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8년 9월 3000만 원이던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가격은 지난해 말 4000만 원을 돌파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서울 아파트 6만3000세대 시세변동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기준 평균 연봉(3400만 원)을 받는 노동자가 서울에 25평형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36년이 걸린다고 발표했다. 청약 당첨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023년까지 신축 아파트 공급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030세대를 중심으로 ‘패닉 바잉’ ‘영끌’ 광풍이 불었다. 최근에는 많은 무주택자 월급쟁이가 이러다 집 한 채 갖지 못한 ‘벼락거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떨고 있다.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지만, 고점에 샀다 폭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안고 있다. 월급쟁이가 내 집을 마련하고 집을 발판으로 부자가 되는 일은 이제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된 것일까.
부동산 투자계 재야 고수인 너바나(본명 이정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자신이 월급쟁이 부자의 꿈을 이룬 너바나는 2005년 대기업 입사 후 회사가 노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30세에 종잣돈 1500만 원으로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 6년간 직장생활과 부동산 투자를 병행하며 50채의 부동산 매입을 통해 평생 월급을 가져다주는 투자 시스템을 만든 그는 2015년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 ‘나는 부동산과 맞벌이한다’를 펴냈다. 현재는 대기업 퇴사 후 네이버 카페 ‘월급쟁이 부자들’과 팟캐스트 ‘월급쟁이 부자들-직장인 재테크 학교’, 유튜브 ‘월급쟁이 부자들TV’를 운영하며 직장인의 내 집 마련과 재테크를 돕고 있다.
월급쟁이들의 내 집 마련을 돕고 있는 너바나. [조영철 기자]
실거주 목적이면 지금이라도 매수
지금이 가장 싼값에 매수할 기회다. 이 말은 부동산에도 해당하나.“집값은 물가에 연동하는 부분이 있어 길게 보면 지금이 가장 싸게 사는 것일 수 있다. 전문가들조차 부동산 저점과 고점을 알기는 어렵다. 많은 사람이 저점에 사겠다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안 된다. 만약 그분들이 저점을 알았다면 2015, 2016년에 집을 샀을 거다. 많은 사람이 투자를 잘 못 하는데, 그 이유는 뇌가 과거 3년의 경험에 비춰 미래도 그럴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트코인이 대표적 예다. 한때 너도나도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대폭락을 경험한 후 지금까지 갖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거주 목적을 지니기에 서울 외곽에라도 내 집을 갖고 있는 건 중요하다. 집을 구할 방법은 매매, 전세, 월세 3가지밖에 없다. 이 중 매매보다 훨씬 정직하게 오르는 게 전세다. 집값이 10년 정도 상승하고 5년 정도 보합이나 하락을 기록한다면 전세는 10년을 주기로 8~9년 상승, 1~2년 하락이라고 보면 된다. 매매를 안 해도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니 집값 상승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지금이 비싼 구간인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실거주 목적이라면 내가 가진 돈 안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맞다. 다만 ‘영끌’은 절대 안 된다.”
앞으로 부동산시장에도 변동이 생길 텐데.
“당연히 변동이 있을 거다. 지금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게 집을 샀는데 집값이 빠지는 것 아닌가. 하지만 집이 없으면 전세나 월세가 오를 때 느끼는 상실감이 더 크기 때문에 일단 집을 사되, 가급적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전세가율이 중요하다. 거품이 없기 때문이다. 전세가 싸다고 두 채 얻어놓은 사람은 없지 않나. 전세가는 바로 사용 가치를 의미한다. 강남 신축이라면 전세가율 50%, 55~60%면 더욱 좋다. 나머지 지역은 70% 정도일 때 적극적으로 매수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런 곳은 가격이 빠져도 일정 수준에서 멈춘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외곽이 좋다.”
외곽은 수도권을 말하는 건가.
