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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토소(Pascual Toso)도 1880년대 중반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건너온 이민자다. 그가 정착한 곳은 안데스 산맥 기슭에 위치한 멘도자(Mendoza). 지금 아르헨티나 와인의 60%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와인 집안 출신인 파스칼이 멘도자의 땅과 기후가 포도 재배에 적합하다는 것을 몰라봤을 리 없다. 그는 무역업을 하려던 당초 계획을 포기하고 1890년 멘도자에 위치한 산후안(San Juan) 마을에 파스칼 토소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1900년대 초 파스칼은 산후안에서 남쪽으로 35km 떨어진 라스 바랑카스(Las Barrancas)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이곳에도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건설했다. 파스칼의 안목은 정확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라스 바랑카스는 멘도자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전역에서도 가장 우수한 테루아르(terroir·토양 및 환경)로 인정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사막처럼 메마르고 척박하며 일교차가 크다. 땅이 비옥하지 않으면 포도나무는 넝쿨을 키우는 대신 열매에 양분을 쏟아넣는 데 집중한다. 더운 낮에는 포도 안에 당분을 쌓고 서늘한 밤에는 포도의 산도를 유지한다. 이런 자연환경은 새콤달콤한 향과 농축된 맛을 선물했다.
라스 바랑카스는 2001년 세계적인 와인 컨설턴트 폴 홉스(Paul Hobbs)를 만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홉스는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를 비롯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유명 와이너리에서 경험을 쌓으며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는 미국인이지만 라스 바랑카스의 테루아르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그의 양조 노하우는 파스칼 토소 와인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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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토소의 대표 와인은 말벡(Malbec)과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다. 말벡에는 잘 익은 자두향에 초콜릿과 커피향이 어우러져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에서는 말린 대추의 달콤함, 허브의 향긋함, 후추의 매콤함이 느껴진다. 둘 다 묵직한 와인이지만 경쾌할 정도의 산도와 부드러운 타닌의 맛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에스테이트(Estate)와 리저브(Reserve) 두 등급의 와인이 있는데, 2만~3만 원대인 에스테이트 등급은 수령이 15~25년 된 젊은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지만 과일향이 풍부하다. 5만 원대인 리저브 등급은 수령이 30~50년 된 늙은 나무의 포도로 만들어 복합미가 뛰어나다.
아르헨티나가 만드는 말벡과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에는 특유의 따뜻함이 있다. 타닌이 벨벳처럼 부드러워 그런 느낌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아르헨티나 레드 와인은 한겨울에 유독 더 맛있다. 주말 저녁 돼지고기 목살구이에 파스칼 토소 와인을 곁들이면 어떨까. 소박하면서도 훈훈한 만찬이 추위에 언 몸과 마음을 녹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