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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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물가 상승과 자산 인플레가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 불러

[홍춘욱의 경제와 투자] 트럼프 행정부 감세 법안도 버블 위험 높이고 경제 취약성 확대

  •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입력2025-11-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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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9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동결 가능성을 언급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뉴시스

    10월 29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동결 가능성을 언급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10월 29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 회의에서 의견이 크게 갈렸다. (중략) 12월 금리인하는 ‘기정사실(foregone conclusion)’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충격으로 미국 국채금리는 급등하고, 주식 가격은 일제히 내렸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올 연말까지 정책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이라고 믿었던 투자자들에게 차익 실현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파월 의장은 왜 12월 금리인하가 불필요하다는 것일까.

    파월 “금리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

    파월 의장이 변심한 이유는 두 종류의 인플레이션 위험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직접적 위험은 관세와 달러 약세에 기인한다. ‘그래프’는 미국 비제조업 구매담당자들이 언급한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음영 부분은 체감물가지수가 70% 선을 넘어선 시기를 가리킨다. 참고로 이 지표는 “지난달에 비해 물가가 상승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이 70% 선을 돌파했던 2000년대 후반, 2010년대 초반, 그리고 2022년에 강력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미 연준 통화정책은 매파적으로 변했다.

    필자는 2010년대 초중반 국민연금에서 일했는데, 미 연준이 양적완화를 중단하면서 강력한 주가 조정이 출현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2013년 5월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검토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주식시장은 물론, 외환시장에도 급격한 변동성이 출현했다. 특히 취약한 신흥 7개국(fragile seven)으로 지목된 국가들의 채권 및 주식 가격이 폭락해 새로운 외환위기 출현 가능성을 둘러싸고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물론 비제조업 구매담당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가 급등했다고 해서 반드시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리라는 법은 없다. 다만 연준 입장에서는 행정부 폐쇄로 공식 통계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체감물가의 급격한 상승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택 가격도 역사상 최고치 기록 중

    체감물가 상승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자산 인플레이션 위험이다. 미국 나스닥 시장 기술주가 급등하는 가운데 케이스-실러 전국 주택가격지수도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더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으로 부유층의 소득세가 감면되고 법인세가 인하된 것도 자산 가격 버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물론 자산 가격 버블 위험 자체는 연준의 핵심 정책 목표(물가 안정 및 완전 고용)가 아니다. 그러나 주택 가격 상승은 임대료 인상 가능성을 높이기에 연준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더 나아가 감세 및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유층의 소비 증가는 경제 전체로 취약성을 확대할 수 있다. 미국인의 신용카드 연체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높아진 가운데, 0.1% 상위층은 사치재 소비를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시장 선거에서 급진적 사회주의 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당선한 것이 심각한 양극화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 같다. 

    따라서 연준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인하 요구를 무작정 수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파월 의장 임기가 2026년 5월에 끝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언제든 금리인하가 재개되고 인플레이션 위험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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