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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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다이어트해야 피부 살아난다”

이은주 NIC 화장품연구소 대표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5-03-09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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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품 다이어트해야 피부 살아난다”
    졸업, 입학 시즌이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이 무렵이 되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나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여성은 ‘화장품 기초 4종 세트’를 선물로 받곤 했다.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으로 구성된, ‘성인 여성이라면 모름지기 사용해야 할 필수제품’으로 여겨지던 것들이다. 이은주 NIC 화장품연구소 대표(약학박사 · 사진)는 2009년 저서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을 통해 이 고정관념에 메스를 들이댄 인물이다.

    당시 그는 “4가지 제품은 이름과 점성만 다를 뿐, 성분이 거의 동일하다. 대한민국 여성들이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에 현혹돼 화장품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당수 화장품에 파라벤 등 인체에 해로운 화학성분이 함유돼 있다”며 “화장품을 많이 바르는 건 불필요할 뿐 아니라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기초 4종 세트’라는 말은 사실상 사라졌다. 그런데 아직 할 이야기가 남은 걸까. 이 대표는 최근 ‘대한민국 좋은 화장품 나쁜 화장품’이라는 또 다른 책을 내고, 다시 한 번 우리나라 사람들의 화장품 사용 실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숫자 마케팅의 비밀

    “첫 책을 쓴 뒤 ‘그럼 화장품을 아예 쓰지 말라는 말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데 사실 저는 화장을 꽤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화장품을 사용하면서 건강과 아름다움 둘 다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의문에 답하려고 이 책을 쓴 겁니다.”

    화사하게 메이크업한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며 이 대표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첫째로 강조한 건 ‘숫자 마케팅’ (numeric marketing · 뉴메릭 마케팅)에 속지 말라는 것. 예를 들어 한 화장품 포장지에 ‘90% 천연 유래 성분’이라고 적혀 있다고 하자. 소비자는 해당 제품이 이런 문구가 적혀 있지 않은 화장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하고 안전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런 생각이 착각일 수 있다고 했다.

    “화장품의 주요 구성 성분은 정제수, 즉 물이거든요. 클렌저나 토너 같은 제품은 물 비중이 더 높고요. 정제수가 천연에서 왔으니 이런 제품의 천연 성분 비중이 90%에 이르는 건 특별한 게 아닐 수 있습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은 ‘하루만 써도 피부가 달라진다’ ‘14일 만에 맑고 생기 넘치는 피부를 약속한다’ 같은 문구다. 이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피부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28이다. 각질이 28±3일을 주기로 생성과 탈락을 반복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이 사이클이 끝나기도 전인 14일, 심지어 하루 안에 피부 변화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 이는 주관적인 설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만약 광고처럼 순식간에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난다면 의약품으로 만들어야죠. 그럼 훨씬 큰돈을 벌 수 있지 않겠어요. 피부의 기적은 단 며칠 만에 결코 찾아오지 않습니다. 화장품 회사에서 사용하는 숫자는 대부분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 요소에 불과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특정 성분의 ‘특허 출원’이라는 말에도 속지 말라고 당부했다. 특허 출원은 새로운 발명을 한 사람이 국가에 특허를 요구하는 행위로, 이를 했다고 해서 바로 대단한 기술력이 입증되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나 서울대 지원했던 사람이야’라는 말과 ‘나 서울대 출신이야’라는 말은 완전히 다른 것 아니냐”며 “화장품 회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가 속게 만드는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세안제, 보습제, 자외선차단제

    그가 소개한 사례는 ‘달팽이 화장품’에 관한 것이다. 이 대표는 언젠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주름개선 기능성 인증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광고하던 한 달팽이 화장품 회사에 전화를 걸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달팽이 점액 추출물이 주름개선 인증을 받은 것인지 물어보자 ‘아닙니다, 고객님’ 하면서도 대답이 참 장황하더군요. 계속 달팽이 점액 추출물이 피부에 얼마나 좋은지만 설명하는 거예요. 알고 보니 제품 안에 달팽이 점액 추출물이 들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물질로 기능성 인증을 받은 건 아니었어요. 결국 달팽이라는 키워드는 그저 마케팅 수단이었던 겁니다.”

    그의 설명을 듣다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렇다면 화장품을 똑똑하게 사용하려면 일반 소비자가 일일이 성분표를 분석하고, 해당 업체에 전화를 걸어가며 모든 마케팅의 허울을 벗겨내야 한다는 뜻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이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기억할 것은 단 한 가지, ‘순식간에 피부가 좋아지는 만병통치 화장품은 없다’라는 것이다.

    여기서 그의 화장품 사용법을 배워볼 만하다. 이 대표가 사용하는 기초화장품은 세안제, 보습제, 그리고 자외선차단제 세 가지뿐이다. 그는 “우리 피부는 각질을 적절히 제거하고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며 자외선을 잘 차단해주면 스스로 유 · 수분 밸런스를 맞춰 건강을 유지해간다. 그 외의 화장품은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게 내 의견”이라고 밝혔다. 세안제는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는 제품으로, 보습제는 인체 유해 화학물질이 없는 제품으로 고르는 게 핵심이다. 자외선차단제의 경우엔 피부에 무리가 가지 않는 SPF 30 안팎의 제품을 선택해 충분한 양을 자주 덧발라주는 게 좋다고 한다.

    “색조화장품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니까 제품 선택 기준이 달라요. 발색이 잘 되는지를 우선 보죠. 하지만 밥을 먹기 전에는 립스틱을 꼭 지워 제품의 화학성분이 몸에 흡수되지 않도록 합니다. 클렌징도 꼼꼼히 하고요.”

    이 대표는 “요즘 학생들이 일찍부터 색조화장을 하는 걸 보면 걱정스럽다”며 “앞으로는 어린이와 가임기 여성 등에게 화장품의 위험성을 알리고 똑똑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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