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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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연에 빚지고 있어요 [SynchroniCITY]

미니멀하게 사는 것도 환경을 보호하는 거죠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입력2022-05-0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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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한강공원에서 플로깅 행사가 열렸다. [사진 제공 · 안현모]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한강공원에서 플로깅 행사가 열렸다. [사진 제공 · 안현모]

    현모 웬 음료수를 집으로 보내셨어요?

    영대 채소 음료인데 맛있어서요.

    현모 ㅋㅋㅋ 지난번엔 떡 드시다 제 생각이 났다고 하시더니….

    영대 뭐 먹을 때마다 자꾸 생각나요. ㅋㅋㅋㅋ

    현모 제가 주는 대로 너무 잘 먹는 이미지인가요? 오늘 친구들한테서도 저탄수화물 면이니, 비건 빵이니 이상하게 먹거리 선물을 많이 받았어요. ㅋㅋ



    영대 챙김 받는다는 건 좋은 거예요. 저는 요새 식물성 먹거리를 볼 때마다 무조건 현모 님이 생각나요.

    현모 ㅎㅎㅎ 채식주의자가 주변에 저밖에 없나봐요?

    영대 음… 친한 지인 중에는 현모 님 한 명인 듯. 역시 사람은 차별화가 돼야 하나 봐요. 심지어 누가 환경 얘기만 해도 현모 님부터 생각나요. 전등 끈다고 해도 현모 님 생각나고, 남편이 골프에 빠져 있다 어쩐다 해도 현모 님 생각, 어지간하면 현모 님부터 떠올라요.

    현모 푸하하하하하 현모 블랙홀이군요.

    영대 이젠 밥 천천히 먹는 사람을 봐도 현모 님 생각에, 아예 막국수는 어디 가서 먹지도 못해요. 국수 위에 현모 님 얼굴이 둥둥 떠 있어서.

    현모 ㅍㅎㅎㅎㅎㅎ 미치겠다. 말 나온 김에 거리두기 해제된 기념으로 조만간 막국수 서밋(summit: 회담) 한 번 해요!

    영대
    ㅋㅋㅋ 지속가능한 ‘위 팽창’을 위한 막국수 서밋 2022! 그러고 보면 현모 님 덫에 빠진 것도 우리가 대화를 일주일에 한 번씩 지속해서 나누다 보니 더 그런 거 같아요. 게다가 제가 미국에 10년 넘게 있다 한국에 오자마자 알게 된 사람이 현모 님이라서 저한텐 인상이 깊을 수밖에 없고요.

    현모 완전히 현며들었네요.

    영대 며칠 전에는 현모 님 영향으로 갑자기 저도 모르게 집에서 비거니즘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게 됐다니까요. 저는 아직 100% 비건으로 살 자신은 없지만, 아이들에게는 나중에 원한다면 얼마든지 채식주의를 선택해도 괜찮다고 얘기했어요. 물론 그들에게 선택권이 있는 건 무척이나 당연하지만요. 현모 님이 아니었다면 제가 별안간 이런 주제를 고민했겠어요?

    현모 우와!! 대박~~!

    영대 저 역시 고기를 완전히 끊지는 못하더라도 가급적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을 때는 대체하고, 일주일에 단 며칠이라도 채식을 지향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육식과 환경의 관계를 전혀 몰랐지만, 이제는 축산업이 탄소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걸 알아버렸으니까요.

    현모 갑자기 너무 힘이 돼요!

    영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예요. 신기하게도 현모 님이 저한테 한 번도 강요하거나 요구한 적이 없는데도, 가까이 지내다 보니 저절로 그런 아이디어가 싹튼 거 같아요. 그 정도는 어려운 일도 아니고요.

    현모 정말 감동이에요. 제가 채식을 하는 이유와 보람이 이런 거거든요. 안 그래도 며칠 전 ‘지구의 날’을 맞아 외국인 친구들과 한강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다녀왔어요. 끝나고 나서 다 같이 이태원 비건 중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는데 우리 가운데 비건은 극히 일부였고, 나머지는 비건 요리를 태어나 처음 먹어본 사람들이었어요. 그날 식물성 짜장면이니 깐풍기 등을 맛보더니, 진심으로 맛있다면서 더는 고기를 고집할 필요가 없겠다고 하더라고요. 무척이나 뿌듯했죠.

