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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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맛에 황금색 ‘왕의 디저트’

헝가리 ‘토카이 아슈’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4-10-06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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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쾌한 맛에 황금색 ‘왕의 디저트’

    아슈 포도만 선별해 수확하려고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수확하는 모습(왼쪽). 토카이 와인이 서서히 익어가는 와인 창고.

    프랑스 왕 루이 14세는 달콤한 토카이(Tokaji) 와인을 맛본 뒤 “이 와인은 왕의 와인이자, 와인 중의 왕이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생일 때마다 토카이 와인을 선물로 보냈는데, 여왕이 살았던 개월 수만큼 보냈기에 여왕의 마지막 생일인 81세 때는 와인이 972병에 달했다고 한다. 왕뿐 아니라 사상가 볼테르를 비롯해 괴테, 실러, 하이네 등 작가와 베토벤, 리스트, 슈베르트 등 작곡가들도 토카이 와인을 사랑했다.

    그렇다면 토카이 와인은 어느 나라 와인일까. 토카이 와인 팬이던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오페레타 ‘박쥐’에 이 와인이 등장한다. 헝가리 백작 부인으로 변장한 주인공이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들 앞에서 국적을 증명해 보이려고 ‘차르다시’라는 헝가리 춤곡을 부르는데, 그 가사에 ‘잔을 들어 토카이를 채우고 고국에 건배’라는 구절이 나온다. 토카이 와인이 헝가리를 대표하는 와인임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헝가리는 와인 생산국으로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토카이 와인은 1630년 처음 만들어졌고, 1757년 이미 품질 관리를 위해 헝가리 북동쪽 끝에 위치한 토카이 지역에서만 이 와인을 생산하도록 왕명이 선포됐다고 한다. 토카이 와인은 주로 헝가리 토착 품종인 푸르민트와 하르슬레벨뤼로 만든다. 이 포도들이 귀부(貴腐) 곰팡이에 감염돼 수분이 마르고 당과 향이 농축된 것을 헝가리어로 아슈(Aszu′)라고 하는데, 토카이 와인은 이 아슈 포도로 만들어 달콤한 맛이 나므로 정식 명칭은 ‘토카이 아슈’ 와인이다.

    토카이 아슈 와인은 아슈 포도에 일반 화이트 와인을 섞은 뒤 나무통에 담아 아주 느리게 발효시킨다. 와인을 담은 통은 발효되는 동안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수 있게 뚜껑을 꽉 닫지 않은 채 서늘한 환경에서 수년간 보관한다. 그동안 와인은 공기와 접촉하면서 색이 진해져 선명한 황금색을 띠거나, 숙성이 아주 오래된 것은 마고자의 호박단추 같은 색을 낸다. 와인을 코에 가까이 대면 꿀에 절인 오렌지, 살구, 복숭아와 함께 구운 견과류와 꽃 등이 미묘하게 어우러진 향을 느낄 수 있다. 토카이 아슈 와인은 디저트 와인의 대명사로 치즈나 케이크와도 잘 어울리지만, 한과나 곶감에 곁들이면 동서양이 조합된 멋진 디저트 상차림이 된다.

    토카이 아슈 와인은 특유의 산도 덕에 당도는 높아도 경쾌하게 느껴진다. 당도는 레이블에 적힌 푸토뇨스(puttonyos) 번호로 알 수 있는데, 최저치는 3 푸토뇨스로 잔당이 ℓ당 최소 60g이며, 최고치인 6 푸토뇨스는 잔당이 최소 150g이다. 6 푸토뇨스보다 당도가 높은 토카이 에센시아(Tokaji Esszencia)는 화이트 와인을 섞지 않고 아슈 포도로만 만들기 때문에 어떤 디저트 와인과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진하고 달콤하며 농축된 맛과 향을 낸다. 반대로 토카이 사모로드니(Tokaji Szamorodni)는 아슈 포도가 약간만 섞여 당도는 약하지만 차가운 온도에서 부담 없이 마시기에 좋다.



    레이블에 토카이 푸르민트 또는 토카이 하르슬레벨뤼라고 적혀 있으면 해당 포도 품종으로 만든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므로 살 때 혼동하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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