증상, 회음부 통증 같은 전립선 관련 증상을 호소하면 전립선염으로 파악한다.
전립선액을 얻으려면 반드시 전립선 마사지를 해야 하는데, 의사가 검지를 환자의 항문에 넣어 전립선을 마사지하면 요도와 성기로 전립선액이 흘러나온다. 이 액을 슬라이드용 유리로 받아 각종 검사를 진행한다.
난치성이라도 낙담할 필요 없어
전립선염 치료는 질환의 성격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뉜다. 원인이 워낙 다양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많기 때문. 질환의 진행과정, 증상, 예후 등도 제각각이다. 오한과 고열, 빈뇨, 잔뇨감, 야간뇨를 동반하는 급성 세균성 전립선염은 오히려 치료가 쉬운 편이다. 입원한 뒤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면 대부분 치료된다.
그러나 만성 세균성 전립선염 환자는 항생제를 장기간 투여해도 치료가 쉽지 않다. 생식기관인 전립선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일반적인 약물의 침투가 힘들고, 이로 인해 재발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보통 8주 이상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고,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염증과 무관하게 전립선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전립선염 환자가 많은데, 이는 스트레스와 회음부의 지속적인 긴장, 방광과 전립선의 기능이상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보다는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이 주로 사용된다.
비록 난치성이기는 해도 치료가 쉽지 않다는 뜻이지, 절대 치료가 안 된다는 것은 아니므로 낙담할 필요는 없다. 장기간 치료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 치료에는 전립선비대 치료제로도 쓰이는 알파차단제나 기타 약물을 사용하고, 회음부 근육이완을 위한 골반근육 재교육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 밖에 물리치료, 전기자극 치료, 온열요법 등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고 있지만, 확실하게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세균감염은 없는데 증상만 있다면 의사와 상담을 계속하면서 온수 좌욕, 전립선 마사지(특히 성교 후 통증이 심한 경우) 등 대증요법을 활용하는 게 좋다.
전립선염은 세균성, 비세균성 할 것 없이 예방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립선염의 악화를 막기 위한 관리법이 건강한 사람에겐 최선의 예방법이다. 그러려면 평소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환경을 조성하고 충분한 휴식과 운동으로 회음부 근육의 긴장을 방지하는 한편, 배뇨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오줌 절대 참지 마라!
또한 대다수 남성이 술자리는 물론 평상시에도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기 위해, 혹은 하던 일을 마저 끝내려고 요의(尿意)를 느끼면서도 참는데 이는 매우 좋지 않은 습관이다. 소변을 참을수록 회음부 근육은 더욱 긴장하기 때문에 막상 소변기 앞에 서면 회음부 근육이 풀리지 않아 볼일을 못 보게 되는 낭패를 본다. 소변을 오래 참는 게 버릇이 되면 건강한 사람도 소변이 역류해 전립선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을 억누르면 병이 생기는 게 상식이다.
생활습관도 바꿔야 한다. 장시간 앉아서 공부를 하는 고시생과 취업준비생들은 다리를 꼬는 자세를 삼가고, 2시간에 10분 정도는 휴식하며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체조 등으로 혈액순환을 개선해야 한다. 전립선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딱딱한 자리에 오래 앉지 말고, 의자나 운전석에는 쿠션을 두며, 자전거는 너무 오래 타지 말아야 한다. 전립선염은 피로해지면 재발하므로 피로를 피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운동을 꾸준히 하거나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고, 술·커피 등 자극적인 음식을 되도록 삼간다.
또한 규칙적인 부부관계를 통해 전립선액을 배출하고, 평소 또는 과음 후 좌욕으로 전립선과 회음부의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도 권장된다. 약간 뜨거운 물을 배꼽까지 채우고 편안한 상태에서 10분쯤 있거나, 이 방법이 여의치 않으면 샤워할 때 선 채로 뜨겁고 강한 물줄기를 회음부에 쏘여주면 된다. 이때 너무 뜨거운 물을 쏘거나 고환 부위를 직접 찜질하는 것은 정자의 운동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충분한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소변의 농도를 옅게 해 전립선 요도에 가해지는 자극을 줄일 수 있기 때문. 알코올, 커피 등 자극적인 음식을 자제하는 것도 좋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정병하 교수,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현무 교수, 일산병원 비뇨기과 고우진 교수,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구자현 교수
김씨 같은 증상이 있는 중년층이라면 전립선염을 의심해야 한다. 전립선염은 남성의 대표적 질병인 전립선 질환의 하나로, 비뇨기과 외래환자의 20~25%를 차지할 만큼 많다. 국내 청·장년 남성의 10명 중 3명이 고생할 정도로 흔한 질환. 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약 50%가 평생 살아가면서 전립선염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시적으로 생겼다 사라져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심하면 남성불임 원인 되기도
전립선에 염증이 생기면 인접한 요도에 바로 영향을 줘 배뇨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전립선염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고질적 질환. 그래서 증상이 생겼을 때 조금 쉬면 괜찮아졌다가 어느 시점에 재발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 산부인과 가는 걸 두려워하는 것만큼, 남성이 비뇨기과 문턱 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산부인과에서처럼 어떤 식으로든 의료진 앞에 성기를 드러내 보여야 한다는 부끄러움도 한 이유가 되지만, 남성들의 경우 ‘전립선 질환=성병’ ‘전립선염=정력 약화’라는 사회적 오해가 발목을 잡는다.
