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200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네번재 정규앨범. [빌보드 캡처]
비틀스 대기록 세운 BTS
‘MAP OF THE SOUL : 7 앨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다만 미국뿐 아니라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 5대 음악시장에서 비영어권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동시 1위를 차지했다는 점, 특히 최악으로 치닫는 한일관계에도 불구하고 오리콘 주간 앨범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이 특기할 만하다. 이 앨범은 한국을 포함, 총 10개국 차트 1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 이전에 1위였던, 저스틴 비버가 5년 만에 내놓은 정규 앨범 ‘Changes’는 총 8개 국가 차트 정상에 올랐다. 여전히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는 막강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군세’를 높여가고 있다.
사실 이번 앨범과 관련해선 앨범차트보다 싱글차트인 빌보드 핫100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한 이래 앨범에 비해 싱글차트 기록이 상대적으로 저조했기 때문이다. ‘IDOL’이 11위, ‘FAKE LOVE’가 10위,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가 8위까지 올랐다. 앨범을 낼 때마다 메인 타이틀곡의 기록이 조금씩 상승세인 것은 분명했지만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다. 이번에도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았다.
그들은 이번 앨범을 내기 전 1월 ‘Black Swan’을 선공개했다. 그동안 발표한 힙합, EDM, 신스팝과 달리 자기 고백적이면서도 어두운 서정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케이팝(K-pop) 그룹의 주무기인 화려한 군무 대신 현대무용을 기초로 한 안무는 우아했다. 하지만 이 곡은 빌보드 핫100 57위로 진입한 후 다음 주 바로 차트에서 사라졌다. 어디까지나 선행 싱글이었을 뿐이다. 말하자면 새 앨범의 예고편이었다.
아미의 군세는 세계 최고
빌보드 핫100 4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노래 'ON'. [빌보드]
방탄소년단은 최근 EDM에 국악 리듬을 접목하고 메탈적 요소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ON’도 마찬가지여서 초반부터 계속 마칭밴드(marching band) 스타일의 리듬과 북소리로 앞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정과 동의 효율적 배분으로 드라마틱한 요소를 살려 좀 더 진지하고 다양한 청자를 노린다. 물론 가사는 영어가 살짝 섞인 한국어다.
결과는 4위.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핫100 최고 순위이자 케이팝 가운데 가장 높은 첫 주 차트 인 기록이다. 놀라운 것은 그 전과 마찬가지로 이 노래가 핫100 집계 기준인 라디오 송출 횟수에서는 거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영어나 스페인어 가사가 아닌 노래의 숙명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미국 아미는 신청 횟수에 비해 적은 라디오 선곡과 관련해 인종차별이 아니냐는 항의를 하기도 했다(미국에서 케이팝에 대한 이미지는 아직 ‘메인스트림’이 아니다). 그 대신 디지털 세일에서 1위를 기록하고, 유튜브 조회수에서도 압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아미는 자신들이 통제하고 카운트를 쌓을 수 있는 모든 미디어를 이용했다. 프로듀서와 DJ를 거치지 않고도 아미가 그들의 영웅을 어느 때보다 높은 자리에 앉힌 것이다.
비록 2주 차에 싱글차트에서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지만 역으로 이는 아미의 일사불란한 행동력과 그 규모를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앨범 초동 판매량과 스트리밍, 유튜브 같은 뉴 미디어에 압도적인 화력을 퍼부을 수 있는 강고하고도 적극적인 팬덤을 가진 뮤지션을 적어도 방탄소년단을 제외하고는 떠올리기 힘들다. 켄드릭 라마나 빌리 아일리시 팬덤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록과 힙합 행보를 닮은 케이팝
방탄소년단의 'ON' 동영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메탈리카, 건스 앤 로지스, 너바나 등이 상징했던 1980~1990년대 록과 N.W.A, 닥터 드레, 투팍 등이 등장했던 당시 힙합 역시 핫100보다 빌보드200이 주무대였다. 그때도 앨범차트는 순수한 판매량에 의거했고, 싱글차트는 라디오 선곡이 주요 지표였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음악과 라디오로 상징되는 범대중적 취향의 음악 사이에는 숙명과도 같은 거리가 있기 마련이었다. 앨범에서 강세를 보이는 음악은 결국 서브컬처를 넘어 메인스트림으로 자리를 굳혔다. 로큰롤부터 힙합, 그리고 EDM까지. 그게 팝이 걸어온 길이다.
방탄소년단이 다음 앨범도 1위에 올려놓을지, 다음 신곡은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 팀 리더인 RM은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핫100과 그래미 후보는 우리의 목표입니다. 하지만 단지 목표죠. 우리는 1위를 하기 위해 정체성이나 진정성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요. 만약 우리가 갑자기 모든 가사를 영어로 노래하거나 다른 것들을 바꾼다면 그건 BTS가 아니죠.” 그들이 그들 스타일 그대로 목표를 이룬다면 그때 팝은 지금과는 분명히 앞선 발자국 위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