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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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내쫓더니 자신도 ‘부패 늪’에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5-07-07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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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은 부패하게 마련인가. 비리 추문에 휩싸인 전임 대통령 추방 투쟁의 선봉에 선 업적으로 대통령에 오른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56)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결과 조작 의혹과 가족들의 부패 혐의로 탄핵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5월 대선 당시 아로요가 선거관리위원회와 통화하며 상대편 후보와의 표차를 논의하는 녹음테이프가 6월 초 공개되면서 파문은 확산됐다. 그의 남편과 동생, 아들 등은 불법 복권게임 업자들에게서 수십만 페소를 받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필리핀 국민들은 연일 거리로 나서 아로요 퇴진 시위를 벌이고 있고,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여당 의원들도 조금씩 아로요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 아로요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아로요는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필리핀을 이끈 제9대 대통령 마카파갈의 딸로, 워싱턴 조지타운 대학 유학 당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공부하기도 했다. 1995년 상원의원 선거 때 필리핀 선거 사상 최다 득표를 기록해 시사주간지 ‘아시아위크’로부터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정치인으로 선정된 그는 2001년 대통령에 취임한 뒤 부패방지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정부와 사회의 도덕성 고취에 앞장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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