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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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꿈인 초등학생에게… “공부 잘해 전문직 되는 게 더욱 명확한 길”

[돈의 심리] 투자가로 성공하려면 일단 산수 잘하고 숫자에 익숙해져야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5-10-2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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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초등학생이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머릿속에 아무런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GETTYIMAGES 

    한 초등학생이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머릿속에 아무런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GETTYIMAGES 

    추석 연휴에 친지들을 만났다. 그때 한 아이가 나에게 질문했다.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나요?” 

    이 아이는 초등학생이다. 커서 부자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지를 물은 것이다. 물론 이 질문을 내게 처음 던진 건 아니다. 자기 부모에게 먼저 물었다. 이런 질문에 보통 부모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공부 열심히 해라”다. 그 대답이 아이 가슴에 별로 와 닿지 않았던 것 같다. 

    사업가·투자가·전문직으로 성공하기

    이 아이가 보기에 자기 주변에서 가장 부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나였고, 그래서 내게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묻는 거였다면 나도 별 부담 없이 “공부 열심히 해”라고 했겠지만 아이 얼굴이 퍽 진지했다. 이렇게 진지하게 질문해오면 나도 제대로 답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바로 떠오르는 대답이 없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정말이다.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할 말이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질문들은 대답이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다. 그 답을 정말 입 밖으로 낼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고민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대답이 떠오르기는 한다. 그런데 이 질문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답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건 나도 잘 모른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나도 모른다”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프로야구 선수 지망생인 초등학생이 프로야구 선수에게 “어떻게 하면 야구선수가 될 수 있나요”라고 묻는데, “나도 잘 모른다”고 대답한다면 얼마나 어이없겠나. 이건 초등학생의 꿈을 꺾는 대답이다. 어떻게든 대답해야 한다. 바로 떠오르는 건 없었지만 머릿속에서 정리한 뒤 얘기를 시작했다.

    부자가 되는 방법에는 4가지가 있다. 첫째는 사업가가 되는 것, 둘째는 투자가가 되는 것이다. 셋째는 돈을 많이 버는 전문직이 되는 것이고, 마지막이 스포츠나 예능 스타로 성공하는 것이다. 부자 중 비중이 가장 큰 건 사업가이고 그다음이 투자가다. 미국 부자는 사업가가 50%, 투자가가 30%, 전문직이 12% 정도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나머지 8%는 스포츠 스타나 방송 등 연예인이다.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으로 성공하는 데는 재능이 중요하니 특별히 지금 뭘 해야 한다고 말해줄 것이 없다. 아이에게 답할 수 있는 건 사업가, 투자가, 그리고 전문직이었다.

    먼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전문직을 보자.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이다. 그냥 전문직이 되는 것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전문가라고 해도 돈을 많이 벌기 어려운 분야가 대부분이다. 그 분야에서 성공적인 전문가가 되면 부자로 살 수 있는 전문직이어야 한다. 익히 알려진 의사,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전문직이 되려면 우선 자격증을 따야 하는데, 그것이 굉장히 어렵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 

    사업 자질은 공부와 상관없는 영역 

    자격증 없이 부자가 될 수 있는 전문직도 있다. 소위 경영자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이사 등이 해당한다. 이 경우 기업 규모가 중요하다. 대기업 고위직에 올라야 부자가 될 수 있다. 기업 규모가 작으면 고위직까지 올라도 큰 부자가 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 방법으로 부자가 되려면 일단 대기업에 입사해야 한다. 그런데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 결국 공부를 잘해야 한다. 부모가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는 건 이렇듯 나중에 부자가 될 수 있는 전문직에 몸담으라는 의미다. 부자가 되려면 일단 지금, 초등학생 때 공부를 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부모가 한 대답과 내 대답이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그다음부터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부자가 될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 부자 중 비중이 가장 큰 건 사업가다. 사업으로 성공하면 부자가 된다. 그럼 성공적인 사업가가 되기 위해 초등학생은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해야 할까.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건 대답이 될 수 없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업가 부자 중 학생 때 공부를 잘한 사람은 거의 없다. 공부 자질과 사업 자질은 다르다. 

    사업은 근육 단련과 같다고 본다. 처음에는 잘 못하더라도 몇 번 하다 보면 잘하게 된다. 몇 차례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계속 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끈기와 자금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초등학생에게 지금 사업을 시도해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나중에 사업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주변을 계속 살펴보는 정도다. 다만 영어 등 외국어와 산수는 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외국어를 잘하면 사업 범위가 달라진다. 또 수학을 잘할 필요는 없지만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 사칙연산은 빠르게 잘할 필요가 있다.

    전문직과 사업가까지는 그래도 이런저런 말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투자가였다. 나중에 성공적인 투자가가 되기 위해서는 뭘 준비해야 할까.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건 대답이 아니다. 유명한 투자 회사에 들어가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학벌이 좋은 건 유명 투자 회사 직원이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기는 하다. 하지만 성공적인 투자가가 되는 데 필요한 조건은 아니다. 투자 회사 직원이 되는 길과 성공적인 투자가가 되는 길은 완전히 다르다. 성공적인 투자가가 되려고 공부를 잘할 필요는 없다.

    사업 같은 경우 처음에는 못해도 몇 번 하다 보면 잘할 수 있게 된다. 사업은 단련되는 분야다. 하지만 투자는 좀 다르다. 투자를 오래 했다고 잘하게 되는 건 아니다. 여러 번 실패를 경험했다고 더 잘하게 된다는 보장도 없고, 이전에 성공했다고 계속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다음 시험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는다. 줄곧 90점 이상을 받던 학생이 다음 시험에서 갑자기 30점을 받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사업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던 사람이 갑자기 망하는 일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사업은 서서히 망하지 어느 날 갑자기 망하지 않는다. 밖에서 보기에는 갑자기 망한 것 같아도 내부에서 보면 차차 망해간다. 하지만 투자는 다르다. 계속 90점 넘는 점수를 받다가 어느 날 갑자기 0점을 받는 게 이상하지 않은 세계다. 성공적인 투자가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투자는 경험만으로 단련되는 분야가 아닐뿐더러, 과거 성공이 미래를 보장하는 분야도 아니다.

    부자 되기, 안개 낀 미로 같은 길

    성공적인 투자가가 되는 데 필요한 자질은 대체 뭘까. 이것을 잘하면 투자도 잘할 수 있다고 말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머릿속에 한 가지 떠오른 게 있긴 했다. 도박이다. 포커, 홀덤, 화투, 카지노 게임 등을 잘하면 투자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 투자가는 도박사와 기질이 비슷하다. 도박을 잘하는 사람은 성공적인 투자가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초등학생에게 포커를 배우라고 할 수는 없다. 초등학생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포커 등에 익숙해지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는 자기가 끌리면 스스로 접근하는 분야지, 다른 사람에게 하라고 추천할 만한 분야는 아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사업가처럼 산수를 잘하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산수를 잘하고 숫자에 익숙해지는 건 투자가에게 필수 조건이 맞다.

    초등학생에게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대답하려다 보니 부자 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 그리고 그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됐다. 그래도 비교적 명확해 보이는 길은 공부를 잘해서 전문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학생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권하는 건 그 나름 일리가 있다. 그게 유일한 길은 아니지만 확실히 보이는 길이긴 했다. 부자가 되는 다른 길들은 참 모호하다. 부자들도 제대로 대답하기 어려운, 안개 낀 미로 같은 길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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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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