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허위사실 올려, 고의 확인 못 한 선관위는 속수무책
“사전투표 말자” “비례당 밀어주자”…명예훼손죄 등 처벌받을 수 있어
한 서울지역 후보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홍중식 기자]
3월 24일 김태우 미래통합당 강서을 후보 지지자들이 불만을 표출했다. 같은 당 오세훈 광진을 후보의 선거운동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대진연을 향해서다. “이게 나라입니까. 김정은을 칭송하는 대학생들이 보수 후보의 선거를 방해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이없는 일이 자꾸만 발생하네요” 등등. 대화 장소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오픈카톡방). 3월 31일 현재 해당 대화방에는 300명 가까운 김태우 후보 지지자가 모여 있다. 열띤 대화 속에서 한 지지자가 오세훈 후보의 경쟁자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까지 끌어들여 대진연과 유착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선관위 적발은 ‘全無’
1 김태우 미래통합당 강서을 후보 지지자들이 모인 오픈카톡방 2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광명갑 후보 지지자들이 모인 오픈카톡방에서 타 후보를 비방하는 대화. 3, 4 한 야당 후보 지지자가 오픈카톡방을 통해 사전투표에서 부정투표가 의심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카카오톡 캡쳐]
오픈카톡방이 자칫 위법 선거운동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카카오톡에는 4·15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나 지지자가 개설한 오픈카톡방이 줄잡아 수십 개쯤 된다. 이러한 오픈카톡방은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3월 30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이번 총선과 관련해 468건의 선거법 위반을 적발했지만, 이 중 오픈카톡방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단체대화방은 수시로 생겼다 사라지기 때문에 감시하기 쉽지 않다. 대화방 참여자가 신고하기도 하지만, 문제의 발언이 특정 후보자의 당선 혹은 낙선을 고의적으로 노린 정도나 적극성이 단속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픈카톡방 내 ‘경계 없는’ 대화 또한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본인이 졸업한 고등학교와 대학교도 공개하지 않아 학력과 지적 수준에 대해 의구심을 받고 있으며….”
3월 29일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광명갑 후보 지지자들이 만든 오픈카톡방에서 한 지지자가 지역구 경쟁 후보를 겨냥해 ‘학력 의혹’을 제기했다. 황 변호사는 이에 대해 “해당 후보가 최종 학력을 공개했기 때문에 선거법상 문제가 없다.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후보를 ‘빨갱이’라고 부르거나 합성사진을 게시해 비방하는 것 역시 선거법 위반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빨갱이’라 부르고 합성사진 올리면 ‘선거법 위반’
1,2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인천계양을 후보의 공식 오픈카톡방. 3 김명연 미래통합당 안산단원갑 선거캠프가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오픈카톡방에서 비례 위성정당 투표를 독려하는 모습.
몇몇 선거캠프는 아예 공식적으로 오픈카톡방을 운영한다. ‘송영길계양안전본부’를 운영하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인천계양을 후보와 ‘[공식]김명연 안산단원갑’을 운영하는 김명연 미래통합당 안산단원갑 후보가 대표적 예다. 전문가들은 공식채널일수록 선거법 위반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A교수는 “지지자가 오픈카톡방에서 상대 후보 또는 정당을 비방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을 선거캠프가 적극 이용한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비례 위성정당’에 대해서도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후보자의 공식 오픈카톡방에는 각각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 지지를 호소하는 글이 빈번하게 올라온다. 김명연 후보의 공식 오픈카톡방을 관리하는 한 캠프 직원은 “‘이판사판’으로 외우자”고 호소했다. 미래통합당 후보 기호는 2번, 미래한국당 기호는 4번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공식채널은 후보자 관리 책임 커
하지만 선관위는 지역구 정당이나 후보가 비례대표 정당을 위한 선거운동을 할 경우 ‘타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금지’(선거법 제88조) 조항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 나아가 “일반인이 여러 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장소가 선거캠프의 공식 오픈카톡방이라면 문제가 다르다”고 말했다. 후보는 공식대화방에 대한 관리 책임을 지기 때문에 공식대화방에서 다른 정당에 표를 달라는 선거운동이 빈번하게 이뤄지는데도 이를 방치한다면 사실상 후보가 이를 지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허위사실 공표나 비방도 마찬가지다.황정근 변호사는 “오픈카톡방에서 각종 비방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당사자가 잘 몰라 고소가 이뤄지지 않을 뿐이지 실제로 처벌이 가능하다. 선거법 외에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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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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