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 로큰롤라디오가 2월 27일 밤 서울 홍대 앞 클럽프리버드에서 4년 만에 부활한 ‘라이브클럽데이’의 하나로 공연하고 있다.
서울시내 상권 조사에서 홍대 앞은 부동의 1위다. 신촌, 강남 등 전통 상권은 뛰어넘은 지 오래고 가로수길, 경리단길 같은 신흥 상권에 비해서도 아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거대화 물결을 타기 시작한 홍대 앞은 이제 어디나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곳이 됐다. 포화상태 아니냐는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합정역에서 동교동 로터리까지 새로 짓는 빌딩은 모두 관광호텔이란 얘기가 있을 정도로 성장세에 꺾임이 없다.
오늘의 홍대 앞을 만든 건 당연히 인디 문화다. 1990년대 중반부터 홍대 앞에는 음악, 영화, 미술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기존 주류 문화와 차별되는 새로운 문화를 꿈꾸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라이브클럽과 카페, 대안 갤러리 등에서 자신의 작품을 발표했다. 홍대 앞은 그렇게 젊은 문화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급격하게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정작 문화가 설 자리는 사라졌다. 댄스클럽은 나이트클럽의 대체제가 됐고, ‘작업 성공률’이 높은 부킹 포장마차가 댄스클럽 주변에 즐비하게 들어섰다. 문화를 소비하는 대신 밤새 맛집과 술집을 찾아 헤매는 이들이 유동인구 대부분을 차지했다. 폭등하는 월세는 그나마 문화 공간, 돈보다 자아실현을 꿈꾸는 작은 가게들을 빠른 속도로 밀어냈다. 그 자리를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메웠다.
이러한 상황에도 라이브클럽 20여 개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연남동, 경리단길 등 최근 떠오른 ‘핫한’ 지역에서 먹고 마시는 유흥 외에 다른 문화가 생겨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환기한다면 홍대 앞의 저력은 아직 남아 있는 셈이다. 그래서다. 음악 관계자들이 모이면 “요즘 홍대 앞에 활기가 없다”고 걱정했던 이유는.
아직 많은 라이브클럽이 있고, 매주 열리는 공연이 있다. 매해 좋은 음반들이 발매되고 신인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몸으로 느껴지는 ‘무브먼트’가 사라졌다. 각각의 클럽이나 음악인이 따로 떨어진 점으로 존재할 뿐 그들을 잇는, 살아서 움직이는 선은 지워진 것이다.
이 선 노릇을 한 게 예전의 사운드데이다. 티켓 한 장으로 모든 공연을 볼 수 있다는 특성상 인기 있는 밴드의 공연뿐 아니라 음악 팬 사이에서 입소문을 모으기 시작한 신인 무대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렸다. 음악인은 물론 애호가들 마음까지 들썩이게 한 이유다. 들썩거림은 음악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 음악이 속해 있는 신(scene)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2009년 어느 날의 사운드데이, 막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에 출입구까지 사람들이 들어찼던 날의 기억은 아직도 선하다.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 말이다.
그 설렘이 돌아왔다. 그냥 오기만 한 게 아니라 업그레이드됐다. 티켓 판매 부스가 생겼고 각 공연마다 효과적인 입장 관리를 위한 인력이 배치됐다. 시간별, 장소별로 정교하게 라인업이 짜여졌다. 그 결과 어떤 시간, 어떤 공연도 만석이었다. 클럽 대부분에서 공연이 끝난 자정 무렵엔 홍대 앞에서 가장 큰 클럽인 레진코믹스 브이홀에서 이디오테잎의 공연이 있었다. 페스티벌로 말하자면 헤드라이너의 느낌이랄까. 500여 명 관객이 모여 들썩거렸다.
금요일 밤의 열기에 정점을 찍는 시간답게 객석 에너지는 이디오테잎의 이전 어떤공연보다 강력했다. 한 시간의 무대가 끝난 후 이디오테잎은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퇴장했다. 모든 공연이 끝난, 불야성의 홍대 앞. 벌써 다음 달 라이브클럽데이 1차 라인업을 소개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