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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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안아줄 때 비명 지른다면 허리 디스크 의심

[황윤태의 동물병원 밖 수다] 닥스훈트·푸들 발병률 높아… 가슴과 골반을 같은 높이로 들어 올려야

  • 황윤태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입력2025-10-3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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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궁금증에 대한 검색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황윤태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반려동물에 관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한다.
    반려견을 들어 올릴 때 가슴과 골반을 같은 높이로 해 척추가 지면과 수평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챗GPT 생성 이미지 

    반려견을 들어 올릴 때 가슴과 골반을 같은 높이로 해 척추가 지면과 수평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챗GPT 생성 이미지 

    반려견도 허리 디스크 질환을 겪을 수 있단 사실에 놀라는 보호자가 많다. 사람처럼 오래 앉아 있지 않고 무거운 물건을 들지도 않는데 왜 디스크 문제가 생기는지 의아해한다. 사실 대부분의 강아지는 유전적 요인으로 디스크 질환이 발병하며 그중 닥스훈트, 시츄, 웰시코기, 푸들 등은 발병률이 특히 높다. 이들은 연골 형성이나 발달에 이상이 있는 ‘연골이상’ 품종으로 분류돼 다른 견종보다 디스크 질환과 관절염에 더 취약하다.

    이런 증상 있다면 디스크 의심하세요

    디스크가 생기는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척추뼈 사이에는 충격을 완화하는 말랑한 추간판(디스크)이 있다. 추간판이 손상돼 바깥으로 튀어나와 신경을 압박하면 ‘추간판탈출증’, 즉 흔히 말하는 허리 디스크나 목 디스크가 된다. 척추는 뇌에서 꼬리까지 이어져 있어 탈출 부위에 따라 경추·흉추·요추 디스크 등으로 구분된다. 반려견 디스크는 흉추와 요추가 연결되는 ‘흉요추’ 부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그다음으로 목 부위에서 자주 생긴다.

    발생 부위와 추간판 탈출 정도에 따라 반려동물이 보이는 증상은 다양하다. 가벼운 통증만 보이기도 하고, 하반신이나 네 다리를 모두 쓰지 못할 정도로 마비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보호자가 가장 놓치기 쉬운 신호는 들어 올릴 때 비명을 지르는 것이다. 보호자는 보통 상체만 들어 올리다 보니 갈비뼈나 어깨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추간판탈출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추간판탈출증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컴퓨터단층촬영검사(CT)나 자기공명영상검사(MRI)가 필수다. 다만, 반려동물은 전신 마취가 필요하고 비용도 비싸서 보통은 신체검사나 신경계 평가, 방사선 촬영만으로 잠정 진단 후 치료를 시작한다. 약물치료는 디스크 탈출 위치와 상관없이 가능하기에 여러 정황상 추간판탈출증이 의심된다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탈출 부위와 크기, 신경 압박 및 손상 정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해 CT나 MRI 촬영을 먼저 해야 한다.

    치료 방법은 약물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뉘며 한방치료나 물리치료 같은 보조적 방법도 있다. 극심한 통증과 기능 장애가 있다면 수술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권장하지 않는다. 그래도 골든타임은 존재한다. 완전 마비가 온 경우 24시간 이내에 수술로 디스크 물질을 제거하고 신경 압박을 해소해야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약물치료는 스테로이드,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NSAID), 일반 진통제, 근이완제 등이 주로 쓰이며, 어떤 약을 우선 적용할지는 주치의 판단에 따른다.



    재발률 높은 디스크, 생활 관리가 핵심

    병원 치료만큼 중요한 게 가정에서 관리다. 발병 후 2~4주 동안은 절대적 안정이 필요한 만큼 달리기, 공놀이 같은 격렬한 활동을 제한하고, 점프나 뛰어내리는 행동을 못 하도록 환경을 바꿔야 한다. 또한 집 안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아 추가 손상을 예방하는 동시에, 주치의 지시에 따라 재활운동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반려견을 들어 올릴 때 자세도 중요하다. 항상 가슴과 골반을 같은 높이로 들어 올려 척추가 지면과 수평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상체만 들면 하체 무게가 허리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그림 참조). 이때 뒷다리 사이를 보호자의 팔로 받치면 안정적으로 들 수 있다.

    증상이 호전됐더라도 디스크 질환은 재발률이 매우 높다. 유전적 요인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여러 부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 위축을 막고, 체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며, 격한 움직임을 줄여 재발 위험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

    추간판탈출증은 반려견에게 고통을 주고 보호자에게는 깊은 걱정을 안긴다. 하지만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 세심한 관리가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평소 반려견의 작은 행동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고,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동물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는 게 중요하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함께할 수 있도록 소중한 반려견의 허리 건강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자.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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