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지호영 기자]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들어 주식에 이어 부동산마저 하락에 무게 중심이 실리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1989년 대우경제연구소 증권조사부에 입사한 이후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끝으로 증권가를 떠날 때까지 16년간 리서치센터장을 맡으며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경제 전문가다. 최근 한국을 둘러싸고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그에게 앞으로 마주하게 될 경제 상황과 그것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투자전략에 관해 물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한국 경제성장률을 3.1%로 전망했지만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그것보다 낮은 2.5%를 제시했다. 반면 물가는 고공 행진 중이다. 3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오르면서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4%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과잉 공급된 유동성이 자산 거품 만들어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경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지지난해, 지난해처럼 돈이 넘쳐나는 시기는 10년에 한 번도 오지 않는다.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이후 모습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기에는 팬데믹을 처음 겪는 거니까 굉장한 공포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유동성을 쏟아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해 하반기쯤 되면 대충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이 되니 그쯤에서 금리를 정상화하고 유동성 공급도 멈췄어야 한다. 지난 2년이 어느 정도로 비정상적인 시간이었냐면, 올해 초까지도 유럽 주요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였다. 사유 재산이 생긴 이래로 초유의 일이다. 이런 비정상이 계속 갈 수는 없다.”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까.
“과잉 공급된 유동성은 필연적으로 거품을 만든다. 이것을 다시 원상태로 되돌려야 하는데,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금융위기까지 가지 않고 연착륙하는 것이 과제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버티지 못하면 금융위기로 가는 건데, 그럼 많은 나라가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과거에도 버블은 있었다. 다만 2000년에는 닷컴버블, 2008년에는 부동산버블(서브프라임모기지)이었지만 이번에는 부동산, 주식, 채권, 심지어 비트코인까지 가격이 붙은 것은 모두 난리인 터라 어떤 자산도 안전하지 않다.”
우리 일상에서 달라지는 것이 있나.
“지금 당장 부동산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한다. 주가는 지난해 3300에서 이미 2600까지 떨어졌으니 여기서 더 떨어져 2300을 간다 해도 상대적으로 충격이 그리 크지 않다. 그래서 지금 제일 무서운 것은 부동산이다. 만약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면 아직 가격이 높을 때 원하는 매도 가격에 무조건 던져야 한다. 부동산은 지난 5~6년간 계속 오른 탓에 사람들이 판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한 번 꺾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30~40%씩 떨어진다. 3.3㎡당 1억 아파트가 6000만 원이 되는 거다. 만약 지난해 5억가량 빚을 내 집을 샀다면 대략 월 140만 원 정도 이자를 냈을 텐데 올해는 300만 원 넘게 내야 한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1년에 웬만한 직장인 연봉인 3600만 원씩 이자를 내려면 얼마나 버겁겠는가. 버틸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잘 생각해야 한다.”
그럼에도 과거 경험 때문에 집값 상승 미련을 버리기가 쉽지 않을 수 있는데.
“지난해 주가가 3300까지 갈 때 2차전지가 유망하다고 해서 LG화학을 100만 원 넘는 가격에 산 사람들이 있다. 지금 50만 원이 안 된다. 또 삼성전자가 ‘12만 전자’가 될 거라며 9만 원대에 산 이들도 있는데 지금 6만5000원대다. 이제 금리가 오르고 시중에 풀려 있던 돈이 축소되면 투자 시대는 잊어야 한다. 지난 2년을 제외하고 과거 사람들이 그랬듯, 열심히 직장생활을 해서 번 근로소득이 자신이 살아가는 원천이 돼야 한다. 또 금융기관이든, 어디든 누군가에게 돈을 빌린다는 건 항상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넷플릭스 주가 폭락이 의미하는 것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전 세계 자산 가격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GETTYIMAGES]
“같은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주식시장을 35년 동안 지켜보면서 얻은 결론은 ‘주식투자로 돈을 벌 수 있어?’다. 주가가 올라갈 때는 투자자의 80%가 이익을 내지만 실제 주식을 팔아서 이익을 얻는 사람은 100명 중에 5명도 안 된다. 또 성과가 좋지 않은 주식에 투자해 전전긍긍하는 건 너무 무모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주식투자로 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게 내 결론이다.”