이는 여성과 달리 남성의 비뇨기 계통은 생식기 계통과 분리되지 않고 전립선에서 하나로 묶여 있는 데서 비롯됐다. 남성의 소변과 정액은 전립선 안에 있는 요도를 통해 외부(성기)로 배출된다. 사정할 때는 소변이 나오지 않거나, 아침에 발기됐을 때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은 복잡한 신경분포로 구성된 장치가 전립선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사정할 때는 소변을 요도로 보내는 방광 괄약근이 오므려지는 반면, 정액이 나가는 사정관은 활짝 열린다. 반대로 소변이 방광에서 배출될 때는 사정관 쪽의 괄약근이 조여 두 액체가 섞이는 것을 막아준다.
일단 전립선에 염증이 오면 항문과 고환 사이(회음부) 또는 성기 앞부분에 묵직한 통증이 나타나고 다양한 배뇨증상이 생기며, 성기능에 관련된 복잡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지어 통증 때문에 “고환을 떼어내고 싶다”는 환자가 있을 정도. 증세가 갑자기, 또 심하게 오는 급성 세균성 전립선염은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 경우 몸이 떨리는 오한이 생기면서 39℃ 이상의 고열이 나며, 전립선이 퉁퉁 부어 요도를 압박하면서 소변보기가 힘들어진다. 이때 의사가 항문을 통해 전립선을 만져보면(직장항문수지검사, 일명 ‘전립선 마사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심하면 소변을 전혀 못 봐 배 쪽으로 긴 혈관용 바늘이나 카테터를 꽂아 소변을 뽑아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전립선 뒤에 있는 직장에서 대장균이 전립선으로 침입해 급성으로 생기는 염증반응이다.
전립선염 환자들은 잦은 소변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만성피로감을 호소한다. (그림) 직장항문수지검사
이에 비해 오랫동안 지속된 만성 전립선염은 비뇨기과 환자의 25%를 차지하며, 50세 이하 남성에게서 가장 흔한 질환이다. 배뇨증상, 통증, 성기능 장애 등 사람마다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급성 전립선염에 비해 치료가 쉽지 않고 재발 가능성도 높다.
일반적으로 하루 평균 5~6회인 소변보는 횟수가 8~10회로 늘어나는 빈뇨증상이 가장 먼저 나타나며,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은 잔뇨감이 든다. 또 소변량이 적고, 소변 줄기도 약해진다. 전립선비대증과 증상이 비슷하다.
하지만 회음부의 뻐근함, 고환 통증, 방광이 자리한 아랫배의 심한 통증 등 전립선 주변부에 통증이나 불쾌감이 있다면 만성 전립선염을 의심해야 한다. 이런 통증과 불쾌감은 전립선에 생긴 염증이 주변 부위를 자극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그 주변의 수많은 혈관과 신경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기능과 관련한 증상도 다양하다. 성욕 감소(설문 환자 중 53%), 자연발기력 감소(81%), 발기력 감퇴(84%), 사정 시 통증(31%)의 성기능장애 외에도 조루증 심화, 극치감 감소, 정액량 감소를 호소한다.
전립선염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증상의 경·중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커다란 심적 스트레스를 겪는 것. 만성 전립선염 환자의 약 60%에서 우울증을 호소한다는 조사보고서도 있다.
전립선염의 대표적 증상인 배뇨의 어려움은 만성 피로와 자신감 약화를 불러온다. 전립선염이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는 것도 이 때문. 특히 직장인이나 고시생, 취업준비생 등 집중해서 일 또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들에게 전립선염은 삶의 행보를 바꿀 수도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전립선염 자체가 생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 질환은 아니지만, 만성 전립선염이 진행될수록 심해지는 회음부 통증과 조루증 및 성기능 감소, 집중력 감퇴는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립선에 염증 생기는 3가지 이유
그렇다면 전립선에 염증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는 세균 감염 때문이다. 전립선염 증상으로 병·의원을 찾는 환자의 5~10%가 이에 해당한다. 세균 중에는 성병을 일으키는 균도 포함되는데, 배뇨 시 통증이나 하복부 불쾌감 등 전형적인 전립선염 증상이 있는데 환자가 병·의원 방문을 꺼리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두 번째는 비세균성 염증성 전립선염으로 비세균성 감염인자, 즉 클라미디아, 곰팡이, 바이러스 감염 등이 원인이다.
