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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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에는 왜 애연가가 많을까

금연 시도 중 스치는 단상들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5-08-31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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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계에는 왜 애연가가 많을까
    금연을 시도하고 있다. 20년 동안 피우던 담배를 끊는 게 쉬울 리가 없다. 그것도 꽤 많이 피운 편이니 단숨에 이별을 고하지는 못하고 있다. 애인과 헤어지기로 하면 좋았던 나날들이 많이 생각나는 것처럼, 늘 옆에 두고 애용하던 기호품을 정리하려니 더욱더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니까,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가장 기본적인 욕망부터 담배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존재론적 사고까지, 끝이 없다. 그런 생각들로 흡연 욕구의 꽤 많은 부분을 달래고 있다.

    담뱃값이 계속 오르면서,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되면서 지인들은 하나 둘씩 비흡연자의 세계로 갔다. 하지만 관계의 범위를 음악 쪽으로 맞춘다면 사정은 영 달라진다. 장담하건대 음악계야말로 골초들의 세상이다. 영화판도, 문학판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정확한 통계야 알 수 없지만 과반수의 음악인과 관계자가 애연가라고 장담한다. 내 주변의 음악계 사람들만 봐도 90% 이상은 담배를 피운다. 심지어 다른 일을 하다 음악계로 흘러들어온 사람마저 안 피우던 담배를 손에 대기 시작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이 삼십대 중반이 넘어 끽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왜 음악인들은, 애호가들은 그토록 담배를 사랑하는 것일까. 담뱃값 인상폭과 수익 증가가 정비례하지는 않을 텐데(어쩌면 반비례할지도 모른다) 어째서 4500원이라는 거금을 아끼지 않는 걸까. 갈수록 강해지는 금연 정책으로 흡연 구역이 마치 야생동물 서식지처럼 줄어들고 있음에도 왜 어떻게든 피우고 마는 걸까. 평소에는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지만 상실감으로 인한 그리움이 속절없이 음악과 담배의 인과관계를 추론하게 한다. 다음은 이에 대한 몇 가지 가설이다.

    먼저 음악 팬들은 어릴 때부터 멋진 흡연가의 사진과 영상을 보고 자란다. 대중음악 역사에는 기가 막힐 만큼 멋진 흡연 사진을 자신의 대표 이미지로 남긴 뮤지션이 차고 넘친다.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입고 늘 손에 담배나 마리화나를 들고 있던 밥 말리(사진)가 있다. 프로필 사진은 물론이거니와 공연 때조차 늘 말버러 레드를 꼬나물고 있는 건스 앤 로지스의 기타리스트 슬래시와 담배를 떼어놓고 본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1940~50년대 재즈 황금기를 장식했던 명인들의 흑백사진은 담배 연기가 없다면 완성될 수 없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한 곡 한 곡 새로운 음악을 빨아들이며 감성을 키우고, 한 명 한 명 새로운 뮤지션을 알게 되며 세계관을 쌓는 나이에 그런 모습을 동경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어른이 되어 찾아가는 음악 술집도 빼먹지 말자. 음악은 모름지기 좋은 음향기기로 크게 들어야 참맛을 알 수 있는 법. 도시에서는 음악 술집의 몫이다. 1970년대 명동, 80년대 신촌, 90년대 홍대 앞의 음악 술집들은 시대에 따라 장르를 달리했을 뿐 언제나 큰 볼륨으로 음악을 들려준다. 음악은 시각으로부터 자유로운 예술이다. 그래서 좀 더 직관적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취한다’는 말이 쓰이는 예술 장르가 음악 말고 없는 이유일 것이다.



    술에 취하고 음악에 취하다 보면 자연스레 담배 생각이 나게 마련이다. 그렇잖아도 알코올은 니코틴 흡수량을 높이는 촉매제인데 음악까지 더해지니 담배 맛이 한결 더하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음악 술집은 애연가의 천국이었다. 대기 중 산소 농도보다 담배연기 농도가 더 짙었을 것이다. 2015년과 함께 모든 실내 공공장소에서 금연이 시행되면서 음악인들은, 애호가들은 분개했다. 음악 술집에서마저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현실 때문이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에서 성령이 빠질 때 기독교인이 느낄 감정과 비슷한 것이었으리라.

    결국 그들이 택한 길은 술잔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면서 술잔을 부딪치며 실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다. 뭔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지만 어쨌든 흡연이란 버릴 수 없는 무엇임을 보여주는 풍경이기도 하다. 이렇게 쓰고 나니, 갑자기 두려워진다. 음악계 지인들과 어울리면서 과연 금연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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