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군 야전교범 기준 교리 ‘Operations(작전)’.
군사적 관점에서 ‘목표’라는 단어의 의미는 ‘명확하게 정의된 결정적이며 달성 가능한 대상’이다. ‘명확하게 정의된다’는 건 육하원칙에 따라 논리적으로 기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정적’이라는 말은 목표 자체보다 이를 달성해 얻는 효과나 성과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달성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는 목표를 단순한 꿈과 구분 짓는 요소다.
따라서 군사작전에서 목표는 대상물과 이에 대해 취해야 할 행동으로 나눠 기술된다. 미 육군 야전교범의 기준 교리 ‘Operations(작전)’는 목표를 선정할 때 고려해야 할 분명한 원칙을 제시한다. 꼼꼼히 살펴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세우는 목표들이 왜 그리 쉽게 어그러지는지 되짚어볼 힌트가 알알이 박혀 있다.
‘목표 그 자체’는 목표가 아니다
‘Operations’는 군사작전의 최종 지점이 목표를 달성하는 일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고자 선정하는 것일 뿐이다. ‘적 지역의 157고지를 확보한다’는 목표는 ‘157고지 일대의 주요 지형지물을 확보함으로써 적의 주력을 격멸하기 위해 유리한 여건을 마련한다’는 임무의 일부일 따름이다.
더욱이 임무를 완수하는 데 필요한 자원은 항상 제한적이다. 따라서 임무를 부여받은 지휘관은 이러한 제한사항을 분석하고 통찰함으로써 임무를 달성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과업에 전투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 수단이 바로 목표다.
물론 목표가 명확하게 기술될수록 각 부대는 작전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뭘 하라는 건지 잘 알아듣게 얘기해야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초의 총성 한 발과 함께 모든 계획은 백지가 된다’는 격언처럼 언제나 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때는 창의성과 유연성이 매우 중요한 덕목이 된다.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려면 애초 목표를 세울 때 ‘어떻게(how)’ 달성할지보다 ‘무엇을(what)’ 달성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와 임무가 상위의 정치적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전적인 공격-방어 작전에서 지휘관이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적의 군사력 궤멸 같은 군사적 영역에 한정돼 있었지만, 현대전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요소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컨대 포병 일제사격을 가할 때 지휘관은 해당 지역에 중요 문화유산이 있는지, 민간인 시설은 없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전투에서 이기고도 작전에서는 실패하거나, 작전은 성공했더라도 전쟁에서는 패하고 마는 상황이 벌어진다.
다시 금연 얘기로 돌아와 보자. 앞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새해 목표로 ‘금연’ 두 글자만 정해두는 건 적절하지도, 충분하지도 않은 일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층 세심한 설계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먼저 금연이라는 문구를 책상 앞에 써 붙이기 전에 담배를 끊음으로써 완수하고 싶은 상위의 임무를 명확히 선정해야 한다. 호흡기 건강을 되찾아 장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겠다든지, 간접흡연 가능성을 줄여 가족의 건강을 증진한다든지 하는 더 높은 수준의 임무다. 사람은 누구나 더 높은 가치, 더 높은 차원의 행복을 원하기 마련이고, 이를 목표와 연계할 때 동기부여도 훨씬 쉬운 법이다.
그러나 금연이라는 임무를 완수하는 과정에서도 자원은 언제나 한정돼 있고 상황은 늘 가변적이다. 담배는 널려 있지만 금연에 도움이 되는 수단은 제한적이지 않은가. 동네 보건소마다 금연클리닉이 있다지만 방문할 시간이 없고, 금연패치나 껌 같은 보조 수단으로도 금연을 확신할 수 없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음주 회식이 이어지기라도 하면 슬그머니 담배를 찾는 게 흡연자의 속성 아닌가.
이러한 부분까지 고려해 가장 중요한 과업에 노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좋은 목표’다. 금연이라는 단어 하나를 써 붙이는 대신 실천 가능한 방법이나 수단을 포함한 문장으로 기술해야 한다. 그러면 상황에 따라 목표를 단계화하거나 분할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금연을 위해 주간에는 심호흡과 물 섭취로 습관적인 흡연 욕구를 억제하고, 3월 말까지는 일과 이후 흡연자와의 접촉을 피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음주 회식을 피할 수 없을 때는 3월 말까지 대체 수단을 사용하고 4월부터는 상황과 무관하게 금연한다’는 식의 세부화한 지침을 작성하는 것이다.
상위 목표와 맞춰보라
금연구역이 확대된 새해, 점심식사를 마친 흡연자들이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금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나 피해야 할 결심이 무엇인지 사전에 고민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TV에 나온 성공담만 믿고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마다 팔굽혀펴기 20번을 한다’고 정한다면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유혹에 약한 사람이 담뱃갑에 ‘절대 금연’이라고 써서 눈앞에 둔다면 결과는 백전백패일 터다.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이러한 지침은 다양한 부분에 적용될 수 있다. 영어회화 마스터, 근육질 몸매 만들기, 해외여행 두 번 가기 등 하고 싶은 일은 널려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목표가 더 상위에 있는 목표와 조화를 이루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일이다.
1년 단위 목표는 한 해가 지난 뒤 자신을 돌아보고 내년을 위한 새로운 계획을 세울 때 기준 노릇을 한다. 그러므로 과연 달성 가능한지 냉철히 생각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건강 차원에서는 의심할 여지없이 중요하지만, 달성 가능성이 극히 낮다면 군사적 관점에서는 적절치 않은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과감히 우선순위를 조정해 달성 가능한 목표를 찾으라는 게 미군 야전교범의 가르침이다. 물론 금연 실패자를 위해 더없이 훌륭한 변명거리이기도 하지만.
남보람 연구원은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서 한미 관계와 관련한 미국 측 기록물의 비밀해제 협상과 국내 입수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과 육군군사연구소 등에서 파견근무했다. 미군의 주요 야전교범에서 얻을 수 있는 일상생활과 비즈니스의 지혜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