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 감독 개인적으로도 이번 상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완벽한 재기에 성공했다는 것을 널리 알린 셈이기 때문. 허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과 레바논 아시안컵 감독을 맡았을 때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이동국 이천수 박지성 이영표 등 호화 멤버를 거느리고도 올림픽 예선에서 허무하게 탈락했고, 아시안컵에서도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3위에 그쳐 지도력에 상처를 입었다. 이후 와신상담 끝에 2008년 다시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됐고, 결국 월드컵 7회 연속 진출이라는 업적을 이뤄냈다.
결과도 좋았지만 해외파와 국내파 간의 경쟁의식을 높이고, 기성용 이청용 등 어린 선수들을 과감하게 중용해 자연스럽게 대표팀의 체질 개선을 이뤄낸 점도 높이 평가된다. 허 감독의 이 같은 성과는 히딩크 감독 이후 축구계 전반으로 확산된 외국 감독 선호 추세에 맞서 ‘토종 감독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 월드컵 진출에 연이은 상복이 터진 허 감독에게 2009년은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