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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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이어 ‘일학개미’ 뜬다… 일본으로 쏠리는 눈

역대급 엔저(低)에 일본 주식·ETF 투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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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2-09-2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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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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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엔화를 무지성(무조건) 매수할 것이다. 오르면 좋고 안 올라도 일본여행 때 쓰면 된다.”

    9월 1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다. 엔화 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는 엔화 환테크(환율+재테크)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은 가까운 이웃 나라인 만큼 설령 엔화가 오르지 않더라도 추후 여행 가서 쓰면 돼 부담이 덜하다는 반응이다.


    글로벌 증시 암흑기 아랑곳 않는 일본

    엔화뿐 아니라 일본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도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발(發) 긴축 공포로 세계 증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일본 증시만 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주식을 직구하거나 닛케이 지수에 연동된 ETF를 사들이는 ‘일학개미’가 늘어나면서 일본이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일본 주식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선호는 지표상으로 드러난다. 9월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8월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거래량 및 순매수액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매수(5882건)와 매도(3858건)를 모두 합친 전체 거래량은 9740건으로 7월(7611건) 대비 28% 늘었다. 이는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래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순매수액은 946만3801달러(약 133억7200만 원)로 전달 711만2906달러(약 100억5000만 원)보다 33% 급증했다.

    일본 ETF에 유입되는 국내 자금도 늘고 있다. ETF 전문 정보 플랫폼 ‘ETF CHECK’에 따르면 9월 21일 기준 ‘TIGER 일본닛케이225 ETF’에는 지난 3개월간 3214억 원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TIGER 일본닛케이225 ETF’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225개 종목을 대상으로 산정되는 닛케이255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 지수와 연동된 ‘TIGER 미국S&P500 ETF’에는 ‘TIGER 일본닛케이225 ETF’의 절반 수준인 1466억 원밖에 유입되지 않았다.



    엔화가 달러당 140엔대(그래프 참조)로 내려앉으면서 환차익을 노린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9월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8월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8월 엔화 예금 액수는 57억4000만 달러(약 8조1130억 원)로 7월(54억8000만 달러)보다 늘었다. 달러화, 유로화, 위안화 예금이 모두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체 외화예금 액수는 한동안 감소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엔화의 경우 엔저(低) 등 영향으로 예금 양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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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 국내 투자자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배경에는 증시 강세가 있다. 닛케이255는 9월 21일 기준 2만7313.13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4일(2만9301.79) 대비 -6% 선에서 증시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S&P500 지수와 코스피는 각각 20%, 22%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본 증시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엔저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의 통화긴축 영향으로 엔화 가치가 1998년 이후 역대 최저치인 달러당 144엔까지 떨어지면서 일본 주식 시장을 부양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면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해당국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자 유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경제가 엔화 약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엔화 약세와 닛케이 지수 상승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엔저와 더불어 일본 금융당국이 미국 등 주요국과 달리 여전히 확장적 통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증시에 우호적이다. 현재 일본 기준금리는 -0.1%로 긴축에 나선 다른 나라에 비해 주식시장을 떠받칠 시중 유동성이 크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일본은 오랜 기간 지속된 저성장 탓에 유동성으로 인한 높은 물가를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같은 완화적 통화 정책을 한동안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엔저에 따른 이익보다 가파른 물가상승 등 손해가 더 크게 나타나면서 일본 정부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한 물가상승 압력이 계속되면 일본도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며 “현재 2.8%인 일본 소비자물가인상률이 4~5%대로 올라서면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애널리스트는 “일본 증시 역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와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에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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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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