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P밴드’가 끝난 후 열린 이들의 단독 공연도 매진 행렬을 이뤘다. 이는 ‘TOP밴드’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상대적으로 시청률은 낮았지만) 종방 후에도 영향력이 상당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일까. ‘TOP밴드’ 시즌2 방송을 앞두고 이변이 벌어졌다. 앨범을 몇 장씩 내고, 길게는 10여 년간 크고 작은 공연을 해온 ‘프로’가 대거 응모한 것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TOP밴드’ 시즌2에 응모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첫 시즌에서는 정규앨범을 낸 밴드는 출전할 수 없었다.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은 밴드를 발굴한다는 취지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즌2에서는 이 제한이 없어지면서 이론상으로는 ‘시나위’, 아니 신중현이 만든 밴드도 참가할 수 있다.
또 하나는 ‘TOP밴드’를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는 사례가 생겨나면서 기존 밴드에게도 충분한 유혹 기제가 됐다는 점이다. 방송보다 라이브가 프로모션 및 지명도 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지상파 방송이 공연보다 훨씬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많은 공연을 하는 것보다 몇 번 방송에 출연하는 쪽이 지명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 게 현실이다. 물론 공연과 인터넷을 통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 ‘10cm’ ‘검정치마’ 등이 그렇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기회나 행운이 오는 건 아니다.
‘TOP밴드’ 시즌2의 무제한 출전 자격을 두고 논란도 있다. 오디션 혹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프로 밴드가 출전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점이다. 고유의 음악과 색깔로 쌓아온 커리어를 한 번의 공연으로 몇 명의 심사위원에게 평가받는 게 과연 옳은가. 뮤지션의 자존심은 어디에 뒀는가. 만약 예선에서 탈락하기라도 하면 그 수치심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런 의문이 당사자에게도 고민으로 작용했던 모양이다. 트위터나 홈페이지를 통해 ‘TOP밴드’ 참가를 발표한 팀은 대부분 “고민 끝에”라는 단어를 참가의 변에 포함시켰다. 얻을 것과 잃을 것을 안다는 얘기다.
그들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바라는 건 있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전적으로 심사위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무릎 꿇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심사위원 평가가 맘에 들지 않거나, 심사위원이 자신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는 반론도 제기하고 논쟁도 벌였으면 한다. 프로에게 자부심이란 필수 덕목일 테니까. 또 하나, 순위에 집착지 말고 끝까지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길 바란다. 그 색깔 하나를 유지하며 쌓아온 경험을 쉽게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때 지금의 논란은 사그라지고, 응원이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