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유닛 태티서로 활동한 서현, 티파니, 태연(왼쪽부터). [뉴스1]
유닛은 아이돌 팬들에겐 지독한 애증의 대상이다. 애정과 호기심을 보낼 준비가 돼 있으나, 때론 개념 자체로도 극심한 반발을 일으킨다. 자유자재로 유닛 활동을 하는, 이른바 ‘로테이션 시스템’은 수시로 멤버를 갈아치울 수 있는 일본식 아이돌 모델을 직접적으로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멤버 변동에 극도로 민감한 팬덤 특성상 어떤 멤버가 탈퇴할 수도 있는 체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유닛은 기획사 손해를 최소화하고 멤버를 부품 취급하는 사고방식이라는 인식도 있다. 이런 반발을 극복하려면 차라리 20명 이상 멤버가 복수의 유닛으로 얽히고설키는 과감한 시도 정도는 이뤄져야 할 듯하다. 멤버가 23명인 아이돌그룹 NCT처럼 말이다.
멤버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유닛
EXO-CBX(첸백시)의 백현, 시우민, 첸(왼쪽부터). [뉴스1]
빅뱅 지디(왼쪽)와 태양. [사진 제공 · YG엔터테인먼트]
이달의 소녀 유닛 오드아이써클. [뉴스1]
때론 기획사 필요가 우선시
그러나 유닛은 기획사의 필요 또는 편의가 우선시된 경우가 많아 보인다. 병역이나 기타 스케줄로 온전한 그룹 활동이 어려울 때 가용 가능한 멤버들을 묶어 내보낸다든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멤버들을 묶어 노출을 늘린다든지, 다소 과감한 콘셉트를 도입해 시장성을 타진하는 사례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가장 성공한 유닛 중 하나로 꼽히는 애프터스쿨의 오렌지캬라멜처럼, 누군가 가진 조금은 낯간지러운 취향을 트렌드와 무관하게 마음껏 풀어놓는 키치한 유닛도 있다. 팬들이 유닛에 곧잘 색안경을 끼는 것은 이런 이유일지 모르겠다. 아티스트의 욕망이나 필요와는 무관하게 기획사가 ‘시킨 일’처럼 보일 때가 많아서 말이다.누구를 위한 유닛이든 기획에 참여하는 스태프와 아티스트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려 노력한다. 대중적·음악적으로 좋은 결과를 냈다면 그 공은 그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서라도 25년 동안 꾸준히 시도된 유닛이라는 시스템에 대해 조금은 냉정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이돌은 유닛 활동을 한다’는 명제에 기대지 않는, 이유와 설득력이 충분한 유닛을 더 만나고 싶다. 아티스트에게도, 팬에게도 유닛이어서 좋은 이유는 사실 얼마든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