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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AG ‘인천 망신살’

한국 5개 대회 연속 2위 달성…경기장 안팎에선 아마추어 운영 등 말썽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허술한 AG ‘인천 망신살’

허술한 AG ‘인천 망신살’

9월 29일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테니스 남자복식 한국과 인도의 결승 경기가 우천으로 지연되다 비가 그치자 자원봉사자와 대회 관계자들이 코트의 물기를 닦아내고 있다.

제17회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16일간의 열전을 끝으로 10월 4일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올림픽위원회(OCA) 전체 45개 회원국 선수들이 참가해 45억 아시아인에게 때론 환희와 기쁨을, 때론 가슴 찡한 사연을 안겨줬다.

한국 선수단은 5개 대회 연속 2위 수성이란 1차 목표는 달성했지만, ‘월드클래스 스타’ 선수들의 연이은 부진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세계적인 총잡이 진종오(KT)와 ‘마린보이’ 박태환(인천시청) 등 다관왕이 기대되던 슈퍼스타들이 줄줄이 고개를 숙였고, 금메달이 떼놓은 당상 같던 ‘도마의 신’ 양학선(한국체대)도 부상의 덫에 걸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성적만이 아니다. 약 2조2000억 원이란 큰돈이 들어간 이번 대회는 시설과 대회 운영 측면에서도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1986 서울아시아경기대회, 1988 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국제 스포츠계에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의 위상에 큰 흠집이 났다. ‘국제적 망신’ 수준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저예산에 각종 난맥상 노출

4년 전 광저우 대회 때 중국은 20조가 넘는 돈을 투자해 ‘올림픽급’ 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인천대회에 들어간 예산의 약 9배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이와 비교해 인천대회를 앞두고 ‘저예산 대회’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이는 현실이 됐다. 그러나 단순히 예산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예산이 한정돼 있었다 해도, 체계적인 안목을 갖고 제대로 돈을 썼다면 여러 난맥상을 노출한 시설 문제와 대회 운영 전반에 걸친 미숙함은 없었을 것이다.

시설 문제에서 대표적인 곳은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이었다. 2011년 6월 착공하고 2년 11개월 만인 올해 5월 완공한 주경기장은 막대한 건설비 탓에 처음부터 신축 문제를 놓고 찬반양론이 엇갈렸다. 2007년 4월 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한 인천시는 서구에 주경기장을 새로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정부는 남구 문학종합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주경기장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2002 한일월드컵을 위해 건설한 문학종합경기장이 매년 20억 원 안팎의 운영 적자를 보이는 만큼 주경기장까지 새로 지으면 인천시 재정 부담이 우려된다는 것이 정부 측 논리였다. 이는 타당성 있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인천 경제 활성화’란 명분을 내세운 일부 정치인과 지역 유지들의 뜻에 따라 무리하게 주경기장 건설로 결론 났고, 민간자본만으로 주경기장을 짓겠다던 인천시는 결국 건설비가 모자라 국비 1326억 원을 지원받아야 했다. 주경기장에만 총 4900억 원이 들어가는 등 1조7000억 원 넘는 돈이 인천대회 경기장 건설에 투입됐다.

돈은 돈대로 썼지만 허술한 설계와 시공으로 몇몇 경기장은 구설에 올랐다. 예산 300억 원을 투입해 리모델링한 옥련국제사격장은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로커 등 기본 시설조차 갖추지 못했다. 많은 국제사격대회는 선수의 개인 공간까지 지원하며 경기력 향상을 이끈다. 의무용 침대까지 설치하는 경우도 많은데 옥련국제사격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현장에서 “300억 원을 어디에 썼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정된 예산이긴 했지만 이번 대회는 돈을 효율적으로 집행하지 못했다. 기획 단계부터 어긋났던 셈이다.

평창, 인천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허술한 AG ‘인천 망신살’

배우 이영애와 리듬체조 유망주 김주원, 다이빙 꿈나무 김영호(오른쪽부터)가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회식 성화 최종 점화를 앞두고 관중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성화 최종 점화자가 사전 유출되는 등 운영상 미숙함을 보이기도 했다(위). 9월 26일 인천 계양아시아드 양궁장에서 여자양궁 개인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갑작스러운 폭우로 귀빈석, 기자석이 있는 본부석 천막에 고인 물이 쏟아지고 있다.

대회를 실질적으로 준비한 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조직위)는 2007년 11월 출범했다. 2006 도하대회, 2010 광저우대회를 통해 이번 대회를 위한 밑그림을 그렸고, 2013년 6월 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를 통해 경험을 축적했다고 자부했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말썽이 났다.

성화 최종 점화자가 조직위 입을 통해 사전 공개되는 해프닝으로 시작해 한류콘서트장을 방불케 한 개회식도 도마에 올랐다. IT(정보기술) 강국이라는 한국 위상에 먹칠을 하는 사고도 잇달았다. 각국 취재진을 위한 미디어 정보 시스템인 ‘INFO 2014’는 수차례 다운됐고, 일반인이 접속하는 아시아경기대회 공식홈페이지(www.incheon2014.org)까지 말썽을 부렸다. 이 같은 문제는 기술력이 아니라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 조직위의 안일한 인식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조직위는 1만3500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의 힘을 빌렸지만, 인력 배치부터 운영까지 적잖은 시행착오도 노출했다. 야구장에서는 현장 지원 요원들이 각국 선수단의 적응 훈련을 위해 마련한 공인구를 무단으로 가져가 선수들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일도 벌어졌다. 자원봉사자 대부분은 하루 1만7000원의 활동비를 받고 묵묵히 대회 현장을 지켰지만, 일부 자원봉사자의 무분별한 행태는 대회 기간 내내 문제를 일으켰다. 자원봉사 운영의 난맥상은 인력 투입에 앞서 제대로 된 실무 교양교육도 시키지 않은 조직위의 무능력에서 비롯됐다. 인천시와 조직위는 또 이번 대회에 중국인 등 외국 관광객 2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지만, 각 경기장 내부는 물론 시내 교통편에서도 외국인을 위한 제대로 된 편의 시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직위는 뒤늦게 “시설 투자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 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운영비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발뺌했지만, 자원봉사 인력 활용과 경기장 운영 등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다. 여기저기서 사건이 터졌을 때 조직위는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시간만 허송해 더 큰 비난을 자초했다. 시스템도 갖추지 못했고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도 없었기 때문이다.

인천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인천시장만 3명이나 거치면서 일관성을 갖지 못했고, 대회 준비에 투입된 공무원들은 눈치 싸움과 연줄 대기에 바빠 그 많던 시간을 허송세월했다. 특히 순환 보직에 따른 인사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대회 준비를 할 수 있는 여건 자체를 갖추지 못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4년 뒤 겨울올림픽을 치를 평창이다. 2018년 강원 평창에선 제23회 겨울올림픽이 열린다.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경기장 시설 준비 과정 등을 보면, 평창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인천이 걸어온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얼마 전 김진선 전 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장이 물러나고 조양호 신임 위원장이 선출되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인천대회를 기점으로 ‘지금처럼 가면 평창도 제2의 인천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삼수 끝에 어렵게 겨울올림픽 개최권을 따낸 평창이 인천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반면교사 삼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주무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중심을 잡고 제대로 된 마인드와 실행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보강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무엇보다 매뉴얼이 밑바탕된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간동아 2014.10.06 957호 (p58~59)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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