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국내 정보당국의 분석이 최근 나왔다. 의학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지금 같은 몸 상태를 유지하면 가족력에 따라 여러 질병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예단은 어렵지만, 비만 상태와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을 경우 나이 들어 조부, 부친처럼 심혈관질환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며 손에 담배를 들고 있다. [뉴시스]
“알코올, 니코틴 의존도 높아 불면증 악화 가능성”
국가정보원은 5월 3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와 관련된 보고를 했다. 주요 내용은 △인공지능(AI) 분석 결과 체중은 140㎏ 중반으로 추정되며 △북한 당국이 ‘최고위 인사’의 불면증 치료를 위해 졸피뎀(불면증 치료 약물) 등 의료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에서 수면 장애를 겪는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알코올, 니코틴 의존도가 높아 불면증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손, 팔뚝의 상처는 알레르기와 스트레스로 인한 피부염으로 보인다는 분석 결과도 내놨다.북한 당국은 최고지도자의 건강 상태가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린다. 김 위원장이 2018년 싱가포르, 이듬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섰을 때 북측은 그의 배설물과 숙소 쓰레기까지 수거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당국은 사진 등 공개정보는 물론, 각종 휴민트(인적 정보)와 첩보를 통해 김 위원장의 건강 및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의 건강이 한반도 정세와 국가 안보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학 전문가들의 견해는 어떨까.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사진과 같이 제한된 데이터로 구체적인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제하면서, 현재까지 드러난 김 위원장의 나이(1984년생으로 올해 만 39세)와 체중·신장, 생활습관과 가족력 등을 고려한 추측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추측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는 사진에 드러난 체격 변화다. 2012년 집권 당시 90㎏ 정도였던 김 위원장의 체중은 2019년 140㎏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12월 조선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선 약 20㎏를 감량한 듯 홀쭉해진 모습으로 한때 건강이상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살이 빠진 뒤 다시 찌면 ‘요요현상’에 따라 그 전보다 체중이 더 불어나기 쉬운데, 이는 살이 빠지는 것에 저항하려는 인체 메커니즘이 강화되기 때문”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다이어트를 시도한 것 같은데, 체중 감량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끝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술자리가 늘어나는 등 환경이 조성되면 체중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만찬 당시 우리 측 인사들이 권하는 도수 높은 술을 연거푸 ‘원샷’으로 비웠다거나, 하룻밤 새 와인 10병을 비웠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김 위원장의 음주량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북측이 공개하는 사진에서 김 위원장이 곧잘 담배를 들고 있어 그가 애연가임을 알 수 있다.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이 강화된 만큼 북한 최고지도자로서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나같이 건강에는 좋지 못한 조건이다.
‘주량 와인 10병’ 음주 등 생활습관도 변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아DB](왼쪽)과 조부 김일성 주석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다만 일각에서 “김 위원장 팔뚝에 난 상처는 심장 수술 흔적”이라며 심근경색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억측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한 대학병원 심장 전문의는 “클래식한 방식인 다리의 사타구니 동맥 말고도 팔의 요골동맥을 통한 스텐트 시술도 가능하긴 하다”면서도 “사진 속 모습만 보고 김 위원장이 스텐트 시술을 받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가정보원 분석처럼 단순 피부질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다.
향후 김 위원장의 건강 추이를 예측할 때 주목할 것은 가족력이다. 김 위원장의 조부 김일성 주석은 1994년 82세 나이로 심근경색으로 급사했고,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9세였던 2011년 급성심근경색과 심장쇼크로 사망했다. 생전 두 사람 모두 비만한 체형에 기름진 음식과 음주, 흡연을 즐겼다고 한다. 이에 대해 오상우 교수는 “일부 언론 보도처럼 김정은 위원장이 심근경색을 앓았는지 여부는 그야말로 상상의 영역으로, 단언할 수 없다”면서도 “부친과 조부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상태에서 그것과 비슷한 생활습관을 계속 유지한다면 가족력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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