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4월 22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는 지난해 7월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한국 법원에서 유죄 판결(2019년 대법원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확정)을 받은 것을 문제 삼았으나 도쿄지방재판소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 법원의 판결을 충분히 인지하고 신동빈 회장을 이사로 선임했기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봤다.
‘프로젝트L’ 사건
신동주 회장 측은 4월 26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한일 롯데그룹 정점에 위치한 롯데홀딩스 이사직을 맡은 신동빈 회장의 준법 경영 의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며 “신속하게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신동주 회장은 롯데의 ‘대권’을 손에 넣고자 여러 차례 송사를 벌였다. 그는 일본 내 4개 롯데 계열사 이사직에서 해임되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8년 도쿄지방재판소는 패소 판결했다. 당시 도쿄지방재판소는 신동주 회장의 임원 자격이 ‘현저히 부적합하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신동주 회장이 롯데 계열사 이사직에서 해임된 주요 이유는 이른바 ‘폴리카 사업’으로 불린 경영 방식 때문으로, 이는 롯데와 거래하는 소매점포의 상품 진열대를 몰래 촬영 및 데이터화해 마케팅에 활용한 사업이다. 이런 경영 전략은 위법 가능성이 높고 거래처의 신뢰를 위배한다는 것이 당시 일본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신동주 회장이 친정과 법적 분쟁을 계속하자 롯데그룹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주주총회에서 경영 복귀 및 신동빈 회장 해임 등 안건을 냈지만 연거푸 부결되자 몽니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신동주 회장이 롯데 임직원의 신뢰를 잃게 된 이른바 ‘프로젝트L’ 사건도 새삼 회자되고 있다. ‘프로젝트L’은 신동주 회장 측이 금융계 출신 외부 인사와 함께 계획한 ‘롯데 경영권 확보’ 작전으로 알려졌다. 2015년 롯데면세점 영업특허 취득과 2016년 호텔롯데 상장을 방해하고 총수 일가의 ‘국적 논란’(신동빈 회장은 출생 당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일으켜 롯데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킨다는 게 요지였다.
신동주 회장이 선친의 유지를 거스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6월 신동주-신동빈 회장 형제의 부친인 롯데그룹 창업자 신격호 명예회장(지난해 1월 19일 별세)의 유언장이 일본 도쿄 집무실에서 발견됐다. 2000년 3월 작성된 해당 유언장 내용은 “신동빈(회장)을 후계자로 정한다”는 것이다. 입지가 좁아진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에게 일본·한국 롯데를 각각 맡아 경영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별다른 답을 받지 못했다.
신동주, 비토권으로 신동빈 견제?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은 신동주 회장의 연이은 패소로 일단락될까. 신동주 회장이 최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일부 상속받아 보유 지분율(33.31→33.48%)이 높아진 점은 변수다. 영업상 중요한 방침을 정하는 이사회 특별결의에 의결권 3분의 2 이상이 필요한데, 신동주 회장이 근소한 차로 의결권 3분의 1 이상을 확보했기 때문이다.따라서 신동주 회장이 비토권을 행사해 신동빈 회장을 견제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은 ‘프로젝트L’로 롯데에 사실상 ‘해사 행위’를 한 바 있고 법적 분쟁도 계속 일으키고 있다. 만에 하나 경영권을 일부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롯데 임직원과 주주들이 그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두 형제의 갈등에서 중재자를 자처한 숙부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과 사촌동생 신동우 산사스식품 전무의 행보도 주목된다. 신선호 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신 회장의 아들 신동우 전무는 어린 시절부터 신동빈-신동주 회장 형제와 교류가 잦아 절친하다고 한다. 신 회장 부자는 2015년 경영권 갈등이 격화하자 두 형제의 만남을 주선한 바 있다. 다만 신동주 회장 측에 좀 더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5월 4일 신동우 전무에게 전화해 “신동주 회장의 최근 소송전에 대해 중재에 나설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신 전무는 “답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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