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2

2009.02.10

재미 한인들의 설날 알리기

  • 신치영 동아일보 뉴욕 특파원 higgledy@donga.com

    입력2009-02-02 18: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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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 한인들의 설날 알리기

    설날을 앞둔 1월19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구역에서 열린 한복 패션쇼 행사. 국내외 한국인들의 노력으로 한국의 설 문화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뉴욕과 뉴저지 북부는 한인 동포와 상사 주재원 등이 모여 사는 미국 내 대표적인 한인 밀집지역이다. 미국 서부에 로스앤젤레스가 있다면 동부에는 뉴욕, 뉴저지가 있다고 할 정도다. 맨해튼에서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만나게 되는 뉴저지주 포트리와 팰리세이즈 파크 등지에는 한국어 간판이 줄지어 서 있어, 가끔은 미국에 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없을 정도다. 뉴저지의 일부 초등학교는 한국계 학생이 많게는 전교생의 30%를 차지한다.

    올해 설날에는 한국의 명절문화를 알리는 행사들이 곳곳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뉴저지 테너플라이 한인학부모협회는 설 당일인 1월26일 테너플라이 중학교에서 ‘제2회 설 축제’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식 세배, 씨름, 널뛰기, 윷놀이, 제기차기 등 다양한 전통문화가 선보였다. 타민족 학생들이 자기 부모에게 한국식 세배를 올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뉴저지 클로스트에 자리한 팰리세이즈 컨트리 데이 스쿨에서는 설날 닥종이 인형극과 한국 전통악기를 타민족 어린이에게 소개하는 행사가 열렸다. 한인 부모들이 닥종이 인형극을 공연했고, 어린이들은 한국의 전통악기를 직접 연주하기도 했다. 또한 뉴저지 레오니아 시의회가 주최한 ‘한국 설날 기념행사’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인 어린이들이 주민들 앞에서 동요를 불렀다.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은 “아시아 신년은 중국에서만 기념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설날이 큰 명절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배웠다”며 입을 모았다. 뉴저지뿐 아니라 뉴욕 퀸스 플러싱, 롱아일랜드 등의 여러 학교에서도 설날을 맞아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아시안 뉴 이어스 데이’로 지정, 휴교도 늘어

    설날이 한국의 큰 명절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설날에 휴교하는 미국 학교들이 느는 추세다. 뉴저지 테너플라이에서는 초·중·고교 6곳 가운데 5곳이 1월26일을 ‘아시안 뉴 이어스 데이(Asian New Year’s Day)’로 지정해 공휴일로 삼았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학생이 많은 학교의 특성을 감안해 휴교함으로써 학생들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뉴욕에서 근무하는 한국계 교사들로 구성된 뉴욕한인교사회는 한국의 설 문화를 다룬 수업교재를 발간해 뉴요커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설과 추석 등 한국의 고유 명절을 정식 휴교일로 만들려는 목적에서다. 이 교재에는 윷놀이, 떡국 먹기, 종이접기, 신정과 구정의 차이, 아리랑 등 설 풍습을 담아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와 타민족 어린이들이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뉴욕과 뉴저지 내 유대인 밀집지역에 자리한 학교들은 하누카(유대인의 신년) 등 유대교 명절에 휴교한다. 한국의 명절에도 휴교하는 미국 학교들이 점차 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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