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명의로 된 조화 하나 보내는 것조차 꼼꼼하게 따지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 특별보좌관’이란 명함을 쓸 수 있는 특보에 김경재 특보를 임명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많다. 특보 임명 자체가 측근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 김 특보는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직전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 함께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 대선 당시 찬조 연설자로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한 인연이 있다. 그러나 대선 때 잠시 함께한 인연을 제외하고 김 특보는 박 대통령보다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훨씬 더 오랜 기간 정치를 해온 정통 DJ맨이다. 그런 그를 박 대통령이 특보로 임명한 이유는 뭘까. 여러 궁금증을 안고 3월 4일 오후 창성동 정부서울청사에서 김경재 특보를 만났다.
개헌으로 나라가 들썩이면 국가적 과제 풀지 못해
▼ 특보 임명 통보는 언제 받았나.
“2~3주 전부터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대통령과는 특보 발표 당일 아침에 12·#12316;13분 정도 통화했다.”
▼ 어떤 대화를 나눴나.
“박 대통령이 종합편성채널(종편)을 꽤 자주 보시는 것 같더라. 스태프들이 중요한 내용을 모아 대통령에게 보고한 건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내가 종편에 출연해 어떤 대목에서 어떤 얘기를 했는지까지 알고 계시더라.”
▼ 특보로 임명하면서 대통령이 어떤 주문을 하던가.
“대국민 소통에 주력해달라, 그리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돕는 국정홍보 구실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박 대통령이) 자세하게 말씀한 건 아니지만, MB(이명박) 정권에서 국정홍보처를 없앤 뒤 국정홍보가 제대로 안 돼 아쉬움이 있는 듯했다. 그런데 정부조직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일 아닌가. 국회 동의도 거쳐야 하고.”
▼ 국정홍보보다 개헌론 확산 저지 특명을 받은 것은 아닌가.
“평소 생각해왔던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한 것이다. 대통령 특명이 아니다.”
김경재 특보는 특보 임명 직후인 3월 2일 SBS 러브FM ‘한수진의 SBS전망대’와 인터뷰에서 ‘개헌 시기상조론’을 들고 나와 정치권의 큰 이목을 끌었다. 특히 개헌 전도사를 자임하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을 겨냥, “MB 대변인이란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여야 일각에서 개헌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개헌의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총선을 1년 앞두고, 더군다나 정부에서 개헌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국가 지도체제를 바꾸는 개헌을 독단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권력구조와 국가 지도체제를 바꾸는 개헌 문제로 나라가 들썩이면 지금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를 풀어내지 못한다.”
김 특보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 무상복지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낼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공존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공평하지 않아 쌓인 불만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등을 당면과제로 제시했다.
▼ 정부 국정운영을 국민에게 전하는 것뿐 아니라 국민 여론을 대통령에게 전할 의지는 없나.
“‘아니되옵니다’라고 말하는 충신이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은 아니다. 충신은 자기 견해를 세울 수는 있겠지만, 지도자는 어떻게 되겠나. 충신의 말을 듣지 않아 잘못된 결정을 한 지도자로 기록된 경우가 많지 않은가. 지도자를 좋은 지도자로 만드는 것은 양신(良臣)이다. 각 분야 여러 사람을 두루 만나 그분들의 얘기를 충실히 전달해 대통령이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양신이 되겠다.”
박 대통령, ‘증세 없는 복지’ 지키려 사력 다해
2012년 10월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3주기 추도식에서 박근혜 대통령(당시 새누리당 대통령선거 후보)과 김경재 대통령 홍보특보가 악수하고 있다.
“보고하는 채널이 반드시 있다.”
▼ 보고하려면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을 통해야 하는 것 아닌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긴급하게 연락할 채널이 있다.”
▼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국민 여론이 회의적이다.
“박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 약속을 지키고자 지금도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무상복지 공약이 정말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면 어떤 해법이 있을지 여러 의견을 두루 듣고 대통령에게 전하는 구실도 하겠다.”
▼ 지난 2년간 박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 방식을 답답해하는 국민이 많다.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고자 그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이 기대하고 원하는 방식과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국민 입맛을 모두 맞추긴 어렵겠지만, 국민이 아쉬워하는 대목을 최선을 다해 보완해나가겠다.”
▼ 인사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주는 소통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국가서열 11위까지 출신 지역을 살펴보니 특정 지역에 편중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나를 계기로 균형을 맞추는 탕평인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김 특보는 전남 순천 출신). 처음에는 국가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불가피했는지 모르겠지만, 편향 인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했다는 평가를 대통령도 원치 않을 것이다. 앞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 내년 총선에 출마하나.
“내 나이가 올해로 73세다.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는 것이 내 인생의 성공과 연결돼 있다. 박 대통령이 성공하도록 돕는 것을 인생의 마지막 사명이자 보람으로 알고 최선을 다해 대통령을 잘 보좌하려 한다. ‘진짜 좋은 참모’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보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