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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산 넘어 산, 세월호 특별법

합의는 했지만 합심은 없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68일, 거대한 벽에 가로막혔던 대한민국

  •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whatisnew@naver.com

합의는 했지만 합심은 없었다

합의는 했지만 합심은 없었다

10월 1일 경기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왼쪽)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가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전명선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며 가족대책위원회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이 9월 30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4월 16일 참사가 발생한 지 168일,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관련 협상에 착수한 지 81일 만이다. 이에 따라 세월호 특별법과 국회 일정에 대한 큰 틀은 일단 마련됐다.

‘국회’에서 9월 마지막 날 본회의를 연 것을 시작으로 10월 1일부터 상임위원회 회의 등 활동을 재개했다. 10월 국정감사를 비롯한 주요 일정도 확정했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제출된 법안인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유병언법’이라 부르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이달 말까지 처리키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여야 합의를 ‘시간에 떼밀린 아슬아슬한 타협’이라고 평가한다. 게다가 여야 추가 협상 과제가 남았고, 야당 내부의 복잡한 상황도 정국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진통 거듭한 협상 과정의 3대 흐름

당초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적 요구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안 마련이 큰 목표였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 대다수가 공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관련 집단 간 인식 차가 드러났다. 여기에 여야 내부의 권력 재편 흐름, 두 번의 선거 일정까지 맞물려 상황이 더 꼬였다. 진상규명을 위한 방법과 과정을 둘러싸고 갈등이 표출된 것이다. 협상까지 주요 일지를 크게 3기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다.



1기는 참사 발생에서 6월 지방선거까지다. 4월 16일 참사가 발생한 후 정치권은 우왕좌왕했고 여야 의원들은 긴급 상임위 회의 등을 통해 정부를 질책했다. 폭로성 각종 의혹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5월 8일 여야 신임 원내대표 선출로 새 흐름이 조성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신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5월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자”며 대여 협상을 제의했다. 여당이 청와대를 보호하느라 진상규명에 소극적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화살이 여당과 ‘청와대’로 이동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감성적 대응’이 분위기를 일부분 바꾸게 된다. 5월 19일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고 눈물을 흘리며 국민에게 사과한 것이다. 대통령은 또 해양경찰(해경) 해체를 비롯한 정부조직 개편안 등의 계획을 밝히고, 여야 정치권과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핵심 내용으로 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각종 해석이 나왔지만, 여권에 대한 험악한 민심이 일부분 변화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시기적으로 늦었지만 ‘대통령의 사과’는 여권 핵심 지지층에게 ‘대통령을 무조건 비난하면 안 된다’는 동정론으로 확산했다.

이런 가운데 6·4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왔다. ‘대통령의 눈물 마케팅’을 적극 활용한 새누리당은 완패 위기를 모면했다. ‘선거 민심’을 업고 여당을 강하게 압박하려던 새정치연합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른바 ‘범야권 지지층’도 혼란에 빠졌다. 이 흐름을 타고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세월호 가족대책위)를 중심으로 6월 7일 ‘세월호 특별법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이 열렸다. 장외 여론을 지켜보던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및 국민 안전 혁신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7월 청와대 회동+‘유민 아빠’의 단식

합의는 했지만 합심은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0월 1일 경기 안산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해 유가족들과 면담한 뒤 문을 나서고 있다. 그는 이튿날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7, 8월 상황은 여당의 바람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6월 지방선거 이후 일정 부분 국정 동력을 회복한 박 대통령은 7월 10일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 등을 통해 ‘국회에서의 해결’을 희망했다. 7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청와대 회동 바로 그다음 날, 여야 정책위 의장과 관련 상임위 간사가 참여해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관한 조속 입법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열었다. 여론의 초점은 다시 국회로 모아졌다.

그런데 이즈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세월호 유가족 중 ‘유민 아빠’ 김영오 씨 등이 세월호 특별법 조속 제정을 촉구하며 14일 단식을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문화·예술계 인사 등 비정치권 시민들이 동조 단식을 진행하면서 여권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장외 활동이 국회를 압박하는 새로운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다. 결국 두 원내대표 모두 한 걸음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해 8월 7일 양당 원내대표가 1차 특별법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것으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여야의 1차 합의안은 유가족들에게 거부당했다. 8월 11일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조차 ‘특별법 재협상 추진’을 결정했다. 결국 재협상에 나선 여야 원내대표가 19일 2차 합의안을 내놨다. 7명으로 구성된 특별검사추천위원회 중 여당 몫 2명을 추천할 때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기로 한 내용이다.

그러나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재합의안도 공식적으로 거부하면서 야권 내부의 파열음이 커졌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이 단식을 시작하면서 야당 내부에서는 대여 협상 방법에 대한 이견이 본격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여야와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새정치연합이 제안했으나 새누리당이 거부했다. 그 대신 이완구 원내대표 등이 8월 25일과 27일, 이어 9월 1일 3차례에 걸쳐 세월호 가족대책위를 만났다. 또 8월 28일 김영오 씨가 46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고 문 의원도 장외 투쟁을 접었다.

여기에 9월 22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회담이 이뤄진 후 새 물꼬가 트였다. 특히 △문 위원장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여야 원내 지도부 간 대화가 복원됐으며 △정의화 국회의장의 ‘본회의 개최 의지’ 천명 등이 결합돼 9월 내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였다.

합의는 했지만 합심은 없었다

씽크탱크미래, 엄마부대봉사단 등 보수단체들이 9월 16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유병언 특별법과 특검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 장기간 마비는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 됐다. 혼선 끝에 9월 26일 본회의는 여당 단독 처리로 9분 만에 끝났지만, 29일 여야와 세월호 가족대책위 간 첫 3자 회동이 이뤄졌다. 그다음 날 여야는 2차 합의안을 타결했고, 본회의에서 90여 건의 안건이 처리됐다. 하지만 10월 1일 여야 지도부의 표정은 전혀 달랐다. 새누리당 지도부 표정은 밝았지만 새정치연합 비대위원들의 얼굴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협상 과정에서 부침을 거듭한 박영선 원내대표는 10월 2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 특별법의 큰 틀에 대한 협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8월 19일 2차 합의안을 유지하면서 일부 조항이 추가됐다. ‘양당 합의하에 4인의 특별검사 후보군을 특별검사후보추천위에서 제시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야 협상 타결 자체가 ‘국회의 완전한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특검의 수사 범위, 진상조사위원회 활동 범위, 참사 희생자 등에 대한 보상과 배상 문제에 대한 여야의 추가 협상도 남아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여야 원내지도부가 언제 다시 만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당장 박영선 원내대표 사퇴 이후를 수습할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희생 당사자인 세월호 유가족이 정치권의 합의를 신뢰하면서 국회 흐름을 지켜볼지도 미지수다. 여기에 범야권 지지층의 불만 기류 등으로 ‘돌발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주간동아 2014.10.06 957호 (p22~23)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whatisn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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