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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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산타’ 교황이 오셨네

기업들 교황 방한에 맞춰 관련 마케팅과 홍보 파급 효과 기대

  • 양충모 객원기자 gaddjun@gmail.com

    입력2014-08-18 14: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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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14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번 교황 방한은 제6회 가톨릭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한 것으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15일)와 한국 순교자 124위 시복식(16일) 등도 주요 일정이다. 지난해 3월 즉위한 뒤 교황의 외국 방문은 지난해 7월 브라질, 올해 5월 중동 순방에 이은 3번째다.

    1989년 요한 바오르 2세 이후 25년 만에 이뤄진 교황의 한국 방문에 많은 이가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며 교황 방한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기대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자숙에 들어갔던 기업 마케팅이 교황 방한을 계기로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기업은 소탈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품을 고려해 요란하지 않은 마케팅을 진행했다. 탈권위적이면서도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과 절제로 많은 이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교황에 대한 관심을 자사 이미지로 잇기 위한 취지다.

    교황 방문에 따른 경제 효과를 ‘프란치스코 효과’(The Francis Effect)라고 부른다. 이렇게 용어가 있다는 것은 입증된 효과라는 점을 방증한다. 2013년 3월 19일 열린 교황 즉위 미사가 한 예다. 이날 즉위 미사를 보려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인파 100만 명이 모여들었다. 바티칸 인근 호텔 객실은 만실이었다. 당시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서는 교황이 5500만 유로(약 79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냈다고 추산했다.

    교황 의전車 포프모빌은 ‘쏘울’



    업계에서는 교황 방문에 따른 경제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한국 방문에 대한 경제 효과는 추산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세계청년대회 참석 차 닷새간 브라질을 찾았던 것이 참고가 될 수 있다. 당시 브라질관광공사는 교황 방문에 따른 경제 효과를 12억 헤알(약 5500억 원)로 추산했다.

    국내 업계는 브라질 이상의 경제 효과를 내심 바라는 눈치다. 교황의 공식 수행원만 300~400명에 달할 뿐 아니라 별도 경호원, 전 세계 2700여 명의 취재기자, 가톨릭 신자, 관광객까지 합하면 10만 명 이상이 교황 방문에 맞춰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으로선 자사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인데, 일부에서 교황 방한을 두고 “8월의 크리스마스”라고 평하는 이유다.

    교황 의전차량은 ‘포프모빌(Pope mobile)’이라 불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방한 때 기아자동차 ‘쏘울’을 포프모빌로 이용했다. 쏘울은 1600cc급 소형차로 세단과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혼합한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UV)으로 분류되는 모델이다. 쏘울은 행사장 내 이동이나 퍼레이드 때 쓰였다. 단 행사장 간 이동 시에는 전용 헬기를 사용한다. 1984년과 89년 한국을 방문했던 요한 바오르 2세는 교황청에서 직접 공수해온 메르세데스 벤츠 G클래스 개조차를 이용했다.

    쏘울이 포프모빌로 선정된 것은 교황의 의중을 고려한 결과다. 교황은 이번 방한 때 “가장 작은 한국산 차를 타고 싶다”는 의견을 한국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전부터 소박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 대주교 관저에서 머물지 않고 소형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아침식사를 스스로 마련하고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즉위 후에도 교황은 호화로운 교황 관저를 마다하고 방 2개 딸린 게스트하우스에서 다른 신부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에서도 교황 전용 차량인 메르세데스 벤츠 대신 준중형 차량인 포드 ‘포커스’ 혹은 1984년식 ‘르노4’를 직접 운전하며 이동한다. 이 중 르노4는 이탈리아 렌초 초카(Renzo Zocca) 신부가 자신이 타던 차를 선물한 것인데, 주행거리가 30만km나 됐다.

    교황은 외국 방문 시에도 방탄차가 아닌 해당국의 소형차를 이용해왔다. 지난해 브라질에서는 현지에서 생산한 피아트의 1600㏄급 다목적 차량(MPV) ‘아이디어’가 포프모빌이었다. 5월 요르단,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순방할 때 역시 시오니스트들의 위협에도 방탄차가 아닌 일반 차량과 무개차(오픈카)를 이용했다.

    쏘울이 포프모빌로 선정됐지만 쏘울을 생산하는 기아자동차는 이에 대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고 있다. 교황 측에서 의전차량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교황이 탔던 차를 경매할 수도 없다. 그러나 교황이 쏘울을 타고 퍼레이드를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공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아자동차 처지에서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강력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가톨릭신자 비율이 높은 유럽 지역에서 쏘울의 인지도 상승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하이트진로음료의 ‘석수’는 공식 먹는 샘물로 지정됐다. 하이트진로음료는 교황 방한 시 석수 22만 명 분량을 8월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한국 순교자 124위 시복식에서 배포한다. 또한 석수는 4박 5일 교황 방한 기간에 수행원과 경호원에게 마시는 물로 제공될 예정이다. 석수 패키지에는 ‘2014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방문’ 공식 로고와 함께 ‘대한민국 대표 먹는샘물 석수 가족이 교황님의 한국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다. 또한 공식 탄산수로 지정된 ‘디아망’은 교황 방한 기간에 교황과 수행원에게 별도로 제공된다.

    먹는 샘물에 ‘석수’, 미사주에 ‘마주앙’

    ‘8월의 산타’ 교황이 오셨네

    교황 방한 기간에 제공되는 공식 제품인 미사주 ‘마주앙’(왼쪽)과 하이트진로음료의 ‘석수’.

    하이트진로음료는 교황 퍼레이드가 열리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광화문광장에 이르는 1.2km 구간에 급수대와 냉온수기를 설치하고, 석수 350㎖들이 12만 병과 18.9ℓ들이 2000통을 제공한다.

    두 제품은 국내 먹는 샘물과 탄산수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기간 제공되는 공식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석수의 올해 매출 목표를 1000억 원으로 잡고, 향후 공격적인 영업과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교황 방한이 석수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주류도 교황 방한에 따른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주류가 생산하는 ‘마주앙’이 4차례 열린 미사 집전에서 미사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와인은 가톨릭 미사 때 반드시 등장한다. ‘마주 앉아서 즐긴다’는 뜻의 마주앙은 현존하는 국내 최장수 와인브랜드로 1977년 5월 18일 시판과 함께 한국 천주교회 미사주로 봉헌돼 미사 공식 와인으로 사용되고 있다. 마주앙은 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때도 미사주로 쓰인 바 있다. 마주앙 화이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평양만찬석상에 등장하기도 했다.

    롯데주류는 교황 방한을 맞아 ‘마주앙 스페셜 패키지’를 출시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25년 만에 이뤄지는 교황 방한을 축하하려고 특별히 마주앙 스페셜 패키지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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