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근에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뉴시스]
서울과 함께 ‘부동산 규제 3종 세트’ 세종시
우선 금융 규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올라간다. 현재는 9억 원 이하 40%, 9억 원 초과 20%, 15억 원 초과 대출 금지로 돼 있다. 앞으로는 9억 원 이하 50%, 9억 원 초과 30%로 높아지고, 15억 초과 규제는 아예 사라진다. 15억 원 초과 아파트를 살 때도 3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총부채상환비율(DTI)도 40%에서 50%로 높아진다. 또 앞으로 아파트를 살 때 자금 조달 계획과 입주 계획 신고만 하면 된다. 지금까지는 이를 증빙할 자료도 제출해야 했다.주택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도 완화된다. 현재는 소유권이전등기일까지 최대 5년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3년으로 줄어든다. 청약 문턱도 낮아진다. 민영주택 가점제 적용 비율이 85㎡(이하 전용면적 기준) 100%에서 75%로, 85㎡ 초과는 50%에서 30%로 각각 조정된다. 재당첨 제한 기간도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된다. 이 밖에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관련 규제도 대거 풀린다. 다만 세종시는 대부분 신축 아파트라서 이것으로 기대할 만한 이익은 없다.
정부가 세종시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은 그만큼 세종시 집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주 차(조사 기준일 9월 12일)까지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는 7.11%, 전세금은 10.24% 하락했다. 매매·전세가 모두 전국 17개 시도와 규제지역을 통틀어 가장 많이 떨어졌다.
세종시는 2년 전인 2020년까지만 해도 연간 집값 상승률 44.93%, 전세금 상승률 60.60%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과 더불어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 재추진 방침을 내비치면서 투기 수요가 대거 몰려든 게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단기간에 치솟은 가격에 대한 피로감과 가격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된 데다, 정부가 그해 가격인상분을 반영해 이듬해인 2021년 적용할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70.68% 인상한 탓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세 부담 증가를 우려한 다주택자 중심으로 매물을 쏟아낸 것이다. 이에 지난해 초부터 가격 오름폭이 둔화되더니 7월 4주 차부터는 아예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후 매매가는 60주 연속, 전세금은 11월 4주 차부터 4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 급등 피로감에 세 부담 증가로 매물 쏟아져
올해 전국 17개 시도와 규제지역을 통틀어 세종시 아파트 매매·전세가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 [GETTYIMAGES]
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주택 거래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상반기 세종시 주택 매매는 172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61건)의 절반 수준이다. 부동산시장이 뜨거웠던 2020년 상반기(6806건)와 비교하면 4분의 1에 불과하다. 7월 거래량은 더 초라하다. 175건을 기록해 2020년 같은 기간(1666건)의 1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당분간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거래절벽의 직접적 원인 가운데 하나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 갈등으로 촉발한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급등했다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기름값도 내년에 다시 오르면서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를 하반기 5.9%, 내년 상반기 4.6%, 내년 하반기 2.9%로 각각 예측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러한 가격 급락과 거래절벽은 지방 경제에 막대한 부작용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세수입의 30%를 차지하는 취득세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취득세 세수에서 부동산 비중이 81%나 되기 때문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의 최근 보고서(‘2023년 취득세 세입 전망’)에 따르면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 취득세 수입액은 24조39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부동산 거래가 활발했던 지난해(33조8170억 원)의 70%에 해당하는 규모다. 세종시는 상황이 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취득세 수입이 2021년 334억 원에서 내년 230억 원으로 70%를 밑돌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다면 정부가 9월 21일 단행한 조치가 세종시 집값 하락에 제동장치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일단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이자율이 5%를 넘어선 상태라 거래 수요가 살아나기 어렵다고 봤다. 이자에 취·등록세 등 세금, 중개수수료를 감안한 거래비용을 고려할 때 연 10% 이상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이상 적극적으로 주택 구매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회 분원 등 인구 유입 재료로 하락폭 둔화될 듯
정부가 세종시를 당분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어두기로 한 것도 부담이다.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이와 관련해 “청약시장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세종시에 분양되는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청약이 가능한 데다 미분양도 거의 없었고, 청약 경쟁률이 굉장히 높아 모든 규제를 다 풀기엔 무리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여기에는 최근 세종시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대규모 프로젝트가 잇따라 확정되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세종시에 들어설 대통령 제2집무실과 국회 분원(세종의사당), 세종디지털미디어단지 관련 계획을 잇달아 확정지었다. 또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를 내년 2월까지 세종시로 옮기고,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3곳도 추가로 이전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정부 시설 유치와 부처의 이전은 인구 유입을 뜻하며, 주택 수요로 이어진다.
따라서 세종시 집값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하락폭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내 집 마련 실수요자라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세종시 부동산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현 금리인상 기조가 마무리되고 부동산시장이 반등할 시점이 되면 세종시가 가장 먼저 반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