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7

2014.10.06

“때론 아프고 그립고…그들이 없지만 10번째 부활 노래”

탄생 30돌 앞둔 ‘부활’ 리더 김태원

  • 김지영 여성동아 기자 kjy@donga.com

    입력2014-10-06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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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론 아프고 그립고…그들이 없지만 10번째 부활 노래”
    ‘난 너를 사랑하고 있다/ 때론 아프고 그립고 또 아름답다/ 끝없이 너의 기억에 만들어져가며/ 이어져가듯 멈추지 않을// 난 너의 소설이고 싶다/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끝없는 너의 모습에 날 채워가며/ 널 만나러 가는 이야기 속에.’

    록그룹 ‘부활’이 8월 22일 여러 인터넷 음원 사이트에 공개한 노래 ‘사랑하고 있다’가사의 일부다. 내년 그룹 결성 30주년을 기념해 준비 중인 14번째 정규앨범에 담길 첫 번째 노래이자, 부활 10대 보컬 김동명(31)의 데뷔곡이기도 하다. 김동명은 부활 리더이며 국내 3대 기타리스트 가운데 한 명인 김태원(49·사진)이 직접 발탁한 인재다. 9월 24일 저녁 서울 송파구 부활 연습실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태원은 새 보컬을 이렇게 소개했다.

    “10대 보컬 김동명에 거는 기대”

    “김동명은 10년간 혼자 음악을 하다 7년 전 이를 포기하고 회사원으로 일하던 친구다. 데뷔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지만 번번이 수포로 돌아가 가수 꿈을 접었다. 그 친구가 노래하는 영상이 유튜브(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떠다니는 걸 보고 발탁했는데 처음부터 소소한 컨트롤이 필요 없었다. 이는 부활의 역대 보컬 누구와도 닮지 않았거나 닮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가끔 김재기(2대 보컬)나 김기연(5대 보컬)의 진화를 보는 듯하다.”

    ▼ 소소한 컨트롤이 필요치 않았다는 건 완벽하다는 의미인가.



    “역대 어느 보컬도 처음부터 완벽하진 않았다. 음악적으로 부족한 점을 서로 채워가면서 팀과 진정한 가족이 된 거다. 이승철도 그랬고, 정동하도 7년이 걸렸다. 김동명도 자신에게 뭐가 부족한지 안다. 김동명은 10년간 모든 가수의 노래를 다 불러봐 창법엔 손댈 데가 없다. 노래 자체로는 고수다. 가르침이 아니라 스스로 깨달음이 필요한 상황이다. 무대에서의 감, 그리고 팀과 어떻게 하모니를 이뤄낼 것인지에 대해서.”

    ▼ 고(故) 김재기와 김기연의 진화를 보는 듯하다는 건 그들보다 뛰어나다는 의미인가.

    “김재기나 김기연 같은 음색은 또 나오기 어렵다. 김재기는 자신의 천재적인 음역을 알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 천재성을 나만 알고 있기 미안해 김재기 같은 목소리를 찾으려고 평생 노력했지만 찾지 못했다. 근데 김동명에게서 그 음색을 봤다. 마치 김재기가 살아 돌아온 듯했다. 그래서 김동명에게 점수를 많이 줬다.”

    ▼ ‘사랑하고 있다’를 만들 때 영감의 원천은 무엇이었나.

    “때론 아프고 그립고…그들이 없지만 10번째 부활 노래”
    “예전에는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사랑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현재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그 안에 녹아 있다.”