세 번째는 비염증성 전립선통으로 아직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자가면역 이상, 방광경부 신경 이상, 스트레스 및 정신적 요인 등 비감염성 요인들이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감정적 불안정 요소나 스트레스가 전립선을 둘러싼 근육, 즉 고환과 항문의 중간인 회음부 근육을 과도하게 긴장시켜 통증을 유발하고 악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생활하는 운전기사, 사무직 직장인에게 전립선염과 전립선통이 많은 것도 감정적 불안정이나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다. 오랜 시간 앉아 있어서 생기는 회음부 자극, 장시간 소변을 참아야 하는 환경,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전립선염을 초래한다. 또 무절제하게 술을 마시는 경우에도 전립선염 증상이 생길 수 있어 폭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전립선염을 진단할 때는 환자의 병력을 살펴본 뒤 소변 및 전립선액 검사, 소변의 세균배양검사 등을 한다. 직장수지검사를 통해 분비된 전립선액에서 염증세포인 백혈구가 기준치보다 많이 나오면 염증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물론 백혈구가 없어도, 즉 염증이 없어도 배뇨 증상, 회음부 통증 같은 전립선 관련 증상을 호소하면 전립선염으로 파악한다.
전립선액을 얻으려면 반드시 전립선 마사지를 해야 하는데, 의사가 검지를 환자의 항문에 넣어 전립선을 마사지하면 요도와 성기로 전립선액이 흘러나온다. 이 액을 슬라이드용 유리로 받아 각종 검사를 진행한다.
난치성이라도 낙담할 필요 없어
전립선염 치료는 질환의 성격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뉜다. 원인이 워낙 다양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많기 때문. 질환의 진행과정, 증상, 예후 등도 제각각이다. 오한과 고열, 빈뇨, 잔뇨감, 야간뇨를 동반하는 급성 세균성 전립선염은 오히려 치료가 쉬운 편이다. 입원한 뒤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면 대부분 치료된다.
그러나 만성 세균성 전립선염 환자는 항생제를 장기간 투여해도 치료가 쉽지 않다. 생식기관인 전립선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일반적인 약물의 침투가 힘들고, 이로 인해 재발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보통 8주 이상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고,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염증과 무관하게 전립선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전립선염 환자가 많은데, 이는 스트레스와 회음부의 지속적인 긴장, 방광과 전립선의 기능이상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보다는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이 주로 사용된다.
비록 난치성이기는 해도 치료가 쉽지 않다는 뜻이지, 절대 치료가 안 된다는 것은 아니므로 낙담할 필요는 없다. 장기간 치료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 치료에는 전립선비대 치료제로도 쓰이는 알파차단제나 기타 약물을 사용하고, 회음부 근육이완을 위한 골반근육 재교육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 밖에 물리치료, 전기자극 치료, 온열요법 등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고 있지만, 확실하게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세균감염은 없는데 증상만 있다면 의사와 상담을 계속하면서 온수 좌욕, 전립선 마사지(특히 성교 후 통증이 심한 경우) 등 대증요법을 활용하는 게 좋다.
전립선염은 세균성, 비세균성 할 것 없이 예방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립선염의 악화를 막기 위한 관리법이 건강한 사람에겐 최선의 예방법이다. 그러려면 평소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환경을 조성하고 충분한 휴식과 운동으로 회음부 근육의 긴장을 방지하는 한편, 배뇨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전립선염은 감정적 불안정, 스트레스와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대다수 남성이 술자리는 물론 평상시에도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기 위해, 혹은 하던 일을 마저 끝내려고 요의(尿意)를 느끼면서도 참는데 이는 매우 좋지 않은 습관이다. 소변을 참을수록 회음부 근육은 더욱 긴장하기 때문에 막상 소변기 앞에 서면 회음부 근육이 풀리지 않아 볼일을 못 보게 되는 낭패를 본다. 소변을 오래 참는 게 버릇이 되면 건강한 사람도 소변이 역류해 전립선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을 억누르면 병이 생기는 게 상식이다.
생활습관도 바꿔야 한다. 장시간 앉아서 공부를 하는 고시생과 취업준비생들은 다리를 꼬는 자세를 삼가고, 2시간에 10분 정도는 휴식하며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체조 등으로 혈액순환을 개선해야 한다. 전립선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딱딱한 자리에 오래 앉지 말고, 의자나 운전석에는 쿠션을 두며, 자전거는 너무 오래 타지 말아야 한다. 전립선염은 피로해지면 재발하므로 피로를 피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운동을 꾸준히 하거나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고, 술·커피 등 자극적인 음식을 되도록 삼간다.
또한 규칙적인 부부관계를 통해 전립선액을 배출하고, 평소 또는 과음 후 좌욕으로 전립선과 회음부의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도 권장된다. 약간 뜨거운 물을 배꼽까지 채우고 편안한 상태에서 10분쯤 있거나, 이 방법이 여의치 않으면 샤워할 때 선 채로 뜨겁고 강한 물줄기를 회음부에 쏘여주면 된다. 이때 너무 뜨거운 물을 쏘거나 고환 부위를 직접 찜질하는 것은 정자의 운동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충분한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소변의 농도를 옅게 해 전립선 요도에 가해지는 자극을 줄일 수 있기 때문. 알코올, 커피 등 자극적인 음식을 자제하는 것도 좋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정병하 교수,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현무 교수, 일산병원 비뇨기과 고우진 교수,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구자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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