“수도권 외곽은 아니다. 서울 외곽이어야 한다. 수도권이라면 서울로 30분 안에 진입할 수 있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실수요가 받쳐주는 인접 지역이어야 한다. 전세가 받쳐주지 않는데 신축 아파트라고 해서 수도권 외곽에 청약을 넣거나 투자하는 분들을 보면 조금 우려된다. 지금 경기 평택 같은 곳은 피가 엄청 붙었다. 안성, 양주도 많이 들어가는데 전세가율을 안 보면 나중에 하락장에서 크게 당황할 수 있다. 3기 신도시는 괜찮다. 2기보다 서울과 가까워서다.”
수도권 외곽 신축 청약 신중해야
너바나는 투자에 앞서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영철 기자]
“청약 점수가 50점이 안 되고 1년간 청약을 넣었는데 당첨이 안 됐다면 사는 게 낫다. 어차피 부동산시장은 계단식 우상향이다. 지금 좋은 지역에 집을 사놓고 기다리면 결국 오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집을 소유했을 때 좋은 점은 가져본 사람만 안다. 처음부터 토익 900점을 맞는 사람은 없다. 500점, 600점, 700점, 800점, 그리고 900점으로 가는 거다. 집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경기 수원이나 용인 갔다 분당 가고, 판교 갔다 강남으로 들어가는 거다. 이제 소득(월급)만으로 좋은 집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금융이나 융자를 잘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많은 직장인이 직장생활이 영원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준비를 안 한다. 서울대 좋은 거 다 알지만 누구나 갈 수는 없지 않나. 청약은 10년, 15년 무주택이어야 들어갈 수 있다. 30세가 45세가 돼야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15년을 기다릴 바에는 차라리 포기하고 ‘영끌’ 하지 않는 선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낫다.”
어떤 집을 골라야 하나.
“내게 5억 원이 있다면 그 안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발품을 팔아야 한다. 지금은 집값이 서울이나 서울 외곽이나 차이가 별로 없다. 서울 송파와 경기 용인, 광교가 같다. 과거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서울 잠실과 경기 용인 집값이 10억 원으로 같았다. 하지만 결국에는 잠실이 훨씬 많이 올랐다. 내가 가진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한다. 2010년대 중반 우리도 일본처럼 집값이 폭락할 거라는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집을 팔았다. 하지만 그 후 매도가보다 전세금이 더 오르는 상황이 왔다. 집이 없는 사람은 집값이 떨어지기를 바라지만 가진 사람은 오를 거라고 믿는다. 이런 걸 봤을 때 집은 있는 게 좋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잘 고르면 된다.”
사회초년생들의 절망이 크다.
“집값은 항상 월급으로 살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응답하라 1988’을 보면 은마아파트가 5000만 원이었다고 나오는데, 당시 직장인 월급은 얼마 안 됐다. 나만 해도 직장생활만으로는 내 집 마련을 엄두도 낼 수 없었고, 부모님이 신혼집을 사준 친구들과 격차가 갈수록 벌어졌다. 지금 집값이 과도하게 오른 부분은 있지만 세상은 로버트 기요사키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쓰던 2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돈을 버는 공식은 같다는 의미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투자해보면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부자들은 누구보다 자본주의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잘 안다. 공부 없이 어설프게 상승장에 뛰어들어 돈을 조금 번 사람은 나중에 큰돈을 잃는다. 투자할 때는 대상의 적정 가치를 알아야 하고, 기대수익과 감당할 수 있는 손해까지 모두 예측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강남의 30평형 아파트가 20억 원인 게 적정 가치인지를 내가 알아야 한다.”
부자가 될 기회는 항상 온다
부동산 투자만 하나.“그동안 부동산 투자만 해왔는데 너무 편중돼 있다는 생각에 9 대 1 비율로 간접투자인 자산배분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법의 돈 굴리기’ 저자인 김성일, 김단테 씨가 그 분야의 대부인데, 그분들의 포트폴리오를 잘 활용하고 하루 이틀만 공부하면 연 6~7%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일 때는 간접투자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부자가 될 기회는 또 올까.
“기회는 항상 온다. 나도 부모의 도움을 받아 신혼집을 마련한 친구들과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서 상실감에 투자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마도 내가 그 친구들보다 자산이 많을 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가 되려면 10년은 걸린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되고, 그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한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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