    영대 와,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저도 좀 데려가요!

    현모 ㅋㅋㅋㅋ 얼마 전에는 부모님도 모시고 갔는데, 미리 알지 못했다면 일반 중식 맛집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맛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봉사 날에는 치킨 브랜드 사장님도 오셨는데, 깜짝 놀라면서 대체육 세계에 눈을 번쩍 뜨고 가셨답니다.

    영대 와우, 그 회사에서 나중에 베지테리언 메뉴를 출시하면 그야말로 대박사건이네요.

    현모 아마 앞으로 5년가량만 지나도 웬만한 식품 프랜차이즈에는 베지테리언 옵션이 반드시 포함되지 않을까요?

    영대 그죠. 그리고 그런 옵션은 꼭 채식주의자만을 위한 게 아니라 누구든 자유롭게 먹어볼 수 있으니까요.

    현모 항상 드는 비유지만, 마치 이탈리아 음식점에 이탈리아 사람만 가는 게 아닌 것처럼요.

    영대 최근엔 기후변화도 기후변화지만, 팬데믹도 있었지,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농업 관련 인건비, 물류비, 원재료 값까지 급상승해 식품업계가 어떻게든 변화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현모 맞아요. 제품 선택폭이 넓어지면 소비자도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몰랐는데, 70대인 저희 엄마도 온라인으로 장을 보다 대체우유, 대체육 등 신박한 제품들이 뜨길래 궁금해서 몇 번 주문해서 드셨더라고요. 지금 제가 40대 중반 남성인 영대 님과도 이런 대화를 하는 게 얼마나 긍정적이냐고요!

    영대 자꾸만 40대 중반 남성이라고 하지 마요!!

    현모 팩트잖아요. ㅋㅎ

    환경에 관심만 가져도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것이다. [GettyImages]

    환경에 관심만 가져도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것이다. [GettyImages]

    영대 솔직히 저는 아직 환경보호를 위해 대단하게 하는 건 없지만, 40대 중반 여성인 저희 아내는 엄청나게 투철해요. 라벨 하나도 철두철미하게 분리해 배출하고, 무엇보다 아내의 가장 큰 특징은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거죠. 물건을 덜 사고, 일단 사면 아껴 쓰면서 낭비를 줄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현모 오오오, 역시 멋진 언니~~. 짝짝짝!! 전 격하게 공감해요. 요새 솔직히 환경이 좋은 마케팅 키워드라서 비건 화장품, 비건 섬유로 만든 가방 등등 비건이나 친환경 제품이 쏟아지는데, 당연히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제품들에 비해서는 이왕이면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쓰는 게 월등히 낫겠죠. 하지만 없어도 되는 물건이라면 구매하지 않는 편이 현명한 거 같아요.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중단하는 게 어찌 보면 더 중요한 듯해요.

    영대 저는 아내만큼 미니멀리스트도 아니고 환경적으로 딱히 내세울 것도 없지만, 이런 토크를 나눈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왠지 환경에 기여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현모 진짜 이렇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두고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신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모두 생업을 접고 거리로 뛰쳐나가 환경운동가가 될 수는 없잖아요. 우리는 이 땅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자연에 빚을 지는 거고, 지구에 티끌 하나도 피해를 주지 않는 완벽한 100점짜리 환경 실천가는 없어요. 영대 님이나 저처럼 조금이라도 환경에 대한 의식과 지향점을 갖고 노력하려는 세력이 다수가 되면 결국 미래에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거라고 믿어요.

    영대 오호, 모든 의식의 무브먼트는 민중이 두꺼운 마름모꼴 구조인 게 이상적이니까요!

    현모 그렇죠! 그렇게 차차 안정적으로 의식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에요.

    영대 흠…. 굉장히 의미 있는 담소였어요. 그나저나 어쩌죠. 이제 마름모꼴만 보고 들어도 현모 님이 생각나겠네요. ㅎㅎㅎ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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