    노랫말에 나오는 ‘때론 아프고 그립고 또 아름답다’는 고백의 대상 가운데는 김태원이 몹시 사랑하는 친구 김재기를 빼놓을 수 없다. 1993년 8월 11일 김재기를 떠나보낸 후 김태원은 해마다 그날이 되면 자신의 홈페이지에 추모 글을 올렸다. 정동하가 탈퇴 의사를 밝힌 지난해 8월 11일에는 “환생이 맞다면 어디 있는가”라고 적었다. ‘다시 태어나는 게 맞다면 김재기, 너는 어디 있는가’라는 의미였다. 김태원에겐 김재기 못지않게 사랑하는 친구가 또 있다. 그룹 ‘더 퍼스트’의 리더였고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김지훈. 하지만 김지훈은 3월 16일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임종을 지켰던 김태원은 “김지훈의 죽음이 내겐 정동하의 탈퇴보다 더 충격적이고 끔찍한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김지훈은 내게 분신 같은 친구였다. 내가 흥하든 망하든 왼편이나 오른편에 항상 그가 있었고, 다 버려도 그 친구만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그 친구를 떠나보내며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정동하의 빈자리는 누군가가 대신할 수 있지만 그 친구가 떠난 자리는 도무지 메워지지 않았다. 그 친구가 죽고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월에 ‘사랑하고 있다’를 발표하면서 힘을 얻었다. 그 친구를 더는 볼 수 없지만 내 마음속에 늘 살아 있다는 걸 아니까.”

    ▼ 올해 8월 11일에는 김재기 추모 글에 뭐라고 썼는지 궁금하다.

    “‘그들이 함께 있는 것이 보인다’고 적었다. 김재기와 김지훈이 같이 있으니 외롭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두 사람도 절친한 사이였다(웃음).”

    “매력 있는 방송 있다면 예능 복귀”

    ▼ 정동하가 탈퇴한 후 9개월 동안 활동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어떻게 지냈나.

    “‘사랑하고 있다’와 통일에 관한 노래 ‘투비원(To be One)’을 만들었다. ‘투비원’은 독립된 곡이다. 뮤직비디오를 찍어서 바로 발표할 거다. ‘사랑하고 있다’를 비롯한 다른 노래들과 함께 부활 결성 30주년을 기념하는 14집 앨범에 담을 수도 있다. 지난 9개월만큼 작곡에 집중한 적이 없다.”

    ▼ 방송 출연 제의가 계속 들어온 걸로 아는데.

    “일부러 안 했다.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었다. 6년 동안 쉬지 않고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렇게 해서 부활을 다시 일으켰지만 보컬이 나가니 리더로서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음악인은 자기가 소모된다고 느낄 때 한발 물러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느 프로그램에든 나가서 앉아 있을 순 있지만 나보다 더 절실한 사람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 이제 예능프로그램은 다시 안 할 건가.

    “예능을 그만뒀다고 생각한 적 없고, 음악인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지금은 좀 쉬고 있을 뿐. 예능은 굉장히 매력 있다. 내게 가장 잘 맞는 프로그램은 ‘남자의 자격’이었다. 그 멤버들이 지금도 술만 마시면 전화한다. 그때를 그리워한다. (이)윤석이도, (이)경규 형도. 경규 형이 이런 넋두리를 한 적 있다. ‘너하고 히히덕거리는 맛으로 살았는데 그것도 없어서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그립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이 든 사람들의 제스처가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방송이 있다면 하고 싶다.”

    그는 10월 5일 서울 여의도를 시작으로 전국 투어를 할 예정이던 부활의 공연 일정을 취소했다. 티켓 예약 상황이 불안해 무리해서 끌고 갈 여건이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렇다고 그의 숙원이던 ‘김재기 가요제 개최’마저 포기한 건 아니다. 다만 그 시기를 내년 “좀 더 내실이 다져진 뒤”로 미뤘을 뿐.

    “그룹 나이가 서른이면 늙은 거지만 다행히 부활은 시간이 갈수록 희망이 보인다. 1994년이나 2004년에도 노래가 떴지만 보컬이 떠나고 나면 동력이 제로(0)가 됐다. 그런데 2014년에는 그동안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다져온 저력이 있어 동하가 떠났어도 제로는 아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소극장 무대에서부터 차근차근 힘을 다져나갈 거다. 부활이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10번째 부활도 이뤄낼 거다. 왜냐, 부활이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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