미국이나 중국, 인도, 베트남 증시는 다르지 않을까.
“지난해 서학개미들을 보면서 한 번은 뜨거운 맛을 보지 않을까 생각했다. 최근 넷플릭스 주가가 하루에 35%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올해 1분기 가입자 수가 20만 명 줄었다는 게 이유인데, 그것이 주가를 고점 대비 70%나 끌어내렸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럼 넷플릭스로 끝날 거냐. 시간이 지나면 테슬라가 난리가 날 거고, 그다음에는 애플이 난리가 날 거다. 지금 테슬라가 좋다고 하지만 만약 현대자동차, 폭스바겐 등이 전기차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이거 괜찮다, 테슬라가 앞으로 계속 경쟁력이 있겠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미래 산업 주가를 위험하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어떤 산업이든 막 등장하면 미래 산업이다. 그런 산업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사람들이 뭔지 모르다 시간이 지나면서 버블이 생겨나고 이후 그 산업에 회의를 갖는 이들이 나오면서 버블이 터지는데, 그때는 주가 폭락 정도가 아니라 회사가 망한다. 그러다 다시 살아남은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이 일어나 정상 궤도로 들어가는 형태가 된다. 미래 산업의 주가를 예측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전쟁에 따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다르다. 하나는 세계 경제가 굉장히 안 좋아지는 전쟁이다. 베트남전이 그런 경우로, 1970~1980년대 미국 경제가 거의 박살이 났다. 두 번째는 시작은 요란한데 지나고 보면 별 영향력이 없는 전쟁이다. 걸프전이 그런 사례다. 당시 미국 병력 20만, 유럽 병력 20만이 투입됐다. 그것에 비하면 이번 우크라이나전은 무기 지원 차원이라 현재로서는 세계 경제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고 말고 할 것이 없다.”
우크라이나전이 전 세계 고유가 원인 아닌가.
“석유를 생산하기까지는 최소 7~10년이 걸린다. 그렇게 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석유를 생산하는 능력은 7년 전 유가가 결정했는데 당시 유가가 30달러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중동이나 여러 산유국이 굳이 유전을 개발하거나 기존 유전 시설에 투자하지 않았고, 그 결과 생산 능력이 줄어들었다. 만약 기존 공급이 충분했다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일시적으로 올라갔더라도 원상으로 돌아왔겠지만 지금은 수급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 고유가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이후 모든 문제의 원인을 9·11 테러에서 찾으면서 ‘Because of 9·11’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지금도 동일한 상황이다.”
우량 회사채 투자하면 연 5% 수익
지금 같은 시대에 추천하는 투자 상품은?“투자를 하고 돈을 버는 것 모두 일상생활을 잘해나가기 위해서인데, 그 일상이 침해받으면서까지 투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강심장인 사람이야 언젠가 오르겠지 하며 버티겠지만 대부분은 자기 자산이 날아가는 데 무관심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 자신도 채권투자를 하고 있고 주변에도 채권투자를 권한다.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금리가 5%대다. 많은 사람이 주식투자가 더 큰 이익을 준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 1억 원으로 주식과 채권에 각각 투자했다면 주식은 3억2000만 원, 채권은 8억7000만 원이 됐다. 은행이나 대한항공, LG전자처럼 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우량 회사채를 추천한다. 채권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상장돼 있어 증권계좌를 통해 1만 원부터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최근 저성장-고령화를 이유로 ‘제2의 일본’이 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한 나라가 성장 정점을 지나면 저성장 국가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일본처럼 잘나가다 한순간에 팍 가라앉는 경우는 흔치 않고, 일반적으로는 유럽 형태가 된다. 한때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어깨를 겨뤘지만 지금은 역동성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나.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콩알이 한 번 구르는 것과 수박이 한 번 구르는 것은 차이가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콩알이 수박이 돼 한 번 굴리기도 힘들다. 미국이 예외적인 경우인데, 이민으로 젊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경제 규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이 된 내공과 탄력성을 지녔고 경제 규모도 어느 정도 키워놓은 상태라 어떤 위기가 와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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