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집에서 영화를 보려면 집 근처 비디오점에 들러야 했다. 미국 방방곡곡에 자리했던 오프라인 비디오 매장 ‘블록버스터’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한 것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다. 최근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인 넷플릭스는 영화사, TV 방송국 존재마저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애플의 영웅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아이폰 개발보다 오히려 복잡한 음원(音源) 업계의 이해를 조정해 ‘아이튠즈’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음악시장 판도를 바꾼 과정이다. 최근에 시작된 ‘아이튠즈 라디오’ 역시 콘텐츠의 미래로 불린다. 주목할 점은 유무선 인터넷이 보편화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콘텐츠 소비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스트리밍은 인터넷에서 음성이나 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판 아이튠즈 라디오
‘비트패킹컴퍼니’는 발 빠르게 한국의 넷플릭스이자 아이튠즈 라디오를 선언하며 국내 스트리밍 콘텐츠 시장을 장악한 업체다. ‘비트패킹’이란 음악과 디지털(비트)을 적절하게 포장(패킹)해 서비스한다는 의미. 이 회사의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 ‘비트’는 서비스 출시 11개월 만에 회원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비트는 KBS, MBC, SBS 등 국내 방송 3사의 대표 라디오 프로그램의 지난 방송 듣기를 제공하고 산다라 박, 정용화, 선우정아 등 유명 아티스트와 음악 전문가가 DJ로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갖고 있다. 박수만(45·사진) 비트패킹컴퍼니 대표는 “그동안 지상파 라디오의 다시 듣기 서비스는 음악저작권 문제로 음악이 삭제된 채 DJ의 음성만 제공되는 일이 허다했다”며 “비트는 200여 음원권리사와 계약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한 만큼 선곡에 대한 고민 없이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부진 인상의 박 대표는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서 낯선 이름이 아니다. 그는 2006년 이후 한동안 ‘한국판 트위터’로 인기를 끌었던 ‘미투데이’ 개발자다. 외국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그는 2008년 네이버와 손잡고 국내 최대 인터넷 회사의 그늘 속으로 들어갔다. 당시 급성장하던 경쟁 서비스 ‘카카오톡’을 잡고자 그가 고안한 것이 최근 동창회 서비스로 인기 높은 ‘네이버 밴드’다.
그러나 공룡의 일부가 되는 것은 애초 그의 꿈도, 적성도 아니었던 듯싶다. 다시 한 번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고자 과감히 뛰쳐나와 만든 것이 바로 ‘비트’다.
“벅스, 멜론 등 쟁쟁한 선배(스트리밍 서비스)들은 과거 PC(개인용 컴퓨터) 환경에서 하던 대로 모바일 시대에 대처하고 있더군요. 카카오나 애니팡처럼 모바일 환경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를 고안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게으른 사용자를 위해 똑똑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제까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자유롭게 들으려면 월 5000원 이상의 정액제 서비스에 가입해야 했다. 조금 편법을 쓰면 다운로드 파일을 이리저리 가공해 스마트폰에 옮겨 넣을 수도 있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4000만 명입니다. 그런데 월정액 사용자는 600만 명 선에 그치고 있어요. 나머지가 언제까지 번거롭게 음악 파일을 이 기기에서 저 기기로 옮기고 앉아 있어야 할까요?”
박 대표의 타깃은 편안하게 음악을 듣고 싶은 보통의 수요자. 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려고 노동에 가까운 검색과 설정을 반복하는 과정을 없애주는 게 그의 목표였다.
“과거에는 ‘청취 노동’을 해야 음악을 들을 수 있었죠.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활용하면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 하고 정리하고 다시 보관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그가 이처럼 새로운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자 음악계 관심이 비트패킹컴퍼니에 쏠리기 시작했다. MBC 라디오 PD들이 먼저 연락해왔다.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의 다시 듣기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해줄 수 있느냐는 제안이었다. MBC가 시작하니 KBS와 SBS도 손을 내밀었다. 최근엔 YG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해 여러 스타 DJ가 ‘비트’를 위한 자체 방송을 제작할 정도가 됐다.
음악을 넘어 방송 전 분야 도전
서비스는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고민도 없지 않다. 그가 선결해야 했던 과제는 스트리밍 음원의 저작권 문제였다. 현재 이 회사의 비용은 대부분 음원료다. 사용자는 음악을 공짜로 듣고, 그는 돈을 낸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비트’에는 음악 광고가 거슬리지 않는 수준으로 들어가 있다. 박 대표는 “정액제 서비스는 돈을 받기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던 광고 콘텐츠 제공을 우리는 무료이기 때문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라며 “과거 라디오가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새롭게 태어난 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트’의 광고는 음원료를 커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청취자를 위한 고급 정보 구실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케이팝(K-pop) 본거지에서 음악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해외 진출 야심도 없을 수 없다.
“영국의 자동차 정보 프로그램 ‘톱기어’는 세계에서 1억 명이 봅니다. 한국에서 세계로 수출하기에 좋은 자원이 바로 음악이죠. ‘비트’를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글로벌 뮤직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물론 비트패킹컴퍼니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문제는 한국의 음악 저작권 시장과 관련 산업계, 그리고 투자자의 여건이 실리콘밸리에 비해 매우 척박하다는 점이다. 잡스도 아이튠즈를 만들 당시 수없이 벽에 부딪히고 위기를 겪었다. 결국 그는 특유의 비전과 리더십으로 워너뮤직, 소니뮤직 등 메이저 음반사들을 설득해냈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박 대표의 ‘비트’가 음악을 넘어 방송 전 분야로 확장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그는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한류의 미래 혹은 한국 콘텐츠 시장의 미래는 모바일 환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건은 누가 먼저 판을 키울 모델을 개발하는가죠. 우리 서비스가 그런 구실을 하면 좋겠습니다.”
