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전 세계 로봇 관련 시장 규모가 2019년 310억 달러(약 39조 원)에서 2024년 1220억 달러(약 154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로봇협회(IFR)의 로봇 분류체계에 따르면 로봇은 제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나뉘는데, 특히 서비스 로봇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가 2020년부터 연평균 13%씩 성장해 2025년 이후 제조업용 로봇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IFR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111억 달러(약 14조 원)로, 전체 로봇 시장의 43.5%를 차지했다.
요리하고 방역하는 6종 로봇 갖춘 LG
방문객 안내, 광고, 보안, 도슨트 등 복합 기능을 탑재한 안내로봇 ‘LG 클로이 가이드봇’. [사진 제공 · LG전자]
LG전자 로봇사업의 핵심은 자사 로봇 브랜드 ‘클로이(CLOi)’다. ‘똑똑하면서도(CLever&CLear) 친근한(CLose) 인공지능 로봇(Operating Intelligence)’을 의미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고객과 교감하며 편의를 제공하는 동반자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2017년 인천국제공항에서 ‘LG 클로이 가이드봇’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LG 클로이 서브봇 2종’(서랍형·선반형), ‘LG 클로이 바리스타봇’ ‘LG 클로이 셰프봇’을 선보이며 다양한 공간에 지속적으로 공급해왔다. 올해 4월 14일에는 비대면 방역 작업에 최적화된 ‘LG 클로이 UV-C봇’을 새롭게 출시해 라인업을 6종으로 강화했다. 분리 공간이 많은 호텔·병원 같은 건물 내 비대면 방역 작업에 최적화된 로봇이다. 자율주행과 장애물 회피 기술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벽을 따라 실내 공간을 이동하며 몸체 좌우 측면에 탑재된 UV-C(Ultraviolet-C) 램프로 사람 손이 닿는 물건의 표면을 살균한다. 4월 중에 서울 성동구청, 제주도서관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클로이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로봇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공간에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대면 방역에 최적화된 살균 로봇 ‘LG 클로이 UV-C봇’.[사진 제공 · LG전자]
LG전자가 최근 상용화 준비에 역량을 집중하는 부분은 물류 혁신을 가져올 ‘실내외 통합배송로봇’이다. 지난해 7월 국제로봇학회 ‘제18회 유비쿼터스 로봇 2021’에서 처음 선보였고,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22’에서도 소개했다. 실내나 실외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4개의 바퀴를 갖췄으며, 바퀴 사이 간격을 조절해 지형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최적화된 주행 모드로 이동한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시너지 기대, 현대차
3월 24일 현대자동차 정기 주주총회장에서 로봇 ‘달이(DAL-e)’가 주주들을 맞이하는 모습.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은 최근 로봇 비즈니스에 전력투구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로보틱스 기술은 완성차 기업이 추구하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로봇에 들어가는 각종 센서와 AI 기술 등이 자율주행차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성공의 기반이 된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로봇·AI를 5대 미래 혁신 성장 분야의 하나로 선정했다. 같은 해 로보틱스팀을 신설했고, 2019년 실급 조직인 로보틱스랩으로 성장시켰다. 2020년에는 로보틱스 분야의 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적인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8억8000만 달러(약 1조 원)에 인수하며 로봇사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 ‘아틀라스’, 창고·물류 시설에 특화된 로봇 ‘스트레치’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첨단 로봇기술 투자에 전력투구
4월 8일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를 방문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왼쪽)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과 함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지난해 12월에는 첨단 로보틱스 기술이 집약된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Mobile Eccentric Droid)를 공개했다. 낮고 평평한 보디에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4개의 엑센트릭 휠이 장착됐다. 각 바퀴마다 탑재된 모터 3개가 개별 바퀴의 동력과 조향, 보디의 제어 기능을 수행한다. 덕분에 비탈이나 요철에서도 보디를 수평으로 유지해 배송이나 안내 서비스에 최적화돼 있다. 업계에서는 스케이드보드 같은 플랫폼으로 개발돼 탑재 장치에 따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로봇에 대한 진심은 ‘CES 2022’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정의선 회장은 미디어 행사에 스팟과 함께 등장해 “현대차의 로보틱스 비전이 인류의 무한한 이동과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분야는 스마트 디바이스가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결돼 사용자의 이동 경험이 혁신적으로 확장되는 ‘메타모빌리티’, 로보틱스 기술로 모든 사물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Mobility of Things(MoT)’, 스팟·아틀라스 같은 ‘지능형 로봇’ 등으로 구체화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청년희망 ON 프로젝트 파트너십’ 행사에서 향후 3년간 4만6000명의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중점 신사업인 로보틱스·미래항공모빌리티·수소에너지·자율주행 등에 채용이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로봇 솔루션을 포함한 5개 연구개발본부에서 세 자릿수 채용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인재 모집에 나섰다.
삼성전자도 로봇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로봇·AI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향후 3년간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주총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신사업 발굴의 첫 행보로 로봇사업을 꼽았다. 삼성은 지난해 초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하며 본격적인 로봇사업 준비에 매진해왔다. 이 팀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정식 로봇사업팀으로 격상됐다.
로봇사업 본격화 삼성, 로봇 서비스 플랫폼 키우는 KT
‘CES 2020’에서 한 관람객이 삼성전자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GEMS Hip’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올해 초 ‘CES 2022’에서는 인터랙션 로봇 ‘삼성 봇 아이’를 처음 공개했다. 사용자 곁에서 함께 이동하며 보조하는 기능과 원격지에서 사용자가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텔레프레즌스 기능을 탑재했다. 또한 올해 초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와 미국·캐나다 특허청에 ‘삼성 봇’ 상표권 등록을 완료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로봇 상용화 준비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KT는 최근 ‘AI방역로봇’을 출시하고 ‘로봇 서비스 플랫폼’ 비즈니스 추진을 공식화했다.[사진 제공 · KT]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 로봇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로봇산업정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국가적 의제로 로봇산업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개발(R&D)과 상용화를 적극 지원하는 추세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로봇 전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로봇사업의 성공 관건은 핵심 역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며 “자체적인 R&D 투자와 더불어 유수한 로봇기업과 인수합병도 효과적인 로봇사업 확장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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