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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10월 10일(노동당 창건일)까지 안 보인다면…

장기간 은둔에 온갖 추측 난무…일부는 “모략에 걸렸다” 풀이도

  • 이정훈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김정은 10월 10일(노동당 창건일)까지 안 보인다면…

김정은 10월 10일(노동당 창건일)까지 안 보인다면…

9월 4일 평양 모란봉극장에서 신작음악회를 관람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이 행사 후 그는 모습을 감췄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은둔이 장기화하고 있다. 통풍 때문에 발목 수술을 받고 모처에서 휴양 중이며,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일 행사장에 갑자기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과연 그럴지는 두고 봐야 한다.

발목 수술의 후유증은 심하지 않다. 발목수술을 한 게 맞다면 한 달여를 요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북한 국사(國事)를 책임지고 있으니,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나와서 일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 점에서 9월 26일 열린 북한 최고 입법기관인 최고인민회의에 주목해야 한다. 1년에 2번 소집되는 이 회의에서는 헌법 개정이나 고위급 인사의 거취 등을 결정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4월 열린 이 회의에 참석해 제1국방위원장에 재추대됐다. 김 위원장이 불참한 이번 회의에서는 최룡해를 국방위 부위원장에서, 장정남을 국방위 위원에서 해임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북한은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국방위 부위원장, 인민무력부장을 국방위 위원에 임명해왔다. 두 사람은 5월과 6월 총정치국장과 인민무력부장에서 이미 해임됐으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그 후속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리고 후임자인 황병서와 현영철을 국방위 부위원장과 국방위 위원으로 결정했다.

북한 최고 권부인 국방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는 행사에 김 위원장이 불참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그가 발목 수술을 받은 정도가 아니라 정상적인 행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는 추측도 나온다.

‘차도살인지계’ 실현?



그 직접적 연관성을 설명하긴 어렵지만 소식통들은 장성택 처형 이후 현재까지 상황을 국내 모 정보기관이 펼친 모략성 공작의 영향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정보기관 종사자들은 가장 위대한 공작을 ‘모략(謀略)’으로 본다. 모략은 적대적 행위를 하지 않고도 상대의 모순을 극대화해 자멸하게 하는 방법이다. 중국 주(周)나라 무왕의 재사인 강태공이 썼다고 하는 ‘육도삼략(六韜三略)’에서 그 개념이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진 ‘중상(中傷)’과 합쳐져 중상모략이란 말로 많이 쓰인다.

박근혜 정부 초기 모 정보기관장은 2015년을 통일 원년으로 삼고, 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조직 개편을 했다. 그때 그 기관의 한 간부가 이를 공개했다가 좌천당했다. 몇몇 기자를 만난 그가 무심코 “우리는 2015년을 통일 원년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보도되고 국회에서도 질문이 나오자 기관장이 그를 엄하게 꾸짖고 보직에서 해임했다.

‘2015년 통일 원년’ 구상은 단계적으로 추진됐다고 한다. 김정일은 장성택에게 김정은 보위를 유언으로 남기고 죽었다. 그런 장성택을 김정은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고 한다. 장성택은 중국으로 내보낸 그의 친인척들을 통해 우리 기관과 많이 (간접)접촉해왔다. 그는 우리의 수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노회했기에 ‘먹튀’를 자주 했다고 한다.

주는 선물은 받고, 일을 해주는 척하다 끊어버리고, 자신의 부는 키워간 것이다. 그래서 그 기관은 이를 역이용하기로 했다는 것. ‘김정은 정권은 아직 허약하다’ ‘김정은이 실각하면 그의 보호자인 장성택이 집권할 것이다’란 판단을 유포해 우리 언론에 관련 보도가 나오게 한 것. 이 방법으로 김 위원장이 장성택을 의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보 전문가들은 모략을 양모와 음모로 나눈다. 음모(陰謀)는 흔히 말하는 음모다. 양모(陽謀)는 음모에 대비되는 조어로, 공개적으로 모략을 펼치는 것이다. 신문, 방송 같은 매체를 통해 특정인을 띄워주면, 종종 그는 만인(萬人)이나 최고 권력자의 적이 돼 제거되기도 하는데, 이 모략을 ‘양모’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기관은 장성택이 중국 등에서 몰래 부를 축적해온 사실을 북한 권력 핵심부에 알려주는 음모도 병행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장성택이 반역을 획책하고 있다고 보고 제거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남의 칼로 적을 죽이는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를 실현한 것이다.

한 소식통은 “그때 그 기관은 북한 권력 핵심부가 장성택 처형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을 중계방송하듯이 지켜봤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권력층 여기저기에 우리 협조자가 있다는 뜻이다. 실례로 김 위원장이 장성택 처형을 결정하고자 2013년 12월 8일 조선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었는데, 그 회의 소식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우리에게 바로 넘어왔던 것.

과학 정보도 첩보 없으면 한계

김정은 10월 10일(노동당 창건일)까지 안 보인다면…

북한 ‘노동신문’은 2013년 12월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 재판에 나온 처형 직전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 정보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됐고, 북한 발표가 없었는데도 모 기관장은 국회에서 “북한은 국가안전보위부를 앞세워 장성택 일족의 비리를 적발하고 처형한 것으로 안다”는 보고를 했다. 장성택 제거 후 김 위원장은 권력을 확실히 장악한 듯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고립됐다.

그때부터 김 위원장은 총정치국장과 인민무력부장, 주요 군단장 등 핵심 보직자를 자주 교체했다. 이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권력을 강화해간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정보기관 종사자들은 그가 우리의 양모에 걸린 것으로 판단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 권부에 있는 모두를 의심하게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김 위원장이 2인자인 최룡해를 의심하게 하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5월 최룡해는 인민군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됐다.

그리고 현재 김 위원장의 장기 운둔 현상이 나타났다. 소식통들은 “조선노동당 정치국 같은 북한의 핵심 부서에는 우리 협조자를 만들 수 있어도, 김 위원장을 경호하는 호위사령부와 부속 조직에서는 협조자를 만들기 어렵다”고 말한다. 최고 권력자의 수행원은 어느 나라에서든 최고 충성을 요구하는 ‘철의 조직’인 것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심장마비로 전용열차에서 사망했을 때 우리 정찰위성 관계자는 “그 열차를 안 찍었다. 김정일이 그 열차에서 뭔가를 당할 것이란 첩보가 있었으면 렌즈를 돌려 열차에 앰뷸런스가 접근하는 것 등을 찍었을 텐데, 그런 첩보가 없었기에 다른 곳을 촬영했다. 그날 김정일이 급사할 수 있다고 누가 예측했었는가. 과학 정보도 첩보가 없으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은둔한 핵심 원인에 대해 깜깜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일 행사에 김 위원장이 나타난다면 북한은 “우리를 가지고 노는” 심리전을 한 것으로 위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날에도 김 위원장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세계는 그의 유고나 북한 급변 같은 예측을 하기에 바쁠 것이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북한 대표단은 메달리스트의 기자회견까지 거부하는 등 외부 접촉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체제 선전을 많이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 사람이라도 한국으로 망명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는 어떤 변화와 관련돼 있는 것은 아닐까. 김 위원장이 과연 조선노동당 창건일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간동아 2014.10.06 957호 (p52~53)

이정훈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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