애플의 영웅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아이폰 개발보다 오히려 복잡한 음원(音源) 업계의 이해를 조정해 ‘아이튠즈’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음악시장 판도를 바꾼 과정이다. 최근에 시작된 ‘아이튠즈 라디오’ 역시 콘텐츠의 미래로 불린다. 주목할 점은 유무선 인터넷이 보편화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콘텐츠 소비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스트리밍은 인터넷에서 음성이나 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판 아이튠즈 라디오
‘비트패킹컴퍼니’는 발 빠르게 한국의 넷플릭스이자 아이튠즈 라디오를 선언하며 국내 스트리밍 콘텐츠 시장을 장악한 업체다. ‘비트패킹’이란 음악과 디지털(비트)을 적절하게 포장(패킹)해 서비스한다는 의미. 이 회사의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 ‘비트’는 서비스 출시 11개월 만에 회원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비트는 KBS, MBC, SBS 등 국내 방송 3사의 대표 라디오 프로그램의 지난 방송 듣기를 제공하고 산다라 박, 정용화, 선우정아 등 유명 아티스트와 음악 전문가가 DJ로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갖고 있다. 박수만(45·사진) 비트패킹컴퍼니 대표는 “그동안 지상파 라디오의 다시 듣기 서비스는 음악저작권 문제로 음악이 삭제된 채 DJ의 음성만 제공되는 일이 허다했다”며 “비트는 200여 음원권리사와 계약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한 만큼 선곡에 대한 고민 없이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부진 인상의 박 대표는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서 낯선 이름이 아니다. 그는 2006년 이후 한동안 ‘한국판 트위터’로 인기를 끌었던 ‘미투데이’ 개발자다. 외국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그는 2008년 네이버와 손잡고 국내 최대 인터넷 회사의 그늘 속으로 들어갔다. 당시 급성장하던 경쟁 서비스 ‘카카오톡’을 잡고자 그가 고안한 것이 최근 동창회 서비스로 인기 높은 ‘네이버 밴드’다.
그러나 공룡의 일부가 되는 것은 애초 그의 꿈도, 적성도 아니었던 듯싶다. 다시 한 번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고자 과감히 뛰쳐나와 만든 것이 바로 ‘비트’다.
“벅스, 멜론 등 쟁쟁한 선배(스트리밍 서비스)들은 과거 PC(개인용 컴퓨터) 환경에서 하던 대로 모바일 시대에 대처하고 있더군요. 카카오나 애니팡처럼 모바일 환경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를 고안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게으른 사용자를 위해 똑똑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제까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자유롭게 들으려면 월 5000원 이상의 정액제 서비스에 가입해야 했다. 조금 편법을 쓰면 다운로드 파일을 이리저리 가공해 스마트폰에 옮겨 넣을 수도 있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4000만 명입니다. 그런데 월정액 사용자는 600만 명 선에 그치고 있어요. 나머지가 언제까지 번거롭게 음악 파일을 이 기기에서 저 기기로 옮기고 앉아 있어야 할까요?”
박 대표의 타깃은 편안하게 음악을 듣고 싶은 보통의 수요자. 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려고 노동에 가까운 검색과 설정을 반복하는 과정을 없애주는 게 그의 목표였다.
“과거에는 ‘청취 노동’을 해야 음악을 들을 수 있었죠.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활용하면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 하고 정리하고 다시 보관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그가 이처럼 새로운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자 음악계 관심이 비트패킹컴퍼니에 쏠리기 시작했다. MBC 라디오 PD들이 먼저 연락해왔다.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의 다시 듣기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해줄 수 있느냐는 제안이었다. MBC가 시작하니 KBS와 SBS도 손을 내밀었다. 최근엔 YG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해 여러 스타 DJ가 ‘비트’를 위한 자체 방송을 제작할 정도가 됐다.
음악을 넘어 방송 전 분야 도전
모바일 음원 무료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 ‘비트’를 개발한 비트패킹컴퍼니 사무실(위)과 인터넷 홈페이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케이팝(K-pop) 본거지에서 음악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해외 진출 야심도 없을 수 없다.
“영국의 자동차 정보 프로그램 ‘톱기어’는 세계에서 1억 명이 봅니다. 한국에서 세계로 수출하기에 좋은 자원이 바로 음악이죠. ‘비트’를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글로벌 뮤직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물론 비트패킹컴퍼니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문제는 한국의 음악 저작권 시장과 관련 산업계, 그리고 투자자의 여건이 실리콘밸리에 비해 매우 척박하다는 점이다. 잡스도 아이튠즈를 만들 당시 수없이 벽에 부딪히고 위기를 겪었다. 결국 그는 특유의 비전과 리더십으로 워너뮤직, 소니뮤직 등 메이저 음반사들을 설득해냈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박 대표의 ‘비트’가 음악을 넘어 방송 전 분야로 확장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그는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한류의 미래 혹은 한국 콘텐츠 시장의 미래는 모바일 환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건은 누가 먼저 판을 키울 모델을 개발하는가죠. 우리 서비스가 그런 구실을 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