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다-손
어시장 , 늘어나다-연, 섬 (왼쪽부터)
10월17일 7년 만에 개인전을 연 윤석남씨(65)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스스로를 페미니즘 작가라 부르며, 실제로 페미니즘의 치열한 전선에서 한 치도 물러선 적이 없는 작가다. 결혼 후 뒤늦게 혼자서 미술공부를 시작하여 43살에 첫 개인전을 연 그는 1985년 김인순, 김진숙 등 민중미술계 여전사들과 뜻을 모아 ‘시월모임’과 ‘반에서 하나로’ 전을 열어 큰 사회적 울림을 얻는다. 그러나 그는 페미니즘 작가라는 정체성을 의식하고 민중미술의 역사적 의미에 공감했음에도 그 스스로는 ‘운동’의 전략에 적합한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민중미술을 접하고 ‘아, 내가 이런 걸 기다렸구나’라는 감격스러움을 느끼면서도 나는 그것을 할 수가 없었어요. 결국 2년 동안 작품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민중미술에게 빚진 느낌이 있지요. 내 작품이 페미니즘에 경도된 인상을 준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 빚을 열심히 갚으려는 걸 거예요.”
일민미술관서 11월30일까지
90년대 초·중반 민중미술, 페미니즘 미술의 전도사들 중 상당수가 자연으로 ‘전향’할 때 그의 페미니즘은 더욱 격렬한 빛을 내뿜었다. 그는 결이 거칠고 둥글어 목재로 쓸모없는 나무를 주워다 얼굴을 그렸다. 서늘한 표정을 가진 여성의 얼굴은 어머니들과 딸들을 땅에서 일으켜 세우는 토템이 되었다. 비단을 씌운 분홍색 의자엔 갈고리를 박아 여성으로 사는 고단함과 사회적 관습에 저항하는 의지를 형상화했다.
작품 ‘종소리’ 앞에서 포즈를 취한 윤석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