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MBC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팀 ‘EX’.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대학가요제가 열리던 날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다행히도 우연히 TV 리모컨을 돌리다 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명색이 음악 PD라는 사람이 대학가요제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나는 조금은 멋쩍고 조금은 씁쓸했다.
70년대 후반 시작된 가요제 열풍은 80년대 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절정을 이루었다. 이 두 가요제가 배출한 스타도 수없이 많은데 김학래, 배철수, 구창모, 홍서범, 이선희, 높은음자리, 유열, 이상은, 신해철 등이 그 대표적인 스타들. 한마디로 당시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는 가장 유력한 신인 가수들의 등용문으로 성공의 보증수표였다. 하지만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들 가요제가 배출한 마지막 스타는 1993년 대학가요제를 통해 데뷔한 전람회(김동률)가 아닐까 싶다. 신세대 트로트 여왕 장윤정이 강변가요제 출신이라지만 그녀가 강변가요제 대상을 계기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니 연결시키기는 곤란하다. 그동안 강변가요제는 2001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되었고 대학가요제는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인기나 영향력 등 모든 면에서 예전의 영화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들 가요제의 몰락은 무엇보다도 대형 기획사들의 출현에 따라 90년대 들어 새롭게 만들어진 스타 시스템에 기인한다. 그리고 점점 기성에 물들어 예전의 풋풋함을 잃어버린 가요제 자체의 변질에도 일정 정도 책임은 있을 것이다.
최근 익스와 이상미에게 쏟아지고 있는 관심은 일회성, 단발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들이 프로 세계에서 스타덤에 오른다면 그것은 이변에 가까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변을 보고 싶은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 같다. 거대 스타 시스템이 붕어빵처럼 찍어내는 닮은꼴 스타들은 이제 너무 지겨우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