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댓글을 남발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댓글러가 많아지고 있다. [GettyImages]
영대 ㅎㅎ 재미난 경험이었네요. 제목이 ‘김영대 프로젝트’라니!
현모 며칠 동안 하신 거예요?
영대 추석 연휴 나흘간 했어요. 라디오 진행 때문에 명절 차례 시간까지 옮겼답니다.
현모 전에도 라디오 진행하신 적 있지 않으세요?
영대 게스트로 출연하거나 녹화 방송했던 거고, 호스트로 생방송을 한 건 처음이었어요. 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매일 버스 뒷자리에만 타다 어느 날 직접 운전석에 앉은 기분이랄까.
현모 ㅎㅎ 하루 이틀 정신없다 딱 적응될 만하니까 마치셨군요.
영대 신기한 게 라디오는 고정 청취자가 있어서 고작 나흘 했는데도 청취자들과 정이 들고 아쉽더라고요. 특히 실시간으로 날아오는 문자메시지를 소개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현모 저도 예전에 라디오를 진행해봐서 알죠.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이죠?
영대 물론 그것도 그렇지만, 저는 이른 아침 시간이다 보니 연령이 높으신 분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신승훈 씨 곡만 틀어도 “최신 가요”라는 반응이 오더라고요. ㅋㅋ
현모 앗. ㅋㅋㅋ 나훈아 님 정도는 틀어야 되는군요.
영대 마지막 날엔 방탄소년단 곡들을 틀었더니 “당신은 나중에 안 늙을 것 같냐”는 메시지까지 왔다니깐요.
현모 헐…!
영대 그래도 제가 살면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일을 드디어 체험해봤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어요. 상상했던 것을 실제로 하면서 짜릿함도 느낄 수 있었고요.
현모 이제 곧 정규 프로그램 제안도 오겠군요!
영대 아, 내일부터는 매주 수요일마다 국방FM에도 출연하기로 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가수 조갑경 님이 진행하는 프로라 살짝 기대되네요.
현모 재밌는 조합이다! 언제 한번 다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용산으로 놀러갈게요.
영대 맞다! 현모 님은 요새 조갑경 님이랑 예능 같이하시니 잘 아시겠어요.
현모 제가 정말로 좋아해요.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진짜 예쁘시답니다.
영대 와, 근데 두 분 나오시는 댄스스포츠 프로그램이 요즘 화제던데요? 주변에서도 놀랍게도 다들 보시더라고요.
현모 ㅎㅎㅎ 시청률이라도 잘 나오니 다행이죠 뭐.
영대 어떠세요? 촬영 힘들지 않으세요?
현모 에휴. 예상했던 내용이랑 약간 달라서 마음이 힘들긴 하죠. 시간도 무지하게 들어가고요.
영대 남편 분 욕하는 사람들도 은근 있지 않아요?
현모 엄청나죠. 제가 매일 바쁘게 일하고 뉴욕도 다녀오고 하느라 못 챙기다 추석 연휴 때 드디어 시간이 나서 지난 방송들을 보고 댓글도 살폈거든요. 와우, 난리가 났더라고요.
영대 판도라의 상자를 여셨구나.
현모 착잡하죠.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말하는 건 상관없다고 봐요. 문제는 사실이 아닌 잘못된 정보나 추측을 마치 사실인 양 단정적으로 적어놓은 소설 같은 댓글들이에요. 그것들을 전부 조합해보면 전혀 제가 아닌 딴 모습이 되는 게 가장 안타깝더라고요.
영대 무슨 현모 님 부캐도 아니고.
현모 제일 놀랐던 건 이 방송이 17~18시간 넘게 하루 종일 찍어서 그중 30분만 재미 위주로 편집한 예능일 뿐인데, 그 단편적인 화면을 기반으로 엄청 진지하게 탐정처럼(?) 분석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최근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댓글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GettyImages]
현모 최근 인기인 정신분석이나 심리상담 관련 콘텐츠에 자주 노출돼서인지, 등장인물들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를 뜯어보면서 심리분석 전문가를 자처하는 분들이 상당하던데요?
영대 온라인상에서 진짜 전문가도 아니면서 전문가인 양 행세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도 있어요. 일명 ‘×문가’라고…. 넘 심한 비속어라 차마 제가 쓸 수가 없네요.
현모 오 마이 갓…. 하지만 뉘앙스 완벽하게 와 닿음!
영대 중요한 건 정말로 난해하고 고차원적인 과학이나 기술에는 아무도 전문가인 척을 못 하는데 음악, 영화, 음식 같은 문화나 역사 이런 분야에서는 너도나도 최고 전문가라는 점이에요. 얼마 전 경악을 금치 못했던 일이 있었어요. 제가 유튜브에 세차를 검색했다가 세차라는 거대한 세계를 발견한 거예요. 영상마다 댓글이 최소 수천 개씩 달리면서 서로 자기가 하는 방식이 맞다고 주장하는데, 한국에 세차 전문가가 그렇게 많은 줄 누가 알았겠어요.
현모 자기 몸도 그렇게 청결하게 아끼나요? ㅡ.ㅡ 갑자기 생각나는 일화가 있는데, 제가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했잖아요. 초반에는 실시간으로 댓글 참여를 할 수 있는 온라인 방청단이 있었어요. 저랑 작가님이 그들의 댓글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죠. 그런데 세상에! 전문가가 멋지게 준비해온 강연을 시작하자마자, 모두가 그랬던 건 아니지만 몇몇 사람이 계속 동시에 댓글로 지식을 늘어놓는 거예요.
영대 푸하하. 저도 각종 시사프로나 교양프로 나갈 때마다 보는 현상이에요. 아니, 왜 시간 내서 방송을 틀고 정작 안 들어요? ㅋㅋㅋ
현모 자신의 지적 능력을 인정받고 우월감을 느끼려는 욕구가 크면 그러겠죠. 오죽했으면 제작진이 다음 회부터 댓글 기능을 막아버리더라고요. 하도 댓글창이 지식 배틀로 시끄러우니까요. 진행자인 저도 얼마나 혼란스러웠겠어요.
영대 제가 단언할 수 있는데, 세상 모든 댓글창이 사라지면 세상 모든 사람이 조금씩 행복해질 거예요.
현모 ㅋㅋㅋ 그렇지만 인간 본성은 댓글이 아닌 다른 수단을 통해서라도 발현되겠죠. 통신기술이 없던 시절에도 발 없는 루머가 천리를 갔고, 청자가 단 한 명만 있어도 자기가 어디서 들어 대충 알게 된 얘기를 자랑하며 늘어놓는 게 인간이니까요.
영대 이제는 그럴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보니 댓글을 습관처럼 무의미하게 남발하는 병적 증상까지 흔히 보이기도 하고….
현모 눈에 보이는 게시물마다 욕을 배설해야 할 정도로 이 사회에 화와 스트레스가 많은 탓이겠죠. 혹시 그런 습관성 댓글러를 지칭하는 신조어는 없나요?
영대 음….
현모 영어로는 ‘keyboard sxxxxxx’ 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영대 욕 아닌가요? ㅋㅋㅋ
현모 ㅋㅋㅋ 그래요. 쓰지 말아요. 그나저나 역시 라디오 DJ랑 통화하니 다르네요! 이렇게 장시간 떠들었는데도 목소리가 새삼 꿀 보이슨데요!
영대 ㅎㅎㅎ 훗, 그렇다면… 잘 자요~.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