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공연(왼쪽)과 오프닝 파티.
클래식 애호가에게 최고 여름 음악축제를 말해보라고 하면 아마 대다수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첫손에 꼽을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이 페스티벌은 단순한 ‘음악’ 페스티벌이 아니라, 연극과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공연예술제’다. 그리고 이러한 정체성은 축제의 출범 시점에 이미 확립돼 있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시작은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오스트리아 극작가 호프만슈탈과 배우 겸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가 의기투합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재생 프로젝트에 합류했던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잘츠부르크에서 비정기적인 음악제가 열렸지만, 세계대전으로 전면 중단된 상황이었다.
두 사람에게도 잘츠부르크는 각별하게 다가갔다. 그들 눈에 잘츠부르크는 ‘내면 깊숙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도시이고, 그 거리와 광장들은 ‘연극 장면처럼’ 보였으며, 그 공기에마저 ‘아름다움, 연극, 예술이 스며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작곡가 리하르트(R.) 슈트라우스, 연출가 알프레트 롤러, 지휘자 프란츠 샬크를 창립 멤버로 영입했고, 1920년 대성당 광장에서 첫 공연을 선보임으로써 현재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출범했다.
당시 첫 공연을 장식했던 작품이 ‘예더만’(Jedermann·‘모든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호프만슈탈의 연극이었고, 그 역사적 첫걸음을 기리기 위해 지금까지도 매년 같은 장소에서 ‘예더만’을 상연하고 있다. 하지만 페스티벌의 주축은 역시 ‘잘츠부르크 축제극장’에서 진행하는 클래식 콘서트와 오페라 공연이라 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모차르트와 R. 슈트라우스 오페라들은 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R.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는 연극, 음악, 미술 등 무대예술의 제반 요소가 하나로 융합되는 바그너식 ‘총체예술’의 근대화를 이루었기에, 이 페스티벌 정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해 보이는 작품들이라 하겠다. 올해는 그중 대표작인 ‘장미의 기사’가 무대에 오르는데, 그 공연실황을 8월 23일 국내 영화관(메가박스)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필자는 2012년 여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참석했는데, 그때 다소 무모한 계획을 세웠다. 즉 겨우 사흘 동안 축제극장 내 공연장 3곳과 대극장, 소극장(하우스 퓌어 모차르트), 펠젠라이트슐레(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에 모두 들어가 보겠다는 욕심이었다. 사실 타이밍만 잘 맞추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결과는 극적으로 성공. 펠젠라이트슐레에서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지휘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시작으로, 대극장에서 리카르도 무티 지휘의 빈 필하모닉 콘서트를, 소극장에서 R.슈트라우스의 ‘낙소스의 아리아드네’를 봤다. 이 가운데 두 오페라 공연은 최근 영상물로 출시됐다. 다음에는 그 공연